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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2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사상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파친코2 ㅣ 이민진 ㅣ 이미정 옮김 ㅣ 문학사상
솔로몬은 일본으로 귀화한 조선인들을 알고 있었고, 그것도 납득할 수 있는한 가지 방법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도 하고 싶지 않았다. 언젠가는 일본으로 귀화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남한 여권을 갖고 사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솔로몬은 귀화하는 방법을 배제할 수 없었다. (p 368)
전쟁이 끝나고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온 가족들. 선자는 설탕과자를 팔아 돈을 모아 조선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 불의를 참지 못하는 모자수는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고로 아저씨 밑에서 파친코 일을 배우게 되고 하루키의 매장에서 일하는 유미와 결혼해 솔로몬을 낳는다. 공부를 열심히 한 노아는 결국 와세다 대학에 입학하고 한수의 도움으로 학비와 용돈 그리고 집을 구하게 된다. 하지만 노아의 여자친구로부터 한수가 야쿠자이며 노아와 똑같이 닮았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노아는 대학을 그만두고 집을 떠난다. 선자는 한수에게 노아를 찾아달라 부탁할 요량으로 그를 찾아가지만 끝내 그를 만나지 못하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1권에서는 1대 훈이와 양진, 2대 선자와 한수 그리고 이삭의 얘기였다면 2권에서는 3대 노아와 모자수, 4대 솔로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편이 되어주겠다는 남자의 마음 하나를 믿고 건너 간 일본에서는 조선인이라는 신분때문에 항상 조심했고 전쟁 중이어서 물자를 구할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를 마련하고자 애쓰지만 쉽지 않았다. 자신의 인생은 없고 그저 남편을 보살피고 아이들을 키우는 선자는 천상 조선의 어머니였다. 이런 그녀에게 노아는 희망이자 살아갈 힘이 되었지만 노아는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였다. 일본어에 익숙하고 일본 문화에 젖어 든 노아는 조선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일본인이 되려고 했다. 마치 스파이가 적군에 침입해 그들과 교감을 나누다 결국 적군화되는 것처럼 노아는 어릴 적부터 일본인이 되려는 비밀을 혼자 간직했다.
선자는 언젠가 조선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한수나 노아같은 사람들은 돌아가기를 원치않는다. 그것은 조선에서 환영을 받긴 하지만 일본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었다. 그러느니 일본에서 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2권의 소제목이 조국(MOTHERLAND)이었다. 2권에는 조선의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조국을 그리워할 뿐이다. 1대부터 4대가 모두 일본에 거주하는 선자네 가족은 어느 순간 조선으로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조선인으로서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간다. 이런 불편함에도 일본을 떠나지 못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안타깝기만 하다.
모자수는 파친코 매장에서 성실히 일해 파친코 사장이 되고 대학을 그만두고 집을 떠난 노아도 결국 파친코 매장에서 일하게 된다. 운명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인생은 도박과 같은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그런데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16세기에 기독교인들은 금융업을 터부시했고 유대인은 기독교인들이 하지 않는 직업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다른 기회는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마치 유대인들처럼 일본에서 조선인들이 파친코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었을 듯하다. 먹고 살아야 하는 조선인들에게는 마지막 기회이지만 그 기회 때문에 일본인들은 더욱 조선인들을 기피하지 않았을까 싶다. 야쿠자와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고 정상적인 직업으로 인정받을 수 없으므로 불안하고 퇴폐적인 파친코를 운영하는 조선인들은 같은 조선인들도 꺼려했을 듯하다.
1.5세대 이민자로 살아온 작가 이민진은 자신이 겪은 정체성의 혼란이나 문화적 괴리감을 파친코에 투영하고 있는 듯하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후손들은 조국에 대한 갈망은 줄어든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 타국이지만 그들에게 고향이기 때문이다. 조선인의 핏줄이지만 마치 일본인과 조선인의 중간 어디쯤의 정체성을 지니고 살아가는 후손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고 장장 80년에 걸친 한 가족사를 통해 이민자들의 고충을 알 수 있었던 #파친코는 이민자 뿐아니라 현대 일본 사회의 병폐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속도감 있고 흡입력을 지닌 작가가 제2의 제인 오스틴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한국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그녀의 또 다른 작품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