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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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보다 훨씬 대단한 책.  - 빌 게이츠  


이 책을 설명하는데, 이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는 것 같아서 빌려 왔다. 작년 엄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우울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적어도  2년은 책을 안 사도 버틸 수 있을 만치 책을 사들였다. 이사올때 책을 정리하면서 다시는, 왠만하면, 책을 사지 말자던 내 다짐을 안드로메다로 가볍게 보내 버리고 말이다. 그렇잖아도 까다로운 내가 아무 정보도 없이 책을 마구잡이로 사들이려니 검색창이 부서져라 두들겨 댔을 것은 당연지사. 근데 검색창에 뭔가를 넣을때마다 이 책이 팝업창 뜨듯 자꾸 나타나더라는 것이다. 뭐가 그리 특별한데? 싶어 내용을 읽어보니, 시골깡촌 무지렁이 소녀가 어찌어찌 대학교에 갔다가 결국 케임브리지에 하버드까지 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도 시골에서 용난 이야기가 먹히나 보네, 하면서 난 그런 것에 더이상은 관심이 없습니다...라고 종지부를 찍었는데, 문제는 검색을 할때마다 다시 이 책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요즘 기억력이 하도 없어지다보니, 내가 예전에 들여다 본 책이라는 것도 잊은 채 다시 뭔가 대단한 책인가봐 하면서 내용을 흩어보면 바로 그 개천에서 용이 났다는 이야기. 왜 이리 식상한 줄거리에 사람들은 열광을 할까, 미국 사람들도 참 단순한가 보네, 라면서 짜증을 내다가,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뭔가 찜찜한 것이 남아 있었는데....


그리하여 번역서가 나왔다는 말에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가벼운 마음에 들여다 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곤 첫 페이지를 읽는 그 순간 나는 알아차리게 된다. 내가 읽고 있는 것이 그야말로 대단한 책이라는 것을. 미래에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책을 지금 내가 읽고 있구나 하는데서 오는 서늘함? 흥분? 이런 책이 가능할거라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너무 쉽게 만나진 것에 대한 어이없음? 하여간 그런 복잡한 심정을 안은 채 책을 읽어 내려 가기 시작했는데,  책을 내려 놓을 즈음에는 마침내 난 이해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왜 이 책에 그렇게 열광을 하는지, 아마존의 알고리즘이 왜 나에게 이 책을 꾸역꾸역 밀어넣었는지, 그리고 빌게이츠가 왜 저런 말을 했는지등을 말이다. 진짜로 이 책은 소문보다 더 대단한 책이었고, 그것이 딱 내 심정이었다.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한 소녀의 성장사라 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이 책을 설명하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 소녀로 자라고, 그녀(저자인 타라)가 자신의 의지와 힘으로 대학이라는 세계로 나아가기 까지 한 20여년 정도의 세월은, 남자의 부속품 내지는 종속품으로 여겨지다 동등한 인간으로 인정받기 위해 우리 여성들이 해온 200년동안의 투쟁사를 응축해 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나. 요즘 같은 세상에 단지 교육을 받기 위해 이렇게 처절하게 투쟁해야 한다는 것도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저자인 타라의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려는 강렬한 의지였다. 그것도 조현병에 조울증을 가진 무정부주의자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게 무기력하게 끌려 다니는 엄마에 대항하면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시달리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가족들 사이에서 매순간 자신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가족들 말대로) 미친 것인지,그 누구에게도 물어볼 사람이 없어 외롭게 나아가는 모습은 아찔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그래, 나는 미쳤구나 하면서 자신을 포기하는게 너무 쉬워보일만큼 가족들의 압력이 거셌기 때문이다. 허공 200미터 상공에 줄을 매달고 걸어간다고 한들 그녀의 삶보다 더 아슬아슬했을까. 물리적으로 보이는 폭력보다 더 끔찍한 것이 때론 정신적인 폭력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하늘이 주신 축복인지, 타고난 예리한 지성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해간 타라 웨스트오버,누군가는 이 책을 성공담으로 읽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겐 이 책이 성공담으로 읽혀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인간의 광기와 무지가 가져온 폭력사로 읽혔다. 가장이 그렇게 정신나간 자가 아니었다면 자식들이 가지 않아도 되었을 고생의 역사 말이다. 그 길에서 살아남았다 한들 그 피곤함과 억울함은 도대체 어디서 풀어야 하는 것일까? 그녀의 성공에도 나는 한없이 그녀가 안스러웠다. 나는 그녀가 앞으로 행복할지 아닐지 알지 못한다. 과거의 것을 뒤로하고 그녀는 행복할 수도 있다. 아니면 과거와 가족에 발목잡혀 그녀가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한 그 굴레에 자신을 가두고 살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아직도 어딘가에서 외롭게 성장하고 있는 수많은 타라들에게 그녀의 이 책은 위로와 지침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코 그것을 알지 못하겠지만, 나는 알기에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녀가 자신의 부모가 그녀에게 줄리 없는 용서와 인정을 더이상 바라지 말고 그녀만의 인생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그녀의 성장담을 언젠가 다시 읽어 내려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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