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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베네치아 - 꿈꾸면 신나는 그곳...
뒤르크 쉬머 지음, 장혜경 옮김 / 푸른숲 / 2006년 9월
평점 :
절판
아무 생각도 ,정보도,기대도 없이 집어 들었다.여행서라고 짐작만 하고.
그런데 몇페이지를 읽어 보니 아무래도 작가가 기자출신일거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짧은 문장,군더더기 없는 말투, 자신의 감상보다는 보이는 정보를 최대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서 보여주는 태도등.
그래서 표지는 보니 ,독일인인 작가가 베니치아에 특파원으로 있을 때 쓴 글을 모은 것이란다.
그럼 그렇지.
"유명인의 대형 무덤보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방치된 무덤들이 내 마음을 끈다고" 책 한 구석에서 밝혔듯이 이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우며 운치가 서려 있는 베네치아가 아니다.
그 보단 베네치아의 일상과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의 주된 관심사다.
보통의 관광객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담긴 시선들.
쓰레기를 치우는 사람들. 곤돌라를 끄는 사공들, 곤돌라를 만드는 사람들,땅 위에 내리지도 못하는 가여운 선원들을 돌보는 신부, 자신의 음악을 누구에게나 들려주는 활기찬 레스토랑 주인,쿠베르탱의 후예를 자처하며 구식 식자판을 조립해 인쇄를 하는 식자공의 이야기.
비발디의 사계라면 진저리를 친다는 베네치아인들--비발디가 베네치아 태생이라서--,비가 오면 더 아름답다는 베네치아의 모습들을 눈앞에 보여주듯 그려내고 있었는데 새로웠다.
또,소소한 일상이건 테러라는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건 그것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베네체아인들 역시 이방인의 눈에는 흥미롭기만 했고.
이탈리아안에 있기는 하지만 음식 맛은 형편 없다는 것과 모기의 극성이 상상 그 이상을 보여 준다는 것,허영으로 충만한 베네치아의 카니발에 대한 이야기도 그곳에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면 들려 줄수 없는 정보일 것이다.
눈이 오면 (눈이 쌓이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골절 환자가 속출한다는 이야기는 이야기의 비극성에도 불구하고 한참을 웃었으며,베네치아에선 아주 작은 것을 바꾸려 해도 한 세월을 보낸다는 이야기도 재밌었다.
다정하고 정감 어리고 약간은 패쇄적인 베네치아인들의 모습이 냉정할만치 모든 것을 통찰하지만 결코 애정어린 시선을 잃지 않는 작가의 눈을 통해 해부되고 있었다.
객관적인 시선이기에 그곳에 사는 사람보다 어쩜 더 정확할 거란 생각이 든다.
유머감각도 출중하고 정취도 지루하지 않는 선에서 잘 묘사하는 것을 보니 수작의 범주에 넣고 싶지만, 어쩜 이 책이 내 취향의 책이여서 그런지도 모른단 생각에 한 발 물러선다.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2차대전 때 베네치아의 유대인들은 가스 수용소에서 죽음을 당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었다.
경찰서에 근무하는 누군가가--끝내 밝혀지지 않았다고 함--일제 검거령이 내려진 것을 미리 알려줘서 다들 도망갔다고 하니,쉰들러 리스트 못지 않는 미담이지 않는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