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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맹 가리
도미니크 보나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9월
평점 :
1.의지완 상관 없이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이 아팠다.오래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의 전기.그가 바라는 만큼의 행복을 얻었을까 하는 것엔 의문이 있지만 ,나름대로 사랑과 모험과 여행, 경험으로 한 세상 충만하게 살았던 사람이건만.아마도 내가 당신의 전기를 읽고는 마음이 아팠다고 말을 하면, 그는 바다를 닮았다는 인상적인 푸른색 눈을 짖굳게 반짝이면서 대꾸를 할 것이다."이봐요, 아가씨. 아직도 인생이 대단한 어떤 거라고 생각하는거요?"라고 ."난 불만 없다오.그러니 날 위해 마음 아파할 필요는 없어요...."
2.로맹 가리에 대해 관심이 있기도 했지만 ,한 작가의 전기로도 탁월하단 말을 들어서 오래전부터 번역이 되길 기다리고 있던 책이었다.과연 명성 대로였다.술술 책장을 넘기게 만들던 경쾌한 문체, 생존 했던 등장 인물들을 무리 없이 상상하도록 만드는 통찰력, 갈래 갈래 복잡한 과거의 역사를 오늘 신문의 한 페이지를 들여다 보듯 간결하게 정서하는 역량. 객관적이여야 할 때와 주관적인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의 경계선을 자유스럽게 넘나들면서 자칫 딱딱하게 전개되기 쉽상인 전기를 소설처럼 읽히게 하는 유연함. 작가의 글솜씨는 경탄스러웠다.작가로써의 욕심을 버린 채 로맹 가리란 작가의 진면목을 알리고자 애를 쓴 흔적이 역력했다. 로맹 가리가 이 책을 봤다면 모든 페이지에 고개를 끄덕일리는 없다 해도 읽고 나서 인상을 찌프리진 않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3.조울증으로 한 평생을 남 모르게 고생한 듯한 흔적이 뚜렷한 사람.사생아, 자식의 성공에 모든 것을 걸고 산 엄마의 아들. 가난함과 무명을 지긋지긋해하며 성공을 위해 달려가던 수줍은 젊은이,여러 차레 기적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30대부터 삶을 덤으로 여기며 살았을 것 같은 사람,성공을 위해선 정직이 아닌 이미지 조작이 필요하단 것을 직감한 사람,난봉꾼으로 명성을 날리다 딸 나이의 진 시버그와의 사랑으로 자신이 구원 받을 거라 믿었던 사람,젊은 시절의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노년엔 조롱으로 되갚음 한 사람. 화려한 삶을 영위했지만 본인이 비참하단 것을 언제나 자각하면서 살았던 사람.무엇인가를 찾으려 끊임 없이 방황했지만 늙고 지치자 자살로 그 방황을 마감한 사람.로맹 가리.다른 이름으로는 에밀 아자르.
4. 이 책을 읽기전에 로맹가리의 마지막을 기억하는 작가들의 회상을 많이 접했었다.정신이나 몸이 다 망가져버린 전처 진 시버그를 다정하게 대해주던 모습이 가슴아플 정도였고,지하철에서 길을 잃고는 당황하며 서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랄 정도였다는 것,후배 작가의 개가 죽었다는 소식에 대성통곡을 하고 우는 바람에 개주인이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하는 이야기까지.난 그런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들을 때마다 부서지기 쉬운 영혼을 지닌 한 사람이 삶을 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었다.아무도 그를 도와줄 수는 없었을까?결국 그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죽음 까지도 그의 방식대로, 그가 원하던 대로 이뤄지게 한다.그럼에도,아쉬움은 남는다.그렇게도 아름다운 책을 우리에게 남겨주었고,그가 우리에게 준 위안과 통찰에 고마움을 느끼기에,그도 행복했었기를, 길을 잃지 않고 자신의 영혼을 굳건히 지켜내는 길을 찾게 되었기를 여전히 바라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그는 자신에겐 거짓말을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그가 가고 난지 오랜 시간이 흐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의 명복을 비는 일밖엔 없을 것이다.
고인의 영혼이 편히 쉬시길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