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이키드 런치 ㅣ 책세상문고 세계문학 31
윌리엄 S. 버로스 지음, 전세재 옮김 / 책세상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부유한 집안 출신의 하버드 졸업생인 작가가 마약 중독에 빠져 갖가지 인생 역정을 거친 뒤 45살에 중독에서 벗어나 쓴 책이다.
제목을 가지고 내용을 짐작하기 어려우실 텐데 이 책은 마약에 대한 입문서이고 청사진이다.
일단 마약에 빠지면 인간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는 반복해서 말한다.
당신이라도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 라고...
<절대적 욕구가 내뱉는 말은 "당신이라도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이다.그렇다 .당신도 그렇게 할 것이다.당신도 절대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을 할 것이고,속임수를 쓸 것이고,친구를 밀고할 것이고,훔칠 것이고,그 어떤 짓이라도 할 것이다.왜냐하면 당신은 절대적인 질병과 절대적인 소유의 상황에 처해 있어서 다른 방식으로는 어떻게도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마약 중독자는 자기가 현재 하고 있는것과 다르게는 행동할 없는 병자들이다.>
이것이 바로 네이키드 런치다.
욕구와 욕망이 인간을 집어 삼켰을때의 인간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나약하며 역겹고 추악해지며 갈때까지 가는지를 이 책은 설득력있게 보여 준다.
동성애, 강간, 폭행 ,강도,살인,시간은 애교 수준이고, 인간에게 가해지는 가학 행위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당신의 상상력으로는 근접도 못한 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건,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건,마약을 하기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사람들.마약이 사람의 감각을 마비시켜 종국에는 수치심을 박탈시킨다고 하는데,수치심 죄책감의 결여가 인간을 어떤 괴물로 만드는지 보고 싶다면 이 책이 제격이다.
이 책도 그런 수치심이 결여가 아니라면 써내려 갈 수 없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59년 이 책이 나왔을 때 외설 시비로 법정까지 갔다고 하는데, 항문이니 똥이니 윤간이니 소아강간,남창,성기 ,오르가즘,음모,빨고 ,사정하고,쾌감과 흥분과 발기가 페이지마다 난무하는 책이었지만 외설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차라리 하이틴로맨스가 이 책보다 외설스럽다. 왜냐면 그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가 성욕이나 성과는 관련이 없기 때문이었다.수치심이 없는 성은 무감각 그자체며, 자동적이고 기계적인 동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설을 말한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음에도 그 당시엔 그것이 충격으로 다가 왔었나보다.
이젠 이 책에 외설시비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본다.
마약 중독자의 처량맞은 인간 말종사에 불과한 책이란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신은 어느 지점에서라도 '네이키드 런치'에 끼여 들수 있다.라고 이 작가는 경고한다.
그의 말이 경고로 들리지 않는다면 현명한 충고로라도 받아 들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작가도 마약이 아니라면 이렇게 살리 없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는 독자가 자신의 말에 현명하게 귀 기울이길 바라지만, 마약쟁이들이 그의 말을 듣기나 할지 의문이다.
잘 쓴 책이긴 하다.하버드대 출신답게 마약쟁이의 철저히 영락한 삶을 지성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마약계의 보르헤스라고 불리워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읽어 보시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이 책의 진가나 작가의 명성이 과대평가 되었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이 작품은 문학작품이라기 보단 르뽀다.다시 말하자면 겪은 일들을 쓴 것이다.
충격적이고 비참하며 믿기 힘들겠지만 그것이 마약의 속성인 것을 어쩌랴.
고로 마약에 대한 메카니즘의 비밀이란 없는 지금, 대단한 문학 작품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충격적 소재 일색이나 소년에 대한 노골적인 동성애적 시선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그런 가학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미화하는 작가를 보면서 그래도 이 작가는 말년에 대단한 문학가라면서 존경을 받았겠지...하는 생각에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