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돈키호테 2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돈키호테2 I 세르반테스 I 안영옥 옮김 I 열린책들
"삶에 있어서 모든 것이 늘 같은 상태로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다.
오히려 삶은 모두 원을 그리며 흘러가는 듯하다.
말하자면 중심에다 한 점을 놓고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봄은 여름을 추적하고, 여름은 한여름을 추적하며, (중략)
이렇게 세월은 멈출 줄 모르는 바퀴를 타고 구르고 또 구른다.
단지 인간의 목숨만이 세월보다 더 가볍게 그 종말을 향해 치닫는다.
인간의 목숨을 제한할 한계가 없는 다른 생애에서가 아니라면
다시 시작해 볼 희망도 없이 말이다."
작가는 중세시대에 사람들이 기사도에 빠져사는 것을 우려해서 돈키호테를 썼다고 한다. 기사소설을 좋아해 읽다보니 덕질이 분별력을 잃게 만들어 돈키호테는 자신의 이름도 바꾸고 자신을 편력기사로 만들어 마법에 걸린 둘시네아를 구해주려한다. 그의 이런 어처구니 없는 과대망상증 때문에 우리의 충실한 산초 종자는 늘 무모한 모험의 피해자가 되야했다, 물론 돈키호테도 마찬가지이다. 주위사람들을 때로는 답답하게 때로는 황망하게 때로는 웃게 만드는 그의 광기 어린 모험은 우연하게도 그에게 승리라는 기쁨을 안겨준다. 상대가 실수를 하든 우연이 개입을 하든 돈키호테 스스로를 우쭐하게 만든다. 이런 승리의 기쁨은 그가 또 다시 모험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늘 우연이 따르지는 않는다. 다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지칠줄 모르고 모험을 떠나는 돈키호테는 자신이 생각하는 선에서 정직하게 모험을 한다. 또한 광기에 사로잡힌 돈키호테이지만 그가 입을 열면 명언이 쏟아져 나온다. 말도 안되는 모험을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러한 아이러니가 바로 돈키호테를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었다. 돈키호테를 계속 읽게 만드는 원동력은 또 있다. 중세시대의 사람사는 모습이 고스란히 에피소드에 담겨있다. 중세시대의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야기는 인간의 보편성을 느끼게 한다.
그렇다면 현대의 독자들이 돈키호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과대망상증에 빠져 마법사에 의해 사람이 바뀌고 마법에 빠진 이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돈키호테. 지금의 우리는 기사도에 빠져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불의라면 참지 못하는 물불가리지 않는 무모한 이들을 가리켜 돈키호테라고 말한다. 무모한 이상주의자를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이성보다는 감성적인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고. 좋게 평가하지는 않는 듯 하다. 하지만 돈키호테는 행동가, 즉 자신의 삶에 있어 매우 자유롭고 정의로우며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모험을 하지만 도에 어긋나지 않고 누구의 지시를 받지도 않으며 게으르지도 않는 정열을 불태운다는 면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자주 이상과 현실의 벽에 부딪친다. 하지만 과감히 이상을 좇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돈키호테와 욕심은 있지만 충직하고 의외로 현명한 면모를 가진 산초와의 합은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보지 못한 케미가 있다. 브로맨스라고 해도 좋고 덤 앤 더머라고 해도 좋다. 이 둘의 대화에서 명언이 많이 쏟아진다. 광기에 사로잡혔다가도 입만 열면 한치도 틀림없는 말을 하는 돈키호테나 드디어 돈키호테를 잘 모신(?) 댓가로 섬을 통치하게 되어 내리는 명판결에서 산초는 아주 지혜로운 통치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믿겨지지 않지만 말이다. 이런 둘의 엎치락 덮치락 어처구니 없는 모험이야기와 훌륭한 명언들은 <돈키호테>의 큰 줄기가 된다.
이렇게 풍자적인 소설, 이렇게 유머러스한 소설, 이렇게 엉뚱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소설은 살면서 더는 만날 수 없겠다 싶을 만큼 으뜸인 듯한 <돈키호테>는 인간미를 가득 품고 박진감 또한 넘치는 모험가의 대명사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돈키호테>를 읽지 않고서는 고전을 읽었다 얘기할 수 없을 듯하다. 많은 대문호들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극찬했다. 그 중에서도 도스토예프스키는 "전 세계를 뒤집어 봐도 돈키호테보다 더 숭고하고 박진감 넘치는 픽션은 없다." 라고 했으며 르네 지라르는 "돈키호테 이후에 쓰인 소설은 돈키호테를 다시 쓰는 것이나 그 일부를 쓰는 것이다."라고 했다. 이처럼 당대의 문인들이 돈키호테가 최고의 소설이라는데는 이견이 없었으니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 꼭 돈키호테를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