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81 저기서는 언제 닥칠지 모를 불안으로, 여기서는 실패한 줌 화상 통화로
p. 82 비말이 비처럼 쏟아진다는 역겨운 개념을 소개한 팟캐스트를 들은 뒤로는 보이는 사람마다 최대한 거리를 유지했고 전파가 두려워 다른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코로나가 세상을 바꾸어놓았다. 수업과 업무는 재택과 zoom으로, 좀 더 넓게 말하자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었다. 일거리가 줄거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쇼핑은 앱으로 진행하며 누가 재채기라도 하면 뜨거운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 시간들의 연속이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은 피하게 되고 경제는 악화되었으며 투기심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을 전 세계인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바로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구성한다.
1353년 흑사병이 돌면서 조반니 보카치오는 전염병이 잠잠해지기를 바라며 도심 외곽의 한 저택에서 시간을 보내는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들려주는 100편의 이야기인 <데카메론>을 썼다. 2020년 3월 뉴욕타임스는 코로나 시대에 집필된 단편소설들을 한곳에 모으겠다는 목적으로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29명의 작가가 함께 했다. 하나같이 결이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는 공감이 가는 문장들을 포함하고 있다.
29가지 이야기는 매우 다양하다. 거의 모르는 작가가 대부분이었는데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은 그중에서도 특이한 작품으로 여겨진다. 애트우드스럽지 않은 느낌이 더 크다. 그만큼 색다른 상상력을 포함한다. 사실 아는 작가라서, 그녀의 책을 읽었던 터라 애트우드의 작품이 제일 궁금했었는데 격리 중인 지구인을 위해 다른 행성에서 원조를 온 외계인이 문어라는 설정은 그녀도 SF를 쓸 수 있는 작가였다는 발견을 얻었다. 위험에 빠졌지만 모두들 힘을 합쳐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 바이러스가 덮쳐 아파트가 비어지는 상황에 다가오는 주민. 아파트가 비어가는 것도 무섭지만 주민을 만나는 것도 무서운 시절이다. 그러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살펴보며 대화를 나누었지만 이미 죽은 이와의 대화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결말은 섬뜩하다. 격리되어 혼자 있어야 하는데 누군가와 같이 격리되고 친구가 되었는데 알고 보니 자신에게만 보였던 것은 환영일까?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슬픔도 존재한다. 다양한 이야기 속 팬데믹이지만 그들이 담고 있는 주제는 오로지 위기 상황에 처한 우리들의 자세에 대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일상으로 돌아가 예전의 행복하고 자유스러웠던 삶을 누리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백신의 접종으로 잠깐 마음을 놓은 탓일까?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다. 백신의 확보 또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고 백신의 부작용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한 가운데 놓인 인간이지만 우리는 코로나로부터 2년째 싸움 중이다. 당연히 인간의 승리를 목표로 하지만 당분간 이 악몽을 같이 공유해야 한다. 리브카 칼첸이라는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어려운 시기에 소설을 읽는 것은 그 시기를 이해하는 방식이자 그 시기를 끈기 있게 버텨내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한 문장 안에 모든 것이 다 담겨 있는 듯하다. 팬데믹 시대를 관통하는 작가들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시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버텨낼 수 있는 끈기를 배울 수 있다. <데카메론 프로젝트>와의 만남은 익숙한 단어와 만나고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같이 이겨내려는 의지를 만나게 되는 시간이었다. 현재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 외롭게 싸우고 있다면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통해 비슷한 경험으로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의 어려움이라는 기억으로 자리 잡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