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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링, 칭링, 메이링 - 20세기 중국의 심장에 있었던 세 자매
장융 지음, 이옥지 옮김 / 까치 / 2021년 9월
평점 :

아이링 칭링 메이링 l 장융 l 이옥지 옮김 l 까치
'옛날 옛날 중국에 세 자매가 살았는데, 한 사람은 돈을,
한 사람은 권력을, 한 사람은 나라를 사랑했단다'
20세기 중국 역사에서 쑹씨 자매는 심장부에 있었다. 쑨원의 부인인 둘째 칭링, 장제스의 부인인 막내 메이링, 그리고 국무총리 쿵샹시의 부인인 큰언니 아이링. 현대역사에서 쑹씨 자매가 유명한 만큼 그녀들의 활약도 대단했다. 퍼스트레이디로 활약하고 중국 내에서 가장 큰 부자로 모든 가족과 중국인들의 문화적 변혁을 추구했던 그녀들의 인생은 어릴적부터 남달랐다. 지금도 쉽지 않을 일일텐데 아이링은 다섯 살 때 부모의 품을 떠나 유학길에 올랐다. 그녀들은 모두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마치고 모국인 중국을 위해 평생을 바친 여성들이다. 20세기 중국은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격동의 시대였고 뛰어난 지도자가 간절히 필요한 시기였다. 그녀들은 그 지도자들의 뒤가 아닌 옆에서 함께 활동했다.
그녀들이 활약하기 시작한 것은 그의 아버지인 쑹자수가 쑨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도우며 인연이 되었다. 처음엔 아이링, 칭링으로 연결되었다. 청조를 몰아내고 공화국을 세우는 것이 목표인 듯 보였던 쑨원은 사실 자신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었다. 국부라 불린 그는 그의 평생을 정상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보여진다. 그를 목숨을 걸며 지켜내고 도왔던 칭링은 그와 많은 나이차이에도, 부모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결혼을 감행했다. 그에게는 부인도, 첩도 있었지만 쑨원은 자식들과 부인을 돌보지 않았다. 옛말에 조강지처 불하당이라 했는데 그는 그말을 거꾸로 지킨 남자였다. 조강지처는 쑨원 때문에 목숨을 지키려 전족을 한 발로 시어머니와 자식들을 데리고 도망길을 나서야 했으니 칭링은 쑨원의 미래에 자신을 걸었던 듯하다. 쑨원은 오히려 사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은 것이 아닐까 싶다. 자신과 다르다고 생각한 장제스였지만 메이링과 결혼하고 아이링의 도움을 받아가며 쑨원을 국부로서의 체면을 세워줬다.
메이링 역시 칭링과 비슷하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장제스와 함께했다. 장제스 또한 부인이 있었는데 장제스는 전처와 이혼하고 메이링과 결혼한다. 메이링은 장제스가 정권을 잡았던 22년 동안 퍼스트레이디였다. 중국인들은 세 자매가 결혼한 인물들 때문에 그녀들을 공주로 만들어놨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그녀들의 삶 속에서 그녀들은 공주가 아닌 잔다르크임을 알 수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당시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신여성으로 부모에 결정에 따라 결혼하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의 결혼상대를 스스로 골랐으며 남편에게 끌려다니지 않았다. 앞에 나서서 자신들의 신념대로 행동했다. 뒤에서 내조가 아닌 옆에서 함께 하는 정치가로 활동한 것이다. 칭링이나 메이링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상황에 맞섰지만 한 여성으로 볼 때 유산한 뒤 아이를 가질 수 없었기에 안타깝기도 하다. 추후 칭링은 정치적 목적이 달라 끝내 아이링, 메이링과 다른 노선을 밟았다.
중국의 역사는 내게 어렴풋하다. 우리나라도 격동기의 흐름은 헷갈리기도 하고 불투명 유리를 보는 듯한데 중국역사는 더하면 더했지 나을 것이 없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이링 칭링 메이링>을 통해 쑨원과 장제스라는 인물과 20세기에 한정되지만 중국 역사 수업을 들은 느낌이다. 개인숭배 풍조 때문에 쑨원과 장제스에 대해 중국에서 이미지가 좋은 줄 알았는데 작가의 시선을 통해 본 쑨원은 독재자였다는 느낌이어서 조금 놀라웠다. 나의 역사지식이 부족한 탓이었을까?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겠지만 같은 역사라도 보는 이에 따라 다른 시선을 가질 수 있고 그 다른 시선을 배워야하는 것이란 생각에 이번 독서는 의미가 있다. 제목이 쑹씨 자매의 이름이어서 세 자매의 일대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을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중국 역사서에 가깝다고 느꼈다. 중국, 청조가 몰락하는 과정과 공화정으로 넘어가는 과정부터 시작되어 읽기 좋은 흐름으로 진행되는데 번역도 좋아서 잘 읽혔다.
쑹씨 자매의 일대기를 언젠가는 읽어야지 했는데 이번에 까치출판사에서 <아이링 칭링 메이링>이 출간되어 그녀들의 일대기 뿐만 아니라 당시 중국 역사의 흐름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맞았다. 시대는 어지러웠고 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영웅이 필요했다. 시대의 필요와 부름에 의해 그들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영웅이 된 이들 옆에서 함께 격동의 시대를 보낸 자매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앞서나갔다. 흥미진진하고 파란만장하기도 한 그녀들의 삶, 시대를 거슬러 그녀들과 함께 한다면 그녀들이 얼마나 당당하고 스스로 자신의 뜻을 펼치며 살았던 사람들이었는지 좀 더 와닿을 듯하다. 역사적 인물들을 대하자면 꼭 시대 배경을 함께 공부해야한다. 시대의 요구와 인물의 접점을 찾다보면 왜 그 인물들이 그 시대의 정점에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쑹씨 자매 이야기, 꼭 한 번은 같은 읽어보고 싶던 이야기, 반가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