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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집행관들 l 조완선 l 다산북스
"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었다면 범인들과 같은
과격한 인물이 나오지 않았겠지요.
그들을 과격하게 만든 자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권력자의 눈치를 보는 검찰,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못한 법원,
그리고 이들 위에 군림하는 통치권자가 책임져야 할 일입니다."
해방 후 서울시경 보안과장을 지낸 노창룡이 양수리의 한 폐가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는 일본에서 비밀리에 입국해 나흘 만에 살해되었는데 직접적인 사인은 일제 강점기 고등계 형사들이 썼던 고문 행태였다. 아주일보에 난 기사에는 고문에 관련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아주일보 칼럼니스트 최주호는 기사를 보고 깜작 놀랐다. 그 기사 내용은 얼마 전 친구인 허동식의 부탁으로 자신이 준비해 건네 준 자료였으며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기사 내용과 그 내용이 살인에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허동식에게 바로 연락했지만 허동식은 전화를 받지 않고 물어물어 허동식이 머물렀다는 사찰로 찾아가지만 거기서도 허동식을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나 허동식이 머물렀던 방에서 파일철 하나를 손에 넣는데 유명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에 대한 기사들이 스크랩되어 있었고 그들의 공통점은 나라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사이며 그들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온갖 추잡한 부패와 비리에 얽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이런 자료를 허동식은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의문이 든 순간 어렴풋하게 떠오른 것은 살생부!였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고등학교 동창의 부탁이 불러온 것이 살인이라면? 내가 준비한 자료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신문에 게재되고 어떤 식으로든 살인과 연결되었다면 나도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와 공범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살인이란 것이 국민들이 은근 통쾌함을 느끼는 친일파, 정치인, 기업가들의 죽음이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질까? 며칠 간격으로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국민을 기만한 그들에게 집행관들은 죽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민들을 대신하여 기만의 죄를 '복수'로 물은 것이다. 이에 국민들은 은근 범인들을 옹호했고 소설 속 한 심리학자는 은근 범인들을 옹호하는 여론을 두고 '분노의 대리만족'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통쾌함, 그리고 예상되는 앞으로의 공적들의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흥분과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복수는 국민들에게 끝없는 통쾌함을 줄까? 그 질문에 '예스'라는 대답은 하지 못할 듯하다. 어처구니없게 집행관이 되어버린 최주호는 두려움을 느꼈다. 그 두려움이 내게도 전해졌다. 아마 최주호와 내가 느낀 두려움은 우리 스스로 잘못된 집행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복수보다는 우리들의 '공적'인 그들에게 반성할 기회를 통해 그들이 개과천선하기를 바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표본으로 삼기 위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집행관들은 '공적'의 죽음을 집행했고 그들로서는 아마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뉴스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 특히 우리가 익히 알던 유명 인사들의 비리 등을 대할 때면 정말 우리 사회에는 청렴결백한 관리는 없는 것인가?라는 의문 같은 한탄을 하게 된다. <집행관들>은 지금 우리들이 느끼는 분노와 갈증을 이야기로 만들었다. 소설 속에 집행관이 등장하고 우리는 이것을 보고 통쾌함을 느낀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많은 이들이 바라는 죽음이라는 심정'이 무기가 될 수는 없지만 소설 속에서나마 짜릿함과 통쾌함을 느끼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비리가 만연해있다는 방증이리라. 소설은 시대의 반영이므로.
초반의 빠른 전개와 집행관들의 입지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생긴 흥미가 뒤로 갈수록 조금 떨어지고 이야기가 살짝 다른 물줄기를 탄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궁금했던 수장의 정체도 예상을 벗어나지 못해서 좀 아쉬웠지만 <집행관들>을 읽다 보니 작가에 대해 궁금해졌다. 누군데 이렇게 끓어오르는 민심을 잘 담았을까? 그의 도서들을 살펴보니 우리 역사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꽤 흥미를 끄는 도서들이 있어서 다음번에도 그의 작품들을 읽어볼 예정이다. 이제야 조완선 작가를 알게 돼서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작품들이 줄 재미가 무척 기대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