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제인 오스틴 지음, 앨리스 패툴로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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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I 제인 오스틴 I 강수정 옮김 I 지학사아르볼



P. 489 아버지가 너의 기질을 잘 아는데, 너는 남편 되는 사람을 진심으로 존경하지 않으면 행복할 수도, 어엿하게 살 수도 없는 사람이야.


P 493 제 미모에는 처음부터 아랑곳하지 않았고, 제 태도, 당신에 대한 제 태도는 줄잡아 말하더라도 거의 무례한 수준이었죠. 당신에게 말을 할 때면 늘 고통을 주려고 했고요. 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보세요. 제가 건방져서 좋아진 건가요?





롱본의 베냇 가는 딸만 다섯이다. 베냇 부인은 딸들을 시집 보내는 것이 인생과업이었다. 비어있던 네더필드 파크에 엄청난 재산을 가졌다는 미혼의 젊은 남자 빙리 씨가 세를 들어온다. 잘생기고 신사다웠으며 호감가는 인상의 빙리씨는 그의 친구 다아시 씨와 빙리 씨의 두 여동생과 함께 왔는데 다아시 씨는 세련되고 훤칠한 체구로 당당한 태도의 신사였으며 연 수입이 1만 파운드라는 소문에 많이들 관심을 가지지만 금새 오만한 태도로 인하여 까다로운 사람으로 전락하고 만다.



빙리 씨와 베냇 가의 맏딸인 제인은 금새 서로의 관심사가 비슷해서 누가봐도 잘 어울리는 커플로 여겨지게 되었다. 그러나 제인의 동생인 엘리자베스는 다아시 씨가 친구인 빙리에게 "참아 줄 만은 하군. 하지만 내 마음을 끌 정도로 예쁘지는 않아." 라고 한 말에서 엘리자는 그를 오만한 사람으로 여기게 되었다.



집에 딸만 있어서 배넷 씨가 사망했을 경우 그의 재산은 한정 상속제에 의해 콜린스 씨에게 상속이 된다. 이 점에 콜린스 씨는 배넷 씨댁을 방문해서 자신이 성직자가 되었으며 딸들에게 보상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제인은 빙리 씨와 결혼이 성사된 것처럼 배넷 부인은 말하자 콜린스 씨는 엘리자를 자신의 부인으로 점찍고 청혼을 한다. 사랑의 감정없이는 결혼할 수 없는 엘리자는 거절하고 콜린스의 상한 마음을 달래주던 엘리자의 친구인 샬럿이 그와 결혼을 하게 된다.



롱본의 근처 부대에 위컴이라는 새로운 군인이 왔는데 사교성도 좋고 잘생겼으며 좋은 인상을 풍기는 청년이었고 엘리자와 잘 어울렸다. 시내를 둘러보던 위컴과 엘리자는 우연히 마주친 다아시 씨와 어색한 만남이 신경쓰였던지 다아시 씨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해 말한다. 다아시 씨의 부친이 유언으로 위컴 자신에게 부여한 성직권을 다아시 씨가 박탈한 이야기를 하자 엘리자는 점점 다아시 씨를 싫어하게 된다. 하지만 다아시 씨는 엘리자에게 청혼을 하는데....





<오만과 편견>은 1797년의 작품이다. 당시로서 여자가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희귀하고 힘든 일이었다. 스스로 직업을 가질 수도 없고 결혼을 통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가치가 생겼다. 이러한 것들이 <오만과 편견>속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배넷 부인의 인생과업이 딸들을 시집보내는 것이나 멋지고 돈이 많은 남자와의 결혼을 꿈꾸는 여자들, 아들이 없어서 한정상속(가문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토지와 집 등 재산을 남자에게 한정시켜 상속하도록 한 영국의 제도)을 해야하는 것 등이 그렇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잘 보여주면서도 제인 오스틴은 그야말로 오만과 편견에 대한 인상을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를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나 자신의 너무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는 것에서 사람들은 오만함을 느낄 수 있으며 그것이 상대를 알기도 전에 편견이 생기는 부작용을 또한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때 자신에게 관심을 보여주면 기분이 좋고 무시를 하면 기분이 상해 선입견과 무지를 따랐던 엘리자베스를 통해 여성의 허영심을 보여준다. 나름 분별력이 있는 캐릭터였던 엘리자베스를 통해 나에 대한 상대의 관심이 이성을 마비시키는 모습을 여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피력하고 있다.



이 작품이 200년 전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잘 읽혔음에 놀라웠다. 가독성이 굉장히 좋았는데 앞서 읽은 지학사아르볼의 <프랑켄슈타인>의 번역자인 강수정님의 번역이었다. 이분의 번역이 좋아서 이분이 번역한 책만 골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잘은 모르지만 고전의 번역은 원작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어야 하는 작업이 아닌가 싶은데 강수정님의 번역이 내게는 두 부분을 충족시키는 것이었다. 시대적 배경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술술 읽었을 만큼 가독성이 좋아 책의 두께감을 느끼지 못했다.



<오만과 편견> 속에는 다양한 인물이 여럿 등장한다. 친구에게 청혼한 남자의 마음을 달래주다 눈이 맞은 샬럿이라는 캐릭터나 다아시의 여동생에게 온갖 정성을 쏟다 일이 틀어지자 다른 여성들을 공략하는 돈을 보고 신붓감을 정하는 위컴이라는 인물, 딸들의 결혼에 전전긍긍하고 오로지 그것에만 매달리는 배넷부인, 오만함을 뒤집어 쓰고도 끝끝내 사랑을 쟁취하는 다아시라는 인물이 그렇다. 베냇 가문의 다섯 딸들도 각각 차별화되는 캐릭터를 가지고 있으며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개성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다.



<오만과 편견>을 읽으면서 나는 자주 웃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얻는 큰 이득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최고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아무리 재미있어도 재독은 쉽지 않다. 재독이 어려운 이유는 결말을 알고 있어 매달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야기의 재미는 절정에서 느끼고 결말은 우리에게 도착지에 도착했을 때의 안정감을 준다. 미리 맛본 안정감에서도 신비감이 떨어지지만 절정에서 치솟은 궁금증은 재독에서는 다시 느끼지 못할 부분이다. 그러나 <오만과 편견> 같은 도서는 절정에서 주는 궁금증보다는 전개과정에서의 주인공들의 심리와 상황이 주는 재미들이 다시 재독으로 이끌 수 있는 매력을 지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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