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
프리모 레비 지음, 이현경 옮김 / 돌베개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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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마르께스의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를 앞에 두고서도 자꾸 눈이 가길래 읽어 버렸다.

아르곤, 수소,아연으로 시작해 탄소에 이르는 21개의  원소를 가지고 각각의 원소를 주제로 연상되는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 책이다.

도무지  화학 원소를 가지고 풀어나갈 이야기가 있는지, 어떻게 풀어 나갈지가 궁금해서 집어 들었는데 멋지게 한방 먹은 기분이다.

이렇게 완벽하고 멋지며 감동적이고 인간적인 주기율표는 처음 봤으니까...

 

이 책은 작가의 작은 역사다.

1919년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유대인으로 대학 시절 화학을 전공했고, 파시즘과 아우슈비츠에서 살아 남았으며, 그 다음엔 죽지 않기 위해 생활 전선에서 아둥 바둥댔던 이야기들이 고스란이 원소들에 대한 추억들과 더불어 그려 지고 있었다.

그 자신  자서전은 아니라고 했고 내가 보기에도 자서전은 아니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원소들의) 주기율표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그의 인생을 관통한 사건들과 꿈과 상상력과 그와 함께 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들이 원소들과 더불어 전개된다는 것일뿐.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그를 구해준 것도 그를 평생 먹여 살린것도 그가 화학자란 우연때문이여서 그런지  그의 원소에 대한 애정은 남 달랐다.

그리고 그만의 그런 애정이 바로 이 책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그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원소를 가지고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게다가 지성적이고, 인간적이며,애처로울만큼 초연한 자세와 정신의 유연함이 그대로 묻어 나는 글들속의 주인공이니,만일 원소들에게 단체가 있다면 그들을 빛내 준 이 작가에게 공로상을 주겠다고 거품을 물지 않을까 싶다.

 

그 모든 이야기들중에서 아우슈비츠에서 세명의 동료들과 살아 남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둑질--빵을 얻기 위한--을 했었던 이야기와 결국 자신만이 살아 남았던 것에 대한 처절한 비통함,그리고 20년이 지난 뒤 그 당시 그들을 지휘하던 독일 상급자와 조우하게 되었을 때의 기막혀 하는 것들은 마음을 울렸다.

자신의 의지완 상관 없이 한 세상을 험난하고 아슬아슬하게 살아온 그는 말한다.

<현실은 허구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덜 정돈되어 있으며 ,더 거칠고 덜 원만하다고...

그것이 같은 차원에 놓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이 정신 나간 세상을 분노로 일관하지 않기 위해 그는 열심히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인간성과 지성의 성과물이며, 감히 단언컨데 승리물이다.

물질을 지배하는 것은 정신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건 전적으로 그에겐 옳은 말이다.

인간의 정신이 조용히 승리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집어 드시라고 권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기립박수를 받아도 좋은 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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