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버링 - 중독에서 회복까지 그 여정의 기록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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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충격적일 정도로. 나는 글을 아주 잘 써요. 아주아주아주 기깔나다니까요!!! 라고 매순간 강조하는 듯한, 정리정돈 완변한 문장들을 남발 하는데도, 끔찍할 정도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AAA 미팅에 나가서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더니--야심차게, 자신은 그래도 명색히 작가니까!--듣고 있던 빙퉁맞은 할아버지 한 분이 지루해~~ ( 아마도 원작에서는 Boring! 라고 외쳤을테지.) 라고 소리쳤다고 하는데, 그 지점을 읽을때만 해도 그 할아버지가 세상 다시없에 밉살맞아 보이더니...한참을 더 읽어내려 갔더니만 이 작가가 누구에게나 그런 반응을 불러 일으키게 하는가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면 진짜로 너무너무 지루해서.


하버드 졸업생이 술에 마약에 절어서 인생 어떻게 막나가게 사는지 보여줄께요 라면서 , 단지 글을 쓰기 위해서 자신의 인생을 망치는 것 같은 모습으로 막살기 시작하는데, 정말로 보기 불편하다. 마치 장애인이 아닌데도 장애인 흉내를 내면서 사람들의 동정심을 얻으려 하는 사람 같달까. 글은 정말로 너무 잘 쓴다. 어떻게 이렇게 구슬같은 단어들을 모아서 쉬지도 않고 글을 써댈까. 라는 찬사가 나올만큼. 천재인가벼...라는 소리를 누군가에게 너무너무 듣고 싶어하는 사람인가보다. 이 작가가...그래서 모든 감정, 모든 사람들, 자신이 아는 모든 작가들 지나치는 사람들 모두모두에게 정신없이 감정을 해대고 ,분석을 해대고,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을 해대는데, 누군가 이 글을 읽으면서 짜증이 난다면, 바로 딱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감정이 딱 그랬기 때문이란걸 알아줬음 좋겠다. 


한번 사는 인생 어떻게 살건 뭐 그 사람 맘이지만서도..어떤 글을 읽으면서 단지 글을 쓰기 위해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불편해진다. 사기 치고 있는데 그걸 알아차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진정성이 없다. 왜 이 여자가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도 안 되고, 자신의 엉망인 삶은 여과없이 적어내는 그 성실함에도 질리고 만다. 왜 당신의 삶 일분 일초를 우리가 알아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 술에 중독이 되는 것인지, 술에 중독이 되다보면 자의식이 강해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자의식 만땅인 책을 만나게 되면 기분이 나빠진다. 그래서 진도가 너무너무 나가지 않다 못해 화가 났다.


여러 사람들의 시간을 이렇게 축내는 것에 대해. 이 작가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작가로써 말이다. 상상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그래서 자신을 망가지는 것 외에는 다른 글 소재 거리를 찾아낼 수 없었던 것일까? 작가가 너무 되고 싶은데, 정작 남에게 내어 놓을 만한 것은 없다면 어떻게 될까? 글은 훌륭하게 잘 써내는 재능은 있지만 작가가 될마한 자질은 없다고 느꼈을때, 그걸 포기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에 이 작가가 대답을 내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바로 이렇게 된다. 때로는 포기가 참으로 훌륭한 답이 될 수도 있다는걸 이 작가를 보면서 깨닫는다. 작가는 아무나 하는것이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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