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향수 I 파트리크 쥐스킨트 I 강명순 옮김 I 열린책들

 

 

 

 

그는 애당초 괴물로 태어났다.

그가 생명을 선택한 것은 오로지 반항심과 사악함 때문이었다.

 

 

 

 

결혼도 하지 못하고 몇 번의 출산을 겪었지만 모두 사산된 전력이 있는 생선 장수 여인은 다섯 번째 아이를 낳는다. 아기를 낳고 탯줄을 자르고 기절한 여인은 손에 칼을 든 채여서 영아 살인죄의 판결을 받고 참수되었다. 아기는 보모에게 맡겨졌다가 성당에 맡겨졌다가 다시 보모에게 맡겨졌는데 이유는 아이가 너무 게걸스럽게 먹는다는 이유와 냄새가 없는 아이였고 마치 모든 냄새를 빨아들이려는 듯해서였다. 강한 생명력을 가진 아이는 장바티스트 그르누이였다. 무두장이에게 다시 팔려진 아이는 거친 무두질을 배웠다. 그리고 어느 날 저항하지 못할 정도로 힘차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예감에 이끌려 향기를 따라가 만난 것은 소녀였다. 소녀의 땀은 바다 바람처럼 상쾌했고 머리카락의 기름기는 호두 기름같았고 피부는 살구꽃 향기같았다! 그르누이는 소녀의 목을 조르는 동안 향기 하나라도 놓칠까 단 한 방울의 향기도 흘리고 싶지 않았다.

 

 

그르누이는 무두질 된 가죽 배달을 위해 들린 향수가게에서 유행하는 향수를 만들어내고 조수로 일하게 된다. 각종 좋은 향수를 만들어내고 그르누이는 많은 향수제조법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향수가게를 떠나 동굴에서 생활하던 그는 몇 년이 흘러 다시 마을로 내려오고 다시 향수가게에 취업해더 많은 향수제조법을 배운다. 어느 날 아름다운 소녀가 머리는 잘린 채, 옷이 벗겨진 채로 시체로 발견되는데 며칠 후 다시 또 소녀의 시체가 발견된다. 말하자면 24명의 소녀가 연쇄적으로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향기가 사라져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지? 기억 속에서는 모든 향기가 영원한데, 현실의 향기는 소모되어 버린다. 세상에서 덧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그 향기가 소멸되어 버리면 내 향기의 샘도 없어지는 것이 아닌가그러면 나는 에전처럼 다시 벌거숭이가 되어 대용품의 냄새로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그럴 수는 없다. 그것은 전보다 훨씬 더 비참한 일이다!

 

 

 

 

 

18세기 프랑스의 사회문제는 심한 악취였다. 이 악취를 개선하고자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특히 그라스라는 지역은 가죽을 수출하는 공상업이 번창하다 보니 가죽 냄새 때문에 향수 산업이 바로 파리가 아닌 그라스가 향수의 본거지가 된 배경이 된다. <향수>에도 그라스라는 도시가 등장한다. 아마 프랑스인들에게 향수는 굉장한 자부심을 주는 것이기에 <향수>라는 작품이 태어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도입부부터 상당히 호기심을 끄는 것은 그르누이는 자신만의 체취가 없다는 것과 체취가 없는 대신 다른 향기를 빨아들인다는 것이다. 마치 머리 속에 향기의 색인표가 있는 것처럼 세상의 온갖 냄새를 수집한다. 태어날 때부터 어머니로부터 분리되고 사랑받지 못했으며 성장이 느리고 주목받지 못했던 그르누이는 이용하기 좋은 인간으로 자라나지만 마음 속으로는 세상을 지배하고자하는 커다란 욕심을 갖게 되는 사악한 인간으로 성장한다. 그르누이의 욕심은 향수를 제조해 향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구체적인 그림으로 그려지고 자신에게서 냄새가 나지 않아 인간의 냄새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천사의 향기, 주목받지 못하는 향기 등을 제조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향기 수집을 위해 살인까지 저지르는 엽기적 인물이 된다. 그에게 향수는 세상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였을까? 자신을 좀 봐달라는, 나 여기 있다라는 최소한의 외침이 아니었을까? 사랑을 갈구하는 그의 모습은 애처롭고 가련하다.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대로 향수를 제조한다, 필요와 상황에 따라 각각 다른 향수를. 하지만 결국 그는 살인자로 기억된다. 쥐스킨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극단적인 캐릭터들이지만 악인은 아니었다. 그러나 향수 속 주인공은 사악하며 자신이 받지 못한 사랑을 받고자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삐뚤어진 모습을 담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재미있는 점을 발견한다. 그르누이가 누군가와 지내다가 헤어지면 그 누군가는 죽음을 맞이하는 반복적인 패턴을 보인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르누이를 부려먹은 사람들이었지만 그르누이는 알면서도 그들에게 부림을 당해준다. 이것은 그가 성장하기 위한 조건들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그르누이에게 쓰여진 것이지만 겉으로는 그르누이가 그들에게 쓰여진 듯 보인다. 쓰임을 다한 그들은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쥐스킨트의 단편들은 짧지만 강렬한 이야기로 모두 여운이 짙게 남는 작품들이었다. 그의 첫 장편 <향수>는 읽는 내내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갈피를 잡지 못해 더욱 궁금했다.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까울 만큼 아껴두고 이야기를 즐기고픈 마음도 컸을 만큼 내게는 굉장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내용이었다. 18세기의 일이니까 옛날이야기지만 마치 전설 같은 느낌이 강했다. 향수의 본거지라는 곳에서 입에서 입으로 알음알음 전해지는 야사같은 이야기. 쥐스킨트의 이야기는 매번 충격을 주지만 향수가 으뜸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