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 2021 뉴베리상 대상 수상작 꿈꾸는돌 28
태 켈러 지음, 강나은 옮김 / 돌베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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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덫에 가두면 ㅣ 태 켈러 ㅣ 강나은 옮김 ㅣ 돌베개





"호랑이들이 나를 찾고 있어. 내가 호랑이들 것을 훔쳤어. 옛날 옛날에, 너만큼 작을 때 그랬어. 그런데 이제 호랑이들이 그거 되찾고 싶어 해."

"뭘 훔치신 거예요?"

"옛날 이야기들이야. 옛날 옛날, 호랑이가 사람처럼 걷던 때 이야기."




캘리포니아에 살던 릴리네 가족은 외할머니가 사시는 선빔(sunbeam)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고 선빔에 들어서면서 릴리는 커다란 호랑이를 보았는데 오로지 자신만이 그 호랑이를 본 것 같다.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자 할머니는 릴리에게 고백을 한다. 아주 오래 전 호랑이에게서 이야기를 훔쳐 유리 단지에 숨겨 놓았고 그 이야기를 찾으러 호랑이가 온 것 같다고. 그리고 릴리는 할머니가 아프다는 것을 알게 된다. 며칠 후 다시 보게 된 호랑이는 릴리네 가족을 오랫동안 찾아다녔으며 이제 이야기를 돌려달라고 한다. 그래야 할머니가 나을 수 있다고. 할머니의 몸이 낫기를 바라며 릴리는 새로 사귄 친구 리키와 함께 호랑이를 가둘 덫을 만드는데.....


할머니가 훔쳤다는 이야기가 궁금한 릴리. 릴리는 종종 투명 인간이 된다. 캘리포니아에서도 종종 친구들과 있다가도 투명인간이 되곤 했던 릴리는 이제 호랑이까지 보게 되었다. 어릴 적 사고로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와 언니 샘과 함께 사는 릴리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언니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강하게 드러내는 반면 자신은 조용하고 어른들에게 반항하지 않는 얌전한 아이였다. 그런 릴리가 호랑이를 잡기 위해 덫을 만들고 호랑이와 싸우기 위해 도서관에 몰래 침입하는 등 평소의 릴리라면 하지 않을 행동을 한다. 또한 할머니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친구에게 진흙이 섞인 머핀을 주기도 한다. 재촉해 오는 호랑이와 할머니의 병환이 낫기를 바라는 릴리는 할머니가 호랑이에게 훔친 이야기를 담아 놓은 유리 단지를 찾아낸다.




"내가 우리 애자를 치유해 줄 거라고 약속했지만,

치유라는 게 꼭 질병이 치료된다는 뜻을 아니야. 이해한게 된다는 뜻일 때가 많지.

자기 이야기 전체를 받아 들이면, 자기 심장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




아직은 동심을 잃지 않은 릴리가 이야기를 돌려주지 않으려는 할머니와 이야기를 되돌려 받으려는 호랑이 사이에서 고민하며 호랑이와 거래를 하는 모습은 안쓰럽다. 평소 존재감이 없는 아이인 릴리에게는 엄청난 마법 같은 일이다. 특히나 종종 투명인간이 되는 릴리에게는 더욱더. 투명인간은 마치 존재감이 없는 아이라는 표현일 텐데, 그만큼 릴리에게는 호랑이와의 대치는 분명 어려운 일이었다.




호랑이에게서 이야기를 훔쳤다는 설정이 참 흥미롭다. 어릴 적 듣게 되는 옛날이야기의 시작은 '옛날 옛날에~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였는데 그것은 마치 호랑이가 사람처럼 행동했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만큼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었다. 그래서 진짜 호랑이가 그렇게 담배를 피웠던 시절이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은 바로 이어지는 옛날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결국 호랑이가 담배를 피웠을 당시는 도대체 연도로 언제쯤이며 정말 담배를 피웠나 하는 사실규명은 늘 뒷전이 되었다. 그런데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에서 드디어 호랑이가 떡도 먹고 옛날 이야기는 호랑이들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오랜만에 읽는 청소년 소설로 인해 마음이 동심으로 변화된 듯하다. 세상을 강하게 대하는 언니 샘과 아직은 동심이 가득한 릴리가 대립하던 관계가 어느새 의지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이라든가 외할머니와의 재회로 가족의 이야기를 되찾고 관계가 돈독해지는 모습은 신비로운 전래동화를 통해 성장하는 스토리로 청소년들에게 동화의 아름다움과 우정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리고 성장의 계기를 보여준다. 작가 태 켈러는 "어떤 이야기들은 갇혀 있기를 거부한다."라고 했다. 이야기를 드러내고 문제점을 찾고 아름다움을 지켜가는 것은 모든 이야기들의 최종 도착지가 아닐까.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동심을 나눌 수 있는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으로 오래전에 가졌던 신비로운 옛날이야기에 대한 감성을 되찾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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