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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양장) ㅣ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이종권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아름다운날 / 2015년 12월
평점 :

알기 쉽게 풀어 쓴 신곡 ㅣ 단테 알리기에리 ㅣ 이종권 편역 ㅣ 아름다운날
나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얘기와 위대한 영혼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행복에 겨운 기쁨을 만끽했다.
그럴수록 지상의 인간들에 대한 연민이 느껴져 저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하느님의 나라를 모르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헛것에 불과한 게 아닌가.
꼭 읽어야 할 책을 꼽으라면 단테의 <신곡>이 빠질 수 없다. 괴테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고 칭송할 만큼 <신곡>은 대단한 작품이었다. 14세기에 쓰인 이 책은 유럽 역사에서 기독교를 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대중적인 기독교 사상을 단테의 종교적 신념이 어우러져 만들어졌다. 서사시로서 읽기가 어렵고 양도 방대하여 읽고는 싶은데 자꾸 뒤로 밀리는 필독서였는데 이번에 <#알기쉽게풀어쓴신곡>으로 읽으니 소설처럼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신곡은 지옥 편, 연옥 편, 천국 편의 3편으로 나눠져 있고 베아트리체의 요청으로 스승인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지옥, 연옥을 함께하고 베아트리체와는 천국을 함께하는 순례하는 이야기다. 당연히 지옥과 연옥 편에서는 끔찍한 형벌을 받는 망령들이 등장한다. 형벌도 다양하지만 인간의 죄가 어찌나 다양하고 많은지 읽는 내내 부끄럽기도 하고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단테 알리기에리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 대에서 몰락하고 단테 나이 일곱 살 때 어머니마저 잃으면서 계모의 손에 키워진다. 부족한 모성에 대한 그리움은 베아트리체에게 이어졌고 부모님이 정해준 여자와 결혼했지만 스물네 살에 요절한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영원한 사랑과 구원의 여인으로 남았다. 그래서일까? <신곡>에서도 베아트리체는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으로 그려진다. 어떤 여인이기에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그리 놓지 못했을까? 젊은 나이에 요절했기에 단테의 마음에 더욱 아름답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안겨준 듯하다.
신곡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잠깐 살펴보면 단테가 살던 피렌체는 다른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처럼 권력 다툼이 있었고 단테는 자신이 속했던 당에서 최고위원 임기가 끝나고 로마에 특사로 파견되었다. 그러나 샤를 백작이 피렌체로 진격한 상황에서 반대파 당에서 단테가 속한 당을 추방시켰고 단테 역시 정치적 박해를 받으며 우여곡절 끝에 다시는 귀향하지 못한다. 설상가상 영구 추방령을 받은 단테는 자신의 생에서 가장 힘들고 어두웠던 망명과 유랑 시기에 필생의 위대한 작품, <신곡>을 쓴 것이다. 그렇기에 <신곡>에는 기독교적 종교와 상관없는 피렌체의 정치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만나는 영혼들이 단테에게 알려주는 미래는 모두 불운하고 어두운 이야기뿐이었고 이러한 정치적 이야기들은 <신곡>을 빌려 그들의 잘못된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꼬집는 듯하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신곡>은 기독교적 사상을 기본으로 그려진다. 예수가 오기 전에 태어나 덕을 쌓고 살았지만 세례를 받지 못한 탓에 지옥에 사는 영혼들만 봐도 기독교의 세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며 아담이 하느님의 말씀을 어기고 금단의 열매를 따먹었기 때문에 추방된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를 남용한 자신의 교만 때문이라는 대목은 내게는 신선한 해석이었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단테는 순례로 인하여 하느님의 자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14세기에 쓰인 이 종교적 서적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기쁨과 공감을 일으켰을까?
<신곡>을 읽다 보면 '죄짓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끔찍한 형벌이 많이 등장하는데 죄를 지으면서도 이것이 죄인지 모르는 경우야 어쩔 수 없지만 의도적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거나 나쁜 말과 행동을 하지는 않는지 좀 더 내 행동에 신중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도 지옥과 천국을 다녀온 이가 없고 설사 다녀왔다 주장한다고 해도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맞은 놈은 펴고 자고 때린 놈은 오그리고 잔다'라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바로 내 맘이 불편한 탓이다. 지옥과 천국이 바로 내 맘속에 있다는 것이다. <신곡>은 14세기에 인간들에게 죄짓지 말고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라는 조언을 이렇게 훌륭하게 종교적으로 써냈다. 종교를 떠나 누구든 한 번은 읽고 마음의 천국을 찾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