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활인 상.하 - 전2권
박영규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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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 ㅣ 박영규 ㅣ 교유서가




"대군께서는 어떤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사람을 살릴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사람을 죽이는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겠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사람을 살릴 사람이 왕이 되어야 하겠지요."

"그러면 대군께서 정치를 하신다면 활인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살인의 길을 택하겠습니까?"

"그것도 물론 활인의 길을......"




때는 이방원이 왕좌를 차지하고 양녕대군이 몹쓸 짓을 일삼고 있을 당시로 역병이 돌았다. 역병잡이 승려라고 소문 난 탄선은 서활인원의 수장으로 승려, 무녀들과 함께 역병치료에 힘쓰고 있었다. 역병의 특징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응 수칙을 세우려고 애를 썼지만 쉽게 대응책을 세울 수가 없었다. 역병으로 죽은 시신들을 파묻던 중 한 시체를 두고 역병이 아닌 살해당한 사람이라고 우기는 오작인(지방관아에 속하여 수령이 시체를 임검할 때에 시체를 수습하는 일을 하던 하인)이 있었는데 오작인의 설명을 들은 탄선은 그를 일개 오작인으로 치부하지 않고 의원으로 키우기로 한다.


그 오작인은 노중례라는 이로 나장들과 함께 사체로 발견된 궁녀의 사인을 밝히지 못해 무녀의 딸인 서활인원의 의녀 소비의 도움을 받는다. 그 소비는 탄선의 제자였다. 노중례는 소비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란다. 노중례에게 오작의 일이란 생업을 뛰어넘는 의미였는데 너무나 쉽게 밝힌 궁녀의 사인으로 자신이 아직은 멀었다고 자책한다. 한 편 소비는 충녕대군의 아기씨, 훗날 문종이 되는 ' 향'의 치료로 심 씨 부인과 충녕대군의 인정을 받는다. 탄선과 노중례, 노중례와 소비, 소비와 충녕대군. 앞으로 그들의 만남은 어떻게 이어질지...




세계가 감탄했던 대한민국의 방역시스템은 아마 IT강국이면서 위생에 대한 높은 의식수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싶지만 긴 병에 효자 없듯 긴 역병으로 인해 국민들은 방역에 지쳐가고 함께 몰락하는 경제로 인해 더욱 타격을 입은 상태이다. 우스갯소리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걸러진다고들 하고 형식적인 만남이나 의식들이 줄어가고 있는 듯 하지만 일상생활을 해야하는 국민들과 무서운 속도로 전염되는 오미크론으로 인해 의료시스템과 관계자들이 부족하고 많이 지친 상황이다. 이런 때에 작가는 '활인'이라는 화두를 건넨다. 의미 있고 좋은 책을 출간하는 출판사로 알고 있는 교유서가에서 '실록사가'라는 찬사를 받는 작가 박영규의 <활인上下>가 출간됐다.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의 작가인 박영규의 <#활인>은 현재 공중파에서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와 함께 보면 좋을 듯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태종 때문에 화가 나는데 <활인>에서 충녕대군이 왕위에 오르고 그의 '활인' 정치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어 속이 편해진다.



주로 역사에 대해 저술했던 박영규의 <활인>은 승려 탄선과 의녀 소비, 그리고 태의 노중례를 등장시켜 역병을 대하는 의료진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도서이다. 역병을 연구하는 탄선은 역병이 도는 곳이라면 마다않고 찾아가 그 특징을 잘 살펴 대응책을 편다. 백신도 없고 항생제 하나 없지만 대책을 세우고 방역에 임하는 모습은 꽤나 체계적이다. 거기에 환자들의 병증과 그에 해당하는 치료법, 침과 뜸의 사용법, 각 약재의 쓰임, 의술서 등의 등장으로 작가가 역사 뿐만 아니라 의술에도 능통한 이로 생각된다. 부족한 사료에도 작가는 실제 인물의 남겨진 업적만으로 캐릭터를 만들고 충분한 개연성을 갖춘 에피소드를 선보인다. 이것이 역사 소설의 매력일 것이다. 실제 인물인 충녕대군, 승려 탄선, 태의 노중례, 의녀 소비 등의 등장만으로도 이야기가 탄탄할 것이라는 기대에 그들이 보여주는 의술과 사연들은 역사소설의 개연성이 멋지게 살아난다.



승려 탄선은 제자 노중례와 의녀 소비에게 원수가 병든 몸으로 누워있다면 그를 살릴 것인지 죽일 것인지 묻는다. 노중례와 소비는 각자의 원수들을 치료할 상황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로 이 질문은 탄선이 두 사람에게 의원이 갖춰야할 덕목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물은 것이지만 사실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었다. 더불어 왕좌에 오르기 위해 많은 이의 목숨을 앗은 태종의 아들인 충녕대군에게 활인이냐 살인이냐를 물으며 앞으로 그의 정치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 것은 정치 또한 근본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일, 바로 활인의 큰 의미를 전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듯하다.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재미와 전개에 푹 빠지게 하는 <#활인>, 박영규의 다른 역사소설이 궁금할 만큼 재미지다. 단, 역사소설을 읽을 때는 꼭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 독자가 필터링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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