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파 - 조선의 마지막 소리
김해숙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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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파 ㅣ 김해숙 ㅣ 다산책방




"나는 나요. 누구의 뒤를 밟지 않고

오롯이 나로 남을 거요."




<금파>는 여자는 소리를 할 수 없었던 조선 후기에 금기를 깬 최초의 명창 진채선 이후 두 번째로 명창의 반열에 오른 여성 소리꾼 허금파의 이야기를 소설화한 책이다. 자료가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허금파, 당시로서는 꽤 늦은 나이인 30대에 예인이 되어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연희극장 협률사 무대에 올라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그녀의 소리에 대한 집념과 사랑이야기가 궁금했다. 소설이지만 실존 인물을 다루고 있어 흥미로웠고 한때 소리를 했던 송가인의 추천글이 있어 더 끌렸던 것 같다.



오로지 소리를 위해 관기의 자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금파는 결국 아이 엄마가 된다. 하지만 소리에 대한 열망으로 부모형제와 자식을 버리고 소리를 위해 길을 떠나 명창 신재효의 제자인 동리정사의 김세종 밑에 자리를 잡는다. 받아주지도 않는 김세종 밑에 있으려고 애쓰는 금파. 그러나 당시 소리꾼은 기생이라는 인식 때문에 소리 외에 다른 것을 요구받았고 그저 술자리의 여흥을 도와주는 도우미에 불과한 대접을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금파는 소리에 대한 열정은 더욱 활활 타오르기만 한다.


가짜이지만 혼례를 올리게 된 승윤과의 연정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더욱 소리에만 매달리는 금파. 인권도 없고 예인으로 인정받기보다는 그저 술자리의 꽃으로 살기 쉬운 소리꾼의 운명을 당시 일제강점기의 상황과 어우러져 금파의 어려움이 잘 전해져온다. 만약 금파라는 인물이 현재에 태어났다면 굉장한 매력을 발산했을 듯하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는 사랑에 대해서도 포기하고 거칠 것 없이 직진하는 꿈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한 당당한 여인이니 말이다.


당시 시대적 아픔을 가진 선조들에게 아마 금파의 소리는 슬픔을 뱉어내게 하고 또 기쁨을 만들어주는 아주 반가운 소리였을 듯하다. 금파라는 인물을 대하면서 부러웠던 점이 내게도 인생을 바칠 만큼 이루고 싶은 절대적 꿈이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 여인으로서 사내에게 사랑받는 삶을 버리고 자식도 뒤로하고 꿈을 위해 천상의 소리를 위해 인생을 살아가는 금파의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금파>의 아쉬운 점은 허금파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어서였을까? 소리에 대한 열정과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당찬 금파의 캐릭터에 맞는 에피소드로서는 조금 극적인 포인트가 없는 느낌이었다. 소리꾼으로서의 거친 파도 같은 일대기와 절절한 사랑을 기대했었다. 자료가 없었기에 더욱 창조할 가능성이 컸을 듯한 생각도 들고. 작가의 다음 편 작품에서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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