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의 인형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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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의 인형 ㅣ 장용민 ㅣ 엘릭시르




'천 년을 하루같이..... 하루를 천 년 처럼.....'




작가 장용민 소설의 매력이라 함은 실제 존재하는 역사의 한 부분에 가정을 얹고 그 가정을 탄탄하게 가지를 엮어내는 허구의 상상력이다. 그럴법한 가정을 세워 풀어나가는 서사의 힘이 탁월하다. 예전에 읽은 <#귀신나방>의 경우는 히틀러가 살아있다는 전제로 풀어낸 이야기였는데 재미도 있었고 그러한 가정을 세우고 소설화시킨 것에 놀라기도 했다. 가정을 세울 수는 있겠지만 그 가정을 풀어나가는 가지도 탄탄해야 한다. 탄탄함과 놀라운 허구의 상상력. 이것이 바로 장용민 소설의 힘이 아닐까 싶다.


때는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죽고 왕위에 오른 회왕은 항우를 견제하기 위해 함양을 평정하는 이에게 관중의 왕으로 임명하겠다는 명을 내린다. 항우는 곧장 함양으로 진군했으나 이미 유방에게 넘어간 상황. 항우는 회왕의 명을 어기고 함양을 포위하고 오합지졸에 불과한 유방의 군대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어 유방은 후일을 기약한다. 그리고 함양을 차지한 항우는 잔치에 유방을 부르고 항우의 군사 범증은 유방을 없앨 꾀를 준비했다. 그러나 유방에게는 군사 장량이 있었고 장량은 유방을 뒤로 빼돌린 후 항우에게 선물을 준다. 진시황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복을 영주산으로 보냈는데 서복은 돌아오지 않았고 그 후 다른 이가 불로초를 찾았다는 것이다. 항우에게 장량이 건네는 상자에는 기괴하게 생긴 꼽추 인형 하나가 들어 있었다.


현재. 페르메이르의 작품이 거래되어 경매장은 들썩였다. 거래가 끝난 후 경매장은 순식간에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산한데 마지막 경매 물품은 기원전 210년 중국 진나라 시대 인형이었다. 이천 년 전에 만들어진 정교한 목각 인형은 꼽추였고 진나라 시대 천재 화가 창애의 작품이었다. 오만 유로부터 시작한 금액은 일본인과 검은 눈의 동양인의 경쟁으로 이천만 유로까지 금액이 올라갔고 결국 일본인에게 낙찰되었다. 그 후 일본인은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으며 검은 양복을 입은 남자가 인형이 든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버지의 보살핌 없이 어머니와 단둘이 살며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서울대에 입학한 정가온. 그리고 최단 시간 유명한 연백 갤러리의 큐레이터가 된 그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는 연락한 적이 없었고 그는 지금 췌장암 진단을 받은 상태이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전화가 있었고 설아를 지켜달라는 문자 하나를 받은 후 아버지의 부음을 들었다. 아버지는 남사당패 단원이었고 우두머리인 꼭두쇠였다. 장례식장에서 들은 아버지는 가족을 내팽개쳤으나 남사당패들에겐 좋은 사람이었고 아버지의 죽음은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만난 배다른 동생 설아는 자폐증상이 있는 기피증 환자였고 투명한 피부에 장미를 문 것처럼 빨간 입술을 가진 눈부시게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정가온과 설아를 쫓는 정체불명의 사람들. 그리고 설아가 준 아버지의 유품. 아버지는 정말 타살인 걸까?




진시황을 생각하면 누구든 영생과 불로초를 떠올릴 것이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그는 그 권세를 누리려고 영생을 추구했을 텐데 역사에는 불로초를 찾기 위해 서복을 영주산으로 보냈지만 서복은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궁지에 몰린 유방의 군사 장량이 영생과 관련된 창애의 꼽추인형을 항우에게 바친다는 설정은 놀라웠다. 김옥균의 갑신일록, 천재화가 창애, 꼽추인형, 진시황, 고대 명의 담멸, 병마용갱, 귀도시, 일본의 왕족, 중국의 삼합회 등 역사와 상상력이 뒤엉켜 만들어내는 서사들이 주는 박진감과 미스터리가 정말 재미있다.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압도적인 매력을 발산해 선뜻 이야기를 떠나보내기가 싫다. 꼽추인형이 가진 영생의 신비로운 비밀을 캐기 위해 이천 년이 지난 지금 한중일 삼국의 혈전이 벌어지는 <#불로의인형>의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600페이지에 가깝지만 마치 영화 한 편을 보듯 흘러간다.


인간의 욕심이란 끝도 없다는 생각에 슬퍼졌는데 영생의 비밀을 간직한 인형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어디까지 추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안타까웠다. 비밀을 간직한 꼽추 인형과 신비로운 설아, 다시 생각해도 매력적인 설정이다. 한국 추리 미스터리라고 쓰고 장용민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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