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지음, 강세훈 옮김 / 다나기획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Mother of the Pearl이라는 책에서는 안티고네를 읽는 늙은 흑인 청소부의 이야기가 나온다.(1950년대의 미국이 배경임)
그는 새벽에 도서관의 청소를 다 마친뒤, 아무도 없는 도서관에서 안티고네를 소리내여 읽으며 인생을 음미 한다.식은 커피를 채워가며,아침이 올 때까지...
내가 읽었던 책들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라 언젠가는 안테고네를 읽어봐야지 하다가 이제서야 읽게 됬다.

읽고난 소감은...
고대 사람들이 확실히 재밌는 오락꺼리가 별로 없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만 따지고 들자면,자극적인 내용들도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딸을 살해하고 바람까지 피우는 남편을 냉정하게 살해하는 아내(아가멤논),그런 어머니를 살해하는 아들(코에포로이),나라에 닥친 재앙의 원인을 찾다가 자신이 바로 그 재앙의 원인임을 알아채고는 두 눈은 뽑아 버린 왕(오이디푸스왕),그리고 집안에 닥친 가지 가지 불행에도 고결함을 잃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용감한 여인(안티고네),그런 안티고네를 박대한 완고함 때문에 자신의 집안을 자살자들로 채우게 되는 크레온...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악을 하며 볼 수 밖에는 없는 사건들이 이어진다.
재밌는것은  2500년전에 살았던 사람들이나 지금의 우리들이나 별반 다르지 않더라는 것이다.
같은 감성들, 이데올로기나 종교,과학이 발달했다해도 달라지지 않는 인간의 품성들.
슬퍼하고 ,사랑하며 ,분노하며,무엇이 옳은 길인가 고민하고...
인간이기에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는 사람들,신에게 묻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목소리를 따라 할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여전히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새로웠다.현대에서도 여전히 통용된다는 말은 그것이 인간의 본성에 맞닿아 있다는 것일 것이다.

선량하며, 자신이 선량한 줄 아는 사람들이 운명의 지배를 받아 고통을 당하는 것을 보는 것은 분명 마음 아픈 일이다.
하지만 난 비극적인 사건들보다는 오이디푸스나 안티고네, 그리고 아가멤논의 아내(다른 일면으로는 독부로 묘사될 수 있는 여자지만.)들이 운명에 맞서는 것들에 더 눈길이 간다.
그들에게 내려진 운명이 어떤 것이었든지 간에 그것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감함이 대단하다고 느껴져서이다. 인간의 고결함이란  바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당하고, 고통스러우며,내 등에 지워진 짐이 아니길 바라면서도 ,만일 그것이 자신에게 지워진 것이라면 현실을 직시하며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그런데, 고대 사람들은 도무지 이런 비극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인생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는 거창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비극을 보면서 자신의 삶은 그래도 살만하더라 하는 그런 위안을 느껴야 할만큼 그들의 삶은 고된 것이었을까?
비극이라고 할 수밖에는 없는 사건들로 올곧이 점철된 연극을 보면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하는 것들이 갑자기 궁금해진다.
통찰력있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이나,사건들이 주는 치열함 외에는 그다지 사색적이진 않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하지만 안티고네의 독백은 여전히 울림을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영어로 번역이 된 것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소리내어 읽기에도 좋게 느껴진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영어를 잘 몰라서 ?아니면 원어에 가까와질 수록 맛이 더해지는것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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