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남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7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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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죠반니노 과레스키의 책 중에 <끼아마 끌로딜데의 운명>이란 로맨틱 코메디 소설이 있는데,(번역본의 제목은 다른걸로 안다.) 그  책엔 피마자유를 먹으라는 엄마의 말을 거역하는 꼬마가 나온다.

온갖 감언이설과 협박에도 꼬마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자 엄마는 상속 조항에 피마자유를 먹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변호사에게서 그 조항을 들은 상속인이 기꺼히 가난뱅이가 되는 길을 택하면서 사건들이 발생하는 재미난 소설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자기 오래전에 읽은 그 책이 떠올랐다.

왜냐면 ,바로 이 책 속의 주인공(코지모)역시 먹는 것 때문에 고집을 피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메뉴가 다르다는 것? (코지모는 달팽이 요리다.)

이탈리아 사람에겐 먹는 것이 중요하고,한번 고집을 피기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사람들이다,라는 추론을 하게 됐다면 ,비약이 심한건가?

 

줄거리는 18세기 이탈리아 의 몰락해가는 귀족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난 코지모가 12살이 되던 해 달팽이 요리를 먹으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항의해 나무로 올라가면서부터 시작한다.

조금 하다 그만 두겠지 라는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본인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목상 생활을 정착해 나가는데...

그 후, 나무 위해서 살아가면서 하나의 사회를 만들고 일군 코지모의 한 평생이 그의 동생의 입을 통해 무용담처럼 해설되고 있는 책이다.

나무 위에서 그는 교양도 쌓고, 당대의 지식인들과 서신 교환도 하며,사랑과 사냥도 하고,혁명도 지휘하며 ,도둑도 잡고,마을 사람들을 보호하며,끝내는 미치기도 한다.

한 특이한 사람의 일생이 꿈에서 본 듯한 생생함과 모순 없음을 무기로 황당하게 전개되고 있는 소설이라 생각하심 되겠다.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이 작가의 대단한 상상력이다.

나무 위해서 평생을 살아 간다는 황당한 이야기를 마치 있었던 일처럼 그려내고 있으니까.

상상력 하나 만으로 만들어 낸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며 그럴 듯했다.

거짓말을 이 수준으로 할 수 있다면 거의 사기꾼이라고 보심 되겠다.

이렇게 매력적인 사기꾼이라면 얼마든지 넘어가 주련다라는 마음 자세가 절로 나오게 하는 작가였다.

다른  하나는 문장이 술술 넘어 간다는 것이다.

경이로운 필력이다.

한 순간도 멈칫하는 법이 없이 그냥 주르르 읽도록 만든다.

쉬운 말을 사용하면서도 할 말을 다한더라는 것,부럽고 배우고 싶은 자질이었다.

 

단, 좀 싱겁다는 것이 아쉬웠다.

개성적인 인물보다는 당시의 사회상에 촛점이 맞춰져 있어서 말이다.

<백년 간의 고독>이나 < 악마의 시>의 현란함과 다양성,치명적일만큼 매혹적인 등장 인물에 익숙한 현대의 독자들에겐 다소 칙칙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장점들이 워낙 강해서 그의 다른 작품들도 챙겨 보려 한다.

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뻗쳐나갈지 자못 기대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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