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립자 Mr. Know 세계문학 29
미셸 우엘벡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이웃의 추천이 아니었다면 아마 보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우선 제목부터가 전혀 구미에 안 당긴다.

소립자?

과학 저서도 아닌 소설에 소립자란 제목을 쓰다니,거기에  작가의 자부심이 숨어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아닐 것이다.

대단한 책이란 것은 틀림 없으니 말이다.

 

오로지 성(sex)에 집착해서 사는 형과 sex엔  관심 없이 사는 이부 동생의 이야기가 대비되서 전개되는 소설이다.

자식을 키우는 것은 뒷전이고 젊은 남자만 쫓아 다니는 엄마, 부재중인 아버지들, 1960년대와 70년대 서구를  휩쓴 쾌락적이고 방종적인 사회 분위기속에서 자라난 두 형제 브뤼너와 미셀은 얼핏 보기엔 공통점이라고는  없어 보이나 고독하고 비참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똑같다.

교사인 브뤼너는 성적 모험을 즐기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붓지만 결국 정신 병원에서 생을 마감하고, 과학자인 미셀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아나벨을 밀쳐내면서 일에만 몰두하지만 결국 자신의 업적을 완성한 뒤 자살을 한다.

이 세사람, 브뤼너, 미셀, 아나벨이 추구하는 것은 각자 극명하게 다르다.

성과 일과 사랑.

하지만 그 어떤 것에서도 행복을 찾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닮은 사람들이다.

그 닮은 점이 바로 이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인간은 어떻게 하든 추접할 정도로 비참한 존재라는 시각 말이다.

결국 이 작가는 인류의 종말로 끝을 맺는다.우리 인류가 기쁘고 다행스런 심정으로 우리 종의 종말을 받아 들인다는 미래의 뉴스로 에필로그를 장식하며.

인간종이 얼마나 타락 했고,비참 하며, 불행 한데다, 더 이상의 구원이 없을 정도로 갈 때까지 갔다고 생각하기에 "종말도 행복해요" 하는지 궁금하신 분은 이 책을 보시라.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설득력 있다.

 

(성의)해방이 방종으로 치닫다 못해 종래 인간을 사물시 하는 상태가 되어가면서도 브레이크가 안 걸리는 유럽 사회의 모습을 대변하는 브뤼너, 그런 사회를 냉정을 넘어서 자페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결국 인간종을 멸종으로 이끄는 생물학적 이론을 내놓아 학계의 총아가 된 미셀,여성다운 천진함으로 사랑만을 믿었다가 파괴되어 버리는 아나벨.

이 책엔 사랑이란 감정은 없다.

섹스의 과잉과 부재가 있지만 사랑과는 관련이 없고, 도덕의 황폐화와 시대의 종말적 징후를 드러내 보여준다는 점에서 동의어로 표현이 될뿐이다.

결국 형제를 통해  작가는 우리 시대의 미래 없음을 통렬하게 보여 준다.

우울하고 암울한 미래,인간종의 말살이 오히려 지구에겐 희망일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냉소적으로 전하면서.

 

종종 한번에 읽어 내려갈 수 없는 책들을 만난다. 

감동적이거나, 무섭거나, 지루하다거나 ,통찰력에 경도 되었거나 등등의 이유로.

그런데 이 책은  성에 대한 묘사가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집요했던 탓에 질려서 한번에 읽을 수 없었다.

섹스에 대한  집착들을 결국 죽음과 멸종으로 연결을 시킨더라는 것이 이 작가 특유의 흥미로운  견해였긴 했지만,모든 것을 sex라는 필터로 해석해낸더라는 것은 공감할 수 없었다.

 

자신의 생각을 철저하게 이 책 안에 쏟아 부었다는 것,주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철학과 과학, 종교, 역사를 심도 있게 버무려 자신만의 이론으로 내 놓았다는 것엔 작가의 지성에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에 공감 하기가 어려웠다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짧고 순진한 내 소견으로는 작가가 인간의 생명력과 탄력성을 과소평가하지 않았는가 싶다.

결국 대단한 통찰력과 집중력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대가다운 시선은 모자랐다.

다른 말로 하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 빠진,작가의 통찰력에 대한 경이와 씁쓸함과 불쾌함이 공존했던 책이라나 할까.

이 작가가 미래에 자살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다해도 난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다.

인생에 대해 자부심과 집착과 사랑이 없어 보여서 말이다.

결국 삶이란 자신의 생각대로 펼쳐가는 것이 아니던가.그게 먹히든 안 먹히든 간에 말이다.

어쨌거나 놀라움과 역겨움이 교차하던 책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내겐 역겨움이 더했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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