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웰스
앤 패칫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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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의 시간>이 작가가 어쩌다 써내려간 운좋은 작품이 아니라는걸 알게 해준 소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서 놀라고, 이야기를 다루는 능숙한 방식과 객관적인 시선에 놀란 작품이다. 작가의 분신이라 보여지는 프레니, 그녀는 자신의 한 살 세례식 파티에서 엄마가 아빠의 상사와 눈이 맞아서 두 집안이 와해되는 바람에 자신의 친 언니와 의붓형제 네 명과 함께 지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바람으로 두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가운데, 그 잔해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자라고, 또 그 사건의 당사자들은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지 굉장히 논리적이고 반박하기 힘든 설득력으로 전개해 나간다. 직접 경험한 당사자가 아니라면 이렇게 정교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찾아보니, 작가의 경험담에 기초한 이야기라고. 영화배우처럼 아름다웠다던 엄마가 펼쳐가는 인생 역정이 매우 흥미로워서, 작가가 왜 이 작품을 써야 겠다고 결심을 했을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라도 작가가 될 수 밖에는 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집안사에 얽혀든 사람들의 면면들이 다채롭고, 그걸 캐치해내는 작가의 영민함이 돋보인다. 엄마가 너무 아름다운데다 바람끼까지 있으면 자식들은 어떻게 자라게 될까 궁금하신 분들은 보심 되겠다. 작가의 시선이 굉장히 공정하고 시야가 넓어서 무릎을 탁 치게 되는 순간들이 여럿 있었다. 성역없이 우아하게 까대는 그녀만의 전매특허도 일품. 모르긴 몰라도 자신의 일생을 이렇게 표현해준 딸에게 작가의 엄마도 무척 좋아했을 듯 싶다. 이 책 덕분에 작가가 궁금해서 알아보니, 작가의 엄마도 보통 분은 아닌 듯 해 보여 말이다. 친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야 새 아버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할 수 있었다는, 이 공정한 작가에게 빠지기에 더없이 완벽한 책이지 않는가 한다.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전까진 돈을 준다는 곳에는 어떤 글이건 다 썼다고 하던데(물론 가난해서), 그래서 그런가 글을 잘 쓴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가소롭고 어줍잖게 느껴질만큼. 필력이 엄청난 작가를 만나서 행복했던 독서였다. 작가의 다음 편에는 어떤 작품을 들고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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