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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생거 수도원 ㅣ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최인자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평점 :

노생거 수도원 ㅣ 제인 오스틴 ㅣ 최인자 옮김 ㅣ 시공사
p 99 춤과 결혼 모두, 남자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반면, 여자는 오직 거절할 권리만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상호간의 이익을 위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약속입니다. 그리고 둘 다 상호간의 이익을 위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약속입니다. 또한 일단 그 관계에 들어가면, 두 사람은 계약이 해제될 때까지 오직 서로에게만 속해 있습니다. 그것이 그들의 의무죠.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재미있게 읽었었다. 그녀의 작품을 더 읽어봐야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읽게 된 <노생거 수도원>. 한 권 안에 1, 2권으로 나눠지는데 1권까지는 잘 읽히지 않았다. 사교계에 처음 발을 내딛는 아가씨의 친구 사귀기와 부인들의 드레스에 대한 대화 내용들이 당시의 사교문화를 보여주지만 내게는 좀 지루하며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오만과 편견>이 어른스러운 로맨스 소설이라면 <노생거 수도원>은 중학생을 위한 로맨스 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오만과 편견>과는 깊이 면에서 아쉬운 느낌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캐서린은 열다섯 살이 되자 점차 예뻐지기 시작했고 열일곱 살이 되도록 연애적 경험을 하지 못했다. 캐서린이 사는 곳의 가장 재산이 많은 앨런 부부는 캐서린을 좋아했고 마침 앨런부부가 치료를 받기 위해 바스에 가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은 참에 캐서린과 함께 동행하게 된다. 그곳에서 캐서린은 사교계에 입문해 이사벨라라는 친구를 사귀게 된다. 캐서린의 오빠 제임스와 이사벨라는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고 약혼 허락까지 받는다. 캐서린은 사교계에서 헨리 틸니라는 젊은이를 알게 되는데 그의 아버지의 초대로 노생거 수도원에 가게 된다. 영국에서 가장 경치가 좋다는 노생거 수도원에 가게 된 캐서린은 돌아가신 헨리 어머님의 죽음을 틸리 장군이 슬퍼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되고 혹시 부인의 죽음에 뭔가 은밀한 비밀이 숨어있는지 궁금해한다.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소개받지 못한 틸니 부인의 방을 둘러보고 나왔는데 그때 어디선가 들리는 발소리가...
캐서린은 이사벨라의 오빠인 소프 씨로부터 삐뚤어진 애정을 받지만 정작 캐서린은 그것이 애정이란 생각은 하지 못한다. 소프 씨는 캐서린의 약속이나 감정은 무시하고 자신의 뜻대로만 둘의 관계를 끌어가려 한다. 덕분에 캐서린은 틸니 씨 남매에게 큰 실례를 저지르게 되고 캐서린은 소프 씨와 이사벨라의 행동으로 자신이 사람보는 눈이 부족했음을 깨닫는다. 이런 점에서 독자는 캐서린의 연애 성장기를 보게 된다.
작가는 <노생거 수도원>에서 당시 로맨스 소설의 여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를 돌려 설명한다. '여주인공다운 자질을 타고나지 못한 캐서린이~', '캐서린은 그림에 취미가 없었는데 연인의 옆모습을 스케치할 실력조차 안 될 정도였다. 이 점에서는 진정한 여주인공의 자격에 한참 못 미쳤다.' 등의 문장에서 기존의 여주인공들과는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설명하려 한다. 실상은 당시의 여주인공들이 어쩌면 판에 박힌 이상향을 가지고 있음을 돌려 말하고 있음이다. 작가는 시대적 배경을 꼬집는다. 능동적인 남자에 비해 여자는 수동적이며 소설은 여자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한 사회적 분위기를 말한다. 실제로 제인 오스틴은 결혼이 성사될 뻔한 일을 두 번 정도 겪었지만 평생 미혼으로 살았다. 아마 결혼이라는 제도 아래 여성이 겪어야 할 일들이 부당하다고 느꼈을 듯하다. 지금이야 흔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결혼으로 인해 여성의 지위가 정해지는 시대여서 제인 오스틴은 시대를 앞서간 여성이었음에 반론의 여지가 없다.
노생거 수도원에 입성해서 틸니 장군의 부인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풀려는 캐서린의 행동은 당시의 연애소설에서는 보지 못하는 스릴러를 장착하기도 했고 아직은 풋풋하고 어설프며 엉뚱하기도 한 캐서린의 성격이 잘 드러나 있다. 하지만 결말이 로맨스 소설의 정해진 수순 같아서 아쉬움은 남는다. 성숙한 로맨스보다는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즐기는 독자라면 즐길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