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 고지마치중학교의 학교개혁 프로젝트
구도 유이치 지음, 정문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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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 ㅣ 구도 유이치 ㅣ 정문주 옮김 ㅣ 도서출판 미래지향




아이 둘을 모두 중학교에 보내보니 아이들에게 요구되는 요식행위의 시스템이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았다. 너무나 당연하게 귀결되는 답들을 굳이 선택해야 할 때, 구시대적인 행정을 지금도 답습하고 있을 때, 새로운 제도이지만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 답답함을 느끼고 지나갔던 기억들이 있다. 큰아이가 중학교 때 시작된 자유학기제는 공부의 맥을 끊어 놔 더욱 사교육에 매달리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었다. 둘째도 맞이한 자유학기제는 늦게 시작된 시험으로 인해 역시 사교육에 매달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어떤가? 코로나라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언택트 시대로 인해 zoom 수업을 하게 된 아이들은 작은 화면 속에서 만나게 되는 선생님을 눈을 피해 각자의 집중력을 엉뚱한 곳에 쏟고 있다. '학교 수업의 거품을 빼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던 때에 만나게 된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는 코로나로 인한 공교육의 해결책을 얘기하지는 않지만 학교의 쓸데없는 많은 요식행위들을 제거하고 학교의 목적에 맞게 새롭게 개혁했다는 느낌이다.




<학교의 당연함을 버리다>는 일본의 한 중학교 교장인 구도 유이치가 쓴 책이다. 교사 생활을 거쳐 교장이 된 구도 유이치는 고지마치 중학교에서 히비야 고등학교와 도쿄대학으로 이어지는 명문 학교 코스로 유명했던 고지마치 중학교를 혁신적으로 바꿔 놓은 장본인이고 그 혁신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그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폐지하고 고정담임제와 숙제까지 폐지했다. 대신 단원테스트를 실시해 시험을 치르게 해 보다 효율적인 공부를 이끌어냈다. 단원테스트 때문에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난 학생들은 스스로 주체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 외에도 따돌림 실태를 조사하고 리더를 육성하며 문제 해결형 커리큘럼을 고안했다.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 합숙과 색다른 수학여행, 모의재판, 고지마치 애프터 스쿨 등으로 고지마치 중학교는 기존 중학교의 천편일률적인 시스템을 버리고 혁신을 꾀했다. 이러한 혁신들은 구도 유이치 교장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신념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지 않기', '상위 목표를 기억하기', '자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교육을 중시하기'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구도 유이치는 수단을 목적화하지 않는 교육, 그러니까 더 나아가 학교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근원적 물음의 결과이다.




코로나로 인해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zoom 수업으로 인한 교육이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 공백은 사교육으로 메꾸게 되고 사교육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언택트 시대의 교육 콘텐츠가 요즘 자주 눈에 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그만큼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만의 기우였으면 좋겠다. 그야말로 우리가 학교에 기대하는 것은 오로지 '제대로 된 수업'이 돼버린 느낌이다. 이런 시대에 학교의 요식적인 행위와 구시대적인 시스템이 가진 거품들을 걷어내고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효율적으로 지식을 탐구하고 성숙한 자유인으로 성장해갈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면 현재 줄 세우기 식의 입시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요구되는 교육의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 <#학교의당연함을버리다>는 반갑기도 했지만 아쉬움도 불러왔다. 이런 책이 우리나라의 교장선생님이 쓴 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말이다. '아이를 보내고 싶은 중학교1위'라니. 사교육 시장이 점점 커져가는 이때에 학교의 개혁은 반가운 일일 것이다.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고지마치 중학교 학생들은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공부란 어떤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가?라는 물음의 답을 스스로 찾을 것이며 민주주의 사회 속에서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인성교육을 통해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사회상에 걸맞은 인재들을 배출해 줄 거란 희망을 채워주기에 충분할 듯하다. 교육제도마저 일본을 따라왔던 우리나라도 이제 스스로의 자구책을 마련할 시기가 아닌가 자문해 보며 성숙한 자유인의 양성이라는 요구에 우리나라 중학교는 스스로 개혁할 준비가 되어있는지 궁금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도서를 지원해주신 도서출판 미래지향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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