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젠가
이수현 지음 / 메이킹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유리 젠가 ㅣ 이수현 ㅣ 메이킹북스




"취업 기간이 길어질수록

위태롭게 쌓아 올린 유리 젠가가 마음속에 가득 들어찼고

금방이라도 내 존재 자체가 와장창 부서질 것 같았다"




<#유리젠가>는 2020년 충북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에 당선하고 2020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당선된 작가로 별그램에서 나의 인친님이시다. 책을 출간하며 선물 도서를 보내주셨는데 이제야 읽고 서평을 쓰게 되었다. 직장인으로 틈틈이 글을 써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얼굴로 봐서는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동안이신 작가님이 이렇게 글을 잘 쓰실 줄은 몰랐다. 술술 읽히는 글도 놀랍지만 기승전결의 구조 속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매력과 완급조절까지, 신인상을 받을 때는 그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단편의 주인공들은 모두 청년이 대상이다. <유리 젠가>는 총 4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고 현 시대가 양산한 취업 준비생과 오랜 연애 중인 30대 후반의 미혼 여성, 동거 중인 미혼 여성 그리고 가업을 이으려는 아들이 주인공들이다. 나라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더 이상 투자할 곳이 없는 선진 대열에 들어서면서 가장 힘겨움을 겪는 세대가 청년세대일 것이다. 한 자릿수의 낮은 성장률을 보이는 한국은 지금 최저시급, 마이너스 취업률, 고학력의 실업화 등이 사회문제로 두드러졌고 거기에 코로나라는 큰 걸림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은 <오징어게임>이 내게는 현 시점을 반영한 참 슬픈 영화로 다가왔다. 이렇게 #오징어게임이 인기였던 것은 아마도 공감에 있을 것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죽는다는 명제가 예전에는 실패해도 기회는 있었지만 지금은 실패하면 다시 말해 기회를 잃으면 죽음으로 이어진다는 것으로 그만큼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되는 억울함을 모두가 공감했다는 결론일 것이다. 작가도 바로 이런 현실을 <유리 젠가>에서 다룬다. 젠가를 유리로 설정해 청년들의 위태로운 삶을 유리 젠가에 빗댄 것이 적절한 표현이지 싶다.



배제되고 소외된 주인공들은 점점 사회적으로 고립되어가는 자신을 보여준다. 가령 '친구 관계를 만드는 것조차 어쩌면 내겐 최선이었다.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때마다의 만남과 생일 축하를 위한 기프티콘과 축의금과 조의금을 보내야 함을 의미했다'라는 대목에서 최소한의 사회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을 보여준다. 이런 주인공들은 점차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개념에서 멀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유리젠가>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sns와 통화만으로 신뢰감을 쌓고 그 신뢰감을 사랑이라고 철저히 믿는 대목이 바로 그것이다. 누가 봐도 이성적이지 않은 관계인데 주인공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청년들의 모습을 나열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그저 길냥이인 고양이에게조차 위로를 받는 외로운 상황이고 코로나로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동거녀가 출근을 하든 말든 그저 이부자리를 지키고 잠만 자며 씻지도 않는 무력한 모습을 보이지만 그들은 느리더라도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달팽이를 보고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대학을 포기하고 조부 때부터 내려오는 가업을 현시대에 맞는 마케팅으로 승부하며 점차 자신감을 얻고 아버지의 인정을 받아내는 청년의 모습을 그려내며 우리에게 아직은 희망이 있음을, 조금 느려도 자신만의 속도로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렇게 제자리를 찾는 것,

달팽이의 움직임처럼 조금은 더디겠지만

서서히,

서서히 제 삶을 그려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리라.





조금은 우울한 이야기의 되새김일 수 있겠다 싶을 때쯤 주인공들은 어떻게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일어서는 모습에서 참 희망적인 이야기들에 웃음을 찾고 힘을 받는 기분이었다. 올해로 코로나는 3년 차를 맞이했다. 사회는 어수선하고 불안하며 두려움에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이런 시국에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희망을 찾아야 한다. <유리젠가>에서 주인공들이 스스로 희망을 찾고 다시 일어설 힘을 낸 것은 앞으로 우리 청년들이나 팬데믹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해야 할 일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조금의 희망만 있으면 모두 일어설 수 있는데 그 조금의 희망마저 배제되었기 때문에 위축이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2021년을 보내며 생각도 많고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렇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더불어 작가님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본다.





도서를 선물해주신 작가 이수현님께 감사드립니다.

도서를 선물받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