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 앙겔로풀로스 박스세트 - 영원과 하루 + 안개속의 풍경 + 비키퍼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 엔터원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죽어 가고 있는 시인이 있다.
아내가 죽은 뒤 그의 인생은 빛을 잃었지만 그는 그것을 시인하지 않는다.
아내의 원망을 사면서까지  집착했던 책과 글자에의 열정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죽은 시인의 미완성 시를 완성시킨다면서  "흩어진 시어"를 모으던 그는 그럼으로써 자신이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지만, 죽음 앞에서 그런 거짓과 거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걸어 들어가 듯 죽은 아내가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던 과거의 그 날로 돌아간 그는 비로서 그날이 자신에게도 최고의 날이었음을 보게 된다.
앎에의 동경, 책에의 집착,정신 세계에 몰두하느라 외면했던 아내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그는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랑뿐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시어들이 정신 속에서가 아니라 사랑속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게된 시인.
환희에 젖은 그에게 평생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올 줄 알고 있었다고.
그리곤 " 내일이 뭐지?" 라고 묻는 남편의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내일은 영원과 하루 라고.
우리가 지나온 과거는 영원이며 내일은 그 하루일뿐이다.
그 시어를 대답으로 가져온 그는 아마도 편안히 죽음을 맞지 않을까.
그가 그렇게도 원하던 깨달음을 얻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기다린 시간들은 진실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시인의 말에 동감한다.
영화는 느리고 ,감독이 하려는 말은 완곡하게 흘러 알아 듣기 힘들며,형이 상학적으로 철학적으로 풀어 나가려 한 흔적이 뚜렷하다.
늙은 시인을 둘러싼 외로움과 젊은 아내가 등장할 때의 따스함을 대비하면서 인생의 가장 좋은 때는 사랑할 때라고, 그것을 놓치지 말라고 말을 하는 듯 보였다.
글쎄. 그의 말에 귀 기울일 인간들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린 언제나 너무도 쉽게 사랑을 놓치고
사랑하며 살라는 말을 흘려 들으면서 줄창 내일만을 기약하니 말이다.
영화속의 시인은 말한다.
"난 그때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라고.
우린 그렇게  뒤늦게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되는 만년 늦깍이 사랑꾼들에 불과하지 않을까.

집에서 누워서 볼 수 있었던 것에 무한히 감사를 하며 본 영화다.
영화관에서 봤다면 평이 험악해졌을 것이 분명한 영화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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