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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Dada다 - 만 레이 자서전
만 레이 지음, 김우룡 옮김 / 미메시스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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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을 하면서 만 레이의 사진이나 작품을 올려보려 검색을 하다 난 결국 내가 그의 작품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난 미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다.
고로 다다이즘이나 만 레이란 사람에 대해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아니다.
그저 한 인간이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어떻게 설명할까 하는 호기심때문에 집어든 책인데, 의외로 작가 못지 않게 글은 잘 쓰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책이 맘에 들었다는 것은 아니지만서도.
그의 탄생과 간략한 어린시절에 이어, 자신의 재능만 믿고 대학을 건너뛴 이야기,이혼녀와의 초혼,그리고 결혼 실패와 미국내에서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몰라주는 것에 도피처를 찾다 파리로 건너가고, 돈벌이를 위해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찍어주다 유명해졌으며 ,초현실주의등 예술가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넓혀 가게 된 것들, 2차 대전이 일어나자 미국으로 도피,그리고 파리에로의 재입성등이 만 레이 자신의 기억대로 서술되어 있다.
본인 자신도 이 책에 대해 무척 만족했다고 하는데 그 자신의 모든 것을 담지 않았는가 싶을 정도로 세세했다.--물론 얼마전에 읽는 마르께스의 자서전과 비교하면 '세세'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서도.--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가도 잘 기억이 안 나는 나로써는 수 십년전의 이야기를 행동 반경순으로 서술하는 그를 보자니 경이로웠다.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잊혀져도 좋은 것들을 자세히 나열하는 그의 서술 태도가 지루했다.
그럼에도 꾹 참고 본 이유는 그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예술에 대한 관점이 나름 통찰력 있어서 읽을 만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더 많은 관심이 가길 원하던 레이에게 그보다 다른 화가들이나 유명인들에 대한 그의 견해가 더 흥미로웠다고 말을 하면 기분 상해할 테지만, 원래 뒷담화가 더 재밌는 법이 아니던가?
친한 친구였던 마르셀 뒤샹은 그를 가르켜 <즐거움,장난하다,즐기다>와 동의어라고 했다고 한다.
한 세상을 잘 산 사람이였다.자신이 하고 픈대로, 표현하고 픈대로 하면서 살다 죽은 사람.
그가 장인다운 진지함으로 자신의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다.
참여하지 않았지만 무관심하진 않았단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는 사람.
그것이 후에 그의 묘비명이 되지만, 내 보기에 그는 무관심에 가까운 방관자였을 뿐이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을테지만 그렇다고 도움을 주지도 않았을 그런 방관자.
세상에 공감하고 이해를 한다기 보다는 자신을 이해해 달라고 칭얼 대는 나르시스트였을 가능성이 더 농후해 보이는,신경질적이고 눈치 빠르며 개인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 사람.
그러니 내가 이 책을 읽고서도 그가 좋아지지 않더라는 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자신이 고지식할 정도로 솔직해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말을 한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인 것은 맞다.그러나 그것이 솔직 때문은 아니다.
자신만을 생각하며 산 사람을 굳이 세상사람들 모두가 사랑할 필요를 못 느껴서일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