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에서 9시 사이
레오 페루츠 지음, 신동화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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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서 9시 사이 ㅣ 레오페루츠 ㅣ신동화 옮김 ㅣ열린책들






"나는 자유를 원했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자유를 원했다고, 슈테피.

그런데 나는 그저 지쳤을 뿐이고 이제 내가 원하는 건 

단 한 가지.

편안히 쉬는 거야."






공원에서 한 남자가 다른 이의 개로부터 아침식사를 뺏기고 있다. 개 주인은 개를 말리며 남자에게 개로부터 멀리 반대쪽으로 음식을 옮기라고 하지만 남자는 자기에게 그럴 의무는 없다고 말한다. 개에게 식사를 뺏기는데 왜 옮기지 않고 의무를 말하는 것일까? 남자는 공원의 벤치에 앉아 있는 아가씨의 옆에 앉는다. 아가씨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남자들이 늘 말을 걸어오고 이 남자도 자신에게 곧 말을 걸어올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우산을 떨어뜨리고 남자는 곧 주워줄것이라 생각하지만 남자는 자신은 양팔을 잃은 장애인이라고 소개한다. 사랑하는 여자의 사무실로 찾아간 남자, 뎀바. 그의 이상한 행동에 여자와 친구들은 그가 망토 속에서 손을 꺼내지 않는 것은 바로 리볼버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떨어뜨린 돈 봉투를 쥐여줘도 절대 손을 내밀어 받지 않고 사인을 하지 않아 돈을 취하지 않는 남자. 특이한 사람인 줄 알았더니 장애인이고 장애인인 줄 알았더니 사실 손에 리볼버가.....?



슈타니슬라우스 뎀바는 과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있는 학생이다. 조냐라는 여자를 사랑하고 멀어져 가는 그녀의 마음을 잡기 위해 여행 계획을짠다. 하지만 그에겐 돈이 없었고 그 돈을 마련하고자 애쓰지만 손을 쓸 수 없다. 남들에게 손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자신의 치부를 들키지 않으면서 돈을 벌기 위한 사투를 벌이는데 이쯤 되면 그의 손이 어떤 상태인지 몹시 궁금해진다. 도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레오 페루츠의 소설 <심판의 날의 거장>과 <스페인 기사>를 재미있게 읽어서 그의 작품들을 더 읽고 싶은 마음에 <9시에서 9시 사이>를 읽게 되었다. 앞의 두 권 모두 독특한 내용들이고 매력적인 작품들이었는데 <9시에서 9시 사이> 또한 그렇다. 그의 작품을 하나 읽고 나면 다른 소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이 생기고 독서 후 역시 믿고 보게 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독특한 소재,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대범함,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깊숙하게 끌어내 보여주는 그의 능력은 탁월한 그의 필력이 뒷받침한다.



망토 겉으로 손을 꺼낼 수 없는 뎀바는 마치 자유를 빼앗긴 인간의 모습과 같다. 인간이 만들어 낸 형벌로 자유를 빼앗긴 채 그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관철시키기 위한 뎀바의 모습은 인류가 저지른 잘못을 통해 스스로 내린 가장 큰 형벌을 받고 괴로워하는 모습 그 자체다. 뎀바가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눈을 통해 비쳐지는 뎀바의 모습은 괴이하고 우스꽝스럽다. 뎀바는 지성인이지만 시한폭탄같은 인물이다.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었다가 한순간 위협적인 사람으로 돌변하는 그의 모습이 바로 자유를 억압당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아닐지.



주인공의 손의 비밀에 대한 추측이 번번이 틀려 오기가 생기는 대목에서는 작가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 주인공의 괴이스러운 행동때문에 커져가는 의혹으로 더욱 호기심이 증폭되었다. 주인공이 가진 비밀을 풀어가는 미스터리적 요소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큰 축이 되며 그 과정속 자유를 박탈당한 주인공의 모습이 측은하고 안타까움으로 와닿으며 주인공과 함께 전전긍긍하고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금 심장이 콩닥콩닥 뛰는 일련의 과정은 작가와 주인공 그리고 독자가 하나가 되는 경험이 된다. 긴박감, 괴이스러움, 대담함, 그리고 미스터리 모두 레오 페루츠라는 작가가 가진 매력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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