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을유세계문학전집 109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진인혜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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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I 귀스타브 플로베르 I 진인혜 옮김 I 을유문화사

"그녀는 흔들리는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성모든 조각이든 무덤이든 가능한 기회라면

무엇이든 매달려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바람난 유부녀가 빚에 쫓기다 못해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스로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 <마담 보바리>는 출간되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나보다. 도덕을 저해하고 미풍양속을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고소당해 법정에 섰으니 말이다.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법정에까지 갔을까 싶으니 은근 기대되는 면이 있다. <마담 보바리>가 출간된 시기는 1857년이다. 당시 유부녀의 간통 이야기는 굉장한 자극적 요소였을 것이다. 그렇고 그런 통속소설 같으면서도 유부녀의 가슴속 뜨거움을 분출하는 내용을 그린다는 것은 소설을 통하여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한 것은 아닐까? 줄거리를 통해 <마담 보바리>가 어떤 내용인지 조금만 살펴보자. 에마는 아버지의 다리가 부러지면서 의사 보바리를 처음 만나게 되고 보바리가 부인과 사별한 후 둘은 결혼하게 된다. 수녀회 수도원에서 자란 에마는 훌륭한 교육을 받았으며 댄스, 지리, 데생, 피아노, 자수를 놓을 줄 아는 아가씨였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에마 자신이 꿈꿔 왔던 행복과는 거리가 있다고 느꼈고 일상이 단조로웠으며 남편을 싫어하게 되었고 지루했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이 파도에 휩쓸리는 운명적인 인생을 갈구했다. 그러다가 한 후작의 집에 초대되고 귀족들의 파티에서 에마는 드디어 자신이 무엇을 갈구하는지 알게 되었다. 바로 가면무도회의 밤, 방자한 쾌락, 떠들썩한 생활이었다. 에마의 아름다운 외모에 남성들은 환호했고 외로웠던 에마는 곧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사랑이 아닌 유혹이었고 남편이 유명한 의사가 되길 바래 위험한 수술을 권유했다가 정말 위험에 빠지자 남편을 경멸하게 된 에마는 바람을 피운 상대남과 도망을 계획한다. 에마의 불륜을 알게 된 뢰뢰라는 상인은 에마에게 돈을 쓰게 만들고 빚은 걷잡을 수없이 큰 어음으로 돌아오게 된다. 에마는 옛 애인들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외면당하고 스스로 자신의 광기를 잠재운다.

사랑에 빠진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꽃처럼 활짝 피어난 에마는 마치 사춘기가 찾아온 것처럼 행복의 열기를 맛보고 뭔가 경이로운 세상 속에 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열과 도취를 느끼고 사랑의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그리고는 불륜남과 도망갈 계획을 세운다. 열정적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여인 에마가 처음부터 이렇게 대담했던 것은 아니었다. 남편과의 따분한 관계, 소통의 부재에도 자신의 흔들리는 정조를 지키기 위해 무엇에든 매달리고 싶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녀는 음란하고 선정적인 여성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무엇이 그녀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에마는 불나방 같은 인물로만 비치지는 않는다. 사회가 유부녀에게 정숙함을 요구하고 구속적이며 신앙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때에 에마는 좀 더 자신의 삶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기를 원했던 것이라 느껴진다. 에마는 딸을 낳았으나 아들을 낳기를 원했었고 남자로 태어나면 좀 더 자유로우며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있으며 장애를 돌파할 수 있지만 "여자는 끊임없이 금지와 마주친다"라는 그녀의 생각처럼 그녀가 사랑에 있어서 이렇게 대담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속과 금지에서 자유롭고 싶었던 여인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아마 당시의 <마담 보바리>를 보았던 여성들, 특히 유부녀들은 에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녀가 아무도 모르게 대담하게 불륜을 저지르며 사랑에 빠진 순간에는 에마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을지도 모를 일이다.

간통을 저지르고 풍기 문란의 아이콘이 된 <마담 보바리>는 이야기 속에서 어느 누구도 그녀가 간통을 저지른 것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대목이 없다. 남편마저 그녀가 죽은 뒤에 모든 사실을 알게 되므로 그녀는 모두의 애도 속에 죽음을 맞이한다. 이것은 위의 내용처럼 작가가 에마를 단순히 사랑에 목마른 여성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 싶었던 여성을 대변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가 저지른 행위들은 결코 보호받거나 옹호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아님에도 <마담 보바리>를 읽기 전에는 결코 통속적 소설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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