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로 산다는 것 - 워킹푸어의 시대, 우리가 짓고 싶은 세계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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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로 산다는 것 I 박노자 I 한겨레출판






"저는 이 시대에 과거와 같은 외부로부터의 '계몽'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지식을 제공하면서 나은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한다고 해서 

소외된 채 착취에 노출된 외로운 개인의 변화가 절로 

찾아 오지는 않습니다변화는 안으로부터

각자의 동심으로부터 찾아옵니다."




러시아인, 한국귀화, 박노자라는 이름을 쓰지만 귀화 시 러시아 이름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블라디미르 티호노프. 노르웨이에서 한국학과 동아시아학을 가르치고 있다. 역사학자로 한국을 새롭게 보는 시도를 계속 하고 있다는 그는 <미아로 산다는 것>을 펴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도입부터 조금 과격하게 가보자. 박노자는 한국에는 급이 있다고 얘기한다. 호칭에서부터 그 급을 느낄 수 있는데 2인칭 대명사인 ''류와 '아저씨, 아줌마, , 너희' 류이다. '-' 류는 부장님, 교수님, 선생님 등이고 후자는 미성년자와 비취업자 등을 포함하지만 상황에 따라 노동자 계층, 외국인 노동자들도 포함된다. 언어에서 이렇게 급이 있다면 생활에서는 아파트 평수로 나눠지고 또한 죽음에까지 등급이 매겨진다고 얘기한다. 중국동포 건설 노동자가 최악의 조건에서 추락사고로 죽는다면 '공사장 잡부 추락사'로 기사가 나가는데 서울대 총장이나 장관을 지낸 사람이 죽는다면 '-' 별세로 신문에 난다는 것이다.



한국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이야기들을 더 해보자면, 비결혼, 저출산에 대한 이야기로 1인 가구 비율이 41퍼센트인 노르웨이에 비해 2019년 한국도 30퍼센트였다. 노르웨이와 한국은 상이한 사회인데도 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그 근본적 사회경제적, 문화적 배경은 다르다. 노르웨이는 후기 자본주의의 즐길거리, 즉 달콤함 때문에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갖지 않지만 한국은 연애할 시간과 에너지가 없는 파김치 상태여서 쓰라림 때문에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씁쓸했다. 시간과 에너지와 돈도 없는 거겠지만 이런 문제점을 박노자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도 알고 우리 모두 알고 있는데도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에 답답하고 속상할 뿐이다.



앞서 나가 많은 대기업과 출판사가 서울이나 수도권에 밀집해 있는 그러니까 지식분자들이 경향의 차별,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차별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취업시에 지방대 출신들에 대한 차별의 철폐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의 식민화는 엄청난 젠더 불균형, 과도한 군사화, 재벌의 군림, 경쟁과 격차의 브레이크없는 증폭 등을 불러일으킨다고 예를 든다.




"노르웨이에 서열이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서열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20대가 보는 한국은 서열, 과로, 불안사회로 직장에서의 서열, 수능으로 평생이 결정되는 학벌서열이 정해지고 자본주의 사회가 정해준 노동을 견디며 비정규직에서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불안과 과로로 정규직을 꿈꾸는 곳이라고 말이다. 한국의 문제점을 콕콕 집어 주다가 과거로 넘어가 반드시 과거를 청산하라고 권유한다. 예를 들면 울릉도 간첩단 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을 고문할 당시 검찰총장 출신의 신직수가 중앙정보부 부장이었고 '청산'되기는 커녕 죽기 직전까지 자민련에서 정치를 했으며 현충원에 묻히고 큰 사업가가 된 자손들은 아버지의 경력을 자랑삼아 이야기한 것과 친일파 뿐만 아니라 구한말의 탐관오리부터 최근 독재 정권의 형리들까지 '청산'된 것이 거의 없는 셈인데. 살인마 전두환이 골프나 치면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라는 부분을 거론하며 과거청산은 예방접종이고 하지 않으면 큰일 날수 있다고 하는데 그는 러시아 태생의 한국인이다. 그러나 지금 노르웨이에서 산다.



그의 이야기들은 많이 불편했다. 하나같이 나의 아픈 부분을 더 아프게 하는 것 같았다. 다른 민족의 다른 나라 사람이었던 사람이 어느 순간에 우리나라 사람이 되었다고 하지만 쉽게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같은 국적인이 되었으니, 하면서 이러저리 우리의 치부와 민낯을 드러내어 재단하려는 모습은 좀 낯설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민족이 달라도 국가로 묶일 수 있고 같이 살지 않아도 민족이지만 민족은 다른데 국가로 묶였지만 다른 국가에서 산다면 얼마나 깊은 연대감을 느낄 수 있을까? 한국학을 전공해서 일반 한국인들보다 한국에 대해 더 면밀히 알고 있지만 우리의 태생적 민족적 연대감과 한국과 일본의 축구 시합을 두고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박노자는 얼마나 우리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절실히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부분에 있어서는 부끄러운 생각도 들고 조목조목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모습에서는 같이 공감하고 물리적 시간을 들여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였을 것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이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글을 다 읽을 때까지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예방접종을 하라는 그만의 처방전은 사실 두루뭉실한 느낌이다. 변화는 안으로 부터 나온다는 그의 말을 다시 떠올리지만 문제점을 제시할 땐 자세한 처방전을 같이 제시하시길 조심스레 권유해본다. 더 환영받는 글이 되는 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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