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여행
테오도르 모노 지음, 이재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육체와 정신의 목마름을 채우기 위해선 끝없이 걸어야만 한다.

  

사막에 뚝 떨어졌다고 상상을 해보자.

실제의 사막이건 정신의 사막이건 간에.

그렇다면 살아 나오기 위해서 우린 걸어야만 할 것이다.단지 목마름때문만이 아니라도.

당신이 지금 그 사막을 지금 걷고 있는 중이라 위안과 희망이 필요하다면 이 책이 동반자로써는 적격이다.

낙타가 걷 듯 천천히 한줄 한줄 읽어 내려가게 되던 책.

프랑스의 행동하는 마지막 인문주의자이자 최후의 르네상스인(다른 말로 하면 박학다식에 재능이 넘치는 분이셨단 말씀)이라고 칭송을 받었던 테오도르  모노가 젊은 시절 (1920년대에서 1940년대) 사하라를 탐사 했던 일들과 사막에 대한 그의 단상들을 모은 것이다.

사하라.

TV에서 싫증이 나도록 봐서 신비함마저 사라진 대지.

하지만 작가가 겪은 사하라는 내가 본 사하라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의 사하라는 인간의 내면의 여행과 너무 닮아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다음 우물을 찾아 낙타를 타고 기약없이 터벅거리며 가는 모습이 우리가 인생의 길을 정처 없이 떠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으니까.

그는 말한다.

 

     <나는 여전히 희미하고 불확실하고 분열된 단봉낙타의 바다에 머물러 있었다.>

 

단봉낙타의 바다.  인생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한 은유다.

그가 잡아 채는 순간의 사념들이 얼마나 진실하고 예리하며 명료하던지 정신이 깨는 기분이었다.

철학적이라고도 영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울림들.

한 인간이 자신의 영혼으로 하는 말들은 타인의 영혼을 울리는 공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 작가는 자신의 영혼의 목소리를 낼 줄 아는 드문 재능의 소유자였다.

행동하는 해박한 지식인이자 사하라에 대해 최고의 권위자였다는 테오도르 모노.

이것은 단지 그를 알려주는 최소한의 것에 불과하다.

그는 사하라를 닮은,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뭔가 초월적인 것들을 찾는 선한 지성인이였고,뭔가를 알아 간다는 것이 우선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겸손한 인간이었으며, 무의 것에서 뭔가를 발견해내는 과묵하고 날카로운 전문가적인 눈을 가진 이타적인 과학자였고,그리고  쉽게 불안해 하지도 안달을 하지도 않는, 굳건한 시인의 마음을 지닌 영혼이었다.

이젠 아무도 영혼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다고 로맹가리는 한탄을 한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영혼이 어디로 사라지겠는가?

영혼의 울림과 지성의 흔적에 마냥 반가운 책이었다.

 

여기 숲 기슭에 크사르의 폐허가, 무너진 바위 더미가 있다.하지만, 외부의 경관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할 뿐 내면의 대화가 전율하며 폭발한다.

'사람을 도취시키는 공간 속으로 도망치고 애쓰는 , 무엇보다도 수렁에 빠진 자신의 영혼과 맞서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과연 휴식이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만 단조로운 흙의 평원 위로 날아 오를 수가 있단 말인가?

그러자 목소리가 말한다.'너 자신이 할 일은 아무것도 없느니라.단지 너에게 생명을 약속하셨던 그 분을 오시게 하여라...'그러자 여행자는 멈추어 섰다.그는 도시의 잔해 위에 앉았다.

그의 상처 입은 마음은 보여 질 수가 없는 것을 열렬하게 부르는데, 이 세상의 저 아름다운 현혹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여정. 다시는 우리가 못 보게 될 이름 없는 장소에서의 야영,떠나기만 할 뿐, 영원토록 도착하지 않는 이 여정, 하지만 가슴이 찢겨나갈 듯 마음이 괴롭지는 않다.

우리 내면으로의 여행과 너무도 흡사하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