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ch-22 (Paperback, Reprint)
조셉 헬러 지음 / Simon & Schuster / 199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대강 석달쯤 읽은 것 같다.

처음엔 번역본을 집어 들었다.말투가 맘에 안 들었다.

그래서 원서를 집어 들었다.말투가 예술이었다.그런데 번역이 충실히 되어 주지 않았다.

결국 항복을 하고 번역본을 집어 들었다.

것도 쉽게 읽히지 않아서 석달이 걸렸다.

대강 시트콤 하나를 볼만한 시간이다.

딱 시트콤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끝내 이 정신사나운 등장인물들 모두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 그랬다.

 

CATCH-22는 존재하지 않지만 어디서나 적용이 가능한 군대 법률 조항이다.

군대를 퇴역하려면 미쳐야 한다는 조항인데,문제는 미쳤다는 것을 증명할 정도면 절대 미친 사람일리 없다는 것,고로 이 조항을 이용해 어떻게 해서든지 집으로 돌아가려는 이 책의 주인공 요사리안은 미칠 지경이 된다.

 

28살의 공군 대위 요사리안의 유일한 목표는 단순하다.

한쪽으로 붙어있는 몸으로 고향으로 살아 돌아 가겠노라는것.

이데올로기도,나라에 대한 충성도,적군을 무찌르자는 구호도 그완 전혀 상관이 없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출세욕에 불타 출격횟수를 늘리는 윗꼭대기들의 명령에 의해 번번히 좌절 되고,결국 그는 쫓겨 나든지, 탈출을 하든지,꾀병을 앓아 병원에 가 잠수를 타든지 간에 죽는 것만은 사양하기로 맘을 먹는다.

하지만 그런 계획마저  여타의 외적 조건들에 의해 꼬여만 가는데...

과연 그는 살아 돌아갈 수있을 것인가?

 

작가가 38살때 ,10여년만에 탈고한 책이란다.

이 세상에서 이제 새로운 것은 없다고 누군가가 말을 했다던데,이 책은 아니다.

모든 것이 새롭다.

군인들은 장엄하고 비장한 각오로 전쟁에 임할 것이라는 환상을 여지없이 깨부시며 그저 죽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요사리안.취사 상병에 불과하지만 천재적인 수완을 발휘해 군대 내에서 국제적인 장사를 하는 마일로 상병,짐을 풀기도 전에 출격을 나갔다 전사했지만 살아 있는 사람 취급을 받는 머드.어리버리 군목,여자를 강간하고는 던져 죽인 뒤 '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여자 하나 죽인게 뭐 그리 대수냐?"고 반문하는 알피,일을 하기 싫어해 사무실 창문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꾸준히 승진을 하는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 메이저.창녀에게 구두 뒤축으로 죽을 만치 얻어 맞아가면서도 병신처럼 웃기만 했다는 오르 상병,창녀를 사랑하는 네이틀리,그 네이틀리를 혐오하다 그가 죽자 그 소식을 전한 요사리안을 죽이기 위해 스토킹을 하는 창녀,살아 있지만 사망자로 전산처리되어 죽은 자 취급을 받는 다네카 군의관등등...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다.

처음엔 그런 조롱과 엉뚱함과 신랄함과 재치와 정신 사나움에 이 책이 어디로 가는지 짐작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2편으로 가면서 동료장병들이 출격에 나간다는 이유로 미쳤다고 비난을 하면서 죽이지 못해 안달하던 요사리안이 사실은 동료가 죽을까 벌벌 떠는 따스한 심성의 소유자이란 것이 밝혀지고, 너무도 못생기고 단순하며 멍청해 요사리안의 동정의 대상이 되었던 오르가 엄청난 비밀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것이 알게 되면서 분위기가 싹 하고 바뀌게 된다.

단지 조롱만을 위한 책이 아닌,이젠 죽어버린 말처럼 들리는 휴머니즘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다시 말하면,전쟁을 조롱하고 혐오하며 이건 미치지 않고서는 수행할 수없는 일임에도 모두들 멀쩡한 정신으로 임한다더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보이지만,그 안에 흐르고 있는 것은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와 동정과 자긍심이였단 말이다.

경박한 전쟁 풍자소설을 읽고 있는 줄 알았더니 알고 보니 감동적인 인류애가 담긴 소설을 읽은 셈이다.장사라면 수지 맞는 장사를 한 셈 아닌가?

 

와우...이걸 38살의 나이에 썼단 말이지.

대가라고 불려도 될 정도의 책을 38살에 썼다니.그것도 엄청난 반전을 담아서 말이다.

존경스럽다.

말이 엄청나게 많다.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아서 그렇다.

하지만 수다스럽지는 않다.

그가 하고 싶어한 말들이 어거지로 끄집어 낸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그는 전쟁이 얼마나 미친 일인가 하는 것을 너무도 완벽하고 훌륭하게 증명해 내었다.

요사리안..널 언제나 기억하겠어.

탈출해서 스웨덴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기를.

네가 꿈꾸던 대로 사생아를 꾸역 꾸역 내지르고도 전혀 책임지지 않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길 바라...^^

 

<추신>원서의 말발이 장난이 아니다.뭐랄까.

말을 가지고 장난을 엄청 치는데 더할 나위없이 기발하다고나 할까.

말장난의 묘미를 제대로 느끼게 하는 특이한 문체였다.

번역본은 그 묘미를 다 살리지 못하는데,사실 그걸 다 살린다는 것은 누가 번역을 하든  불가능하다.

그래서 원서를 보실 수 있다면 그것도 보시라고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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