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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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I 타라웨스트오버 I 김희정옮김 I 열린책들




P. 505 오래된 불만들을 끊임없이 들먹이며 탓하기를 멈춘 후에야, 아버지의 죄와 내 죄의 무게를 견주는 것을 멈추고 내 결정을 그 자체로 받아들인 후에야 비로소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를 등식에서 완전히 뺀 후에야 가능해진 일이었다.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 나 때문이라는 것도 받아들였다. 아버지가 그럴만큼 큰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내가 필요했기 때문에.


P. 506 나는 여전히 그 소녀였다. 좋게 봐준다 해도 나는 두 사람이었고, 내 정신과 마음은 둘로 갈라져 있었다. 그 소녀가 늘 내 안에 있으면서, 아버지 집 문턱을 넘을 때마다 모습을 드러냈다. 그날 밤 나는 그 소녀를 불렀지만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를 떠난 것이다. 그 소녀는 거울 속에 머물렀다. 그 이후에 내가 내린 결정들은 그 소녀는 내리지 않을 결정들이었다. 그것들은 변화한 사람, 새로운 자아가 내린 결정들이었다. 이 자아는 여러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이다. 변신, 탈바꿈, 허위, 배신. 나는 그것을 교육이라 부른다.




타라 웨스트오버, 그녀는 미국 아이다호주의 벅스피크에서 출생했다. 아버지의 종교관 때문에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학교에도 가지 않으며 예방접종 한 번 하지 않는 부모님 밑에서 Y2K(전쟁)가 일어날지 몰라 대비차원에서 늘 복숭아병조림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하루 일과였다. 홈스쿨링을 한다지만 성경을 읽은 것 외에 교과서라는 것조차 모르고 성장한다. 장성한 언니 오빠들은 집을 떠나가고 일할 사람이 없어서 어린 타라까지 폐철 처리장의 일을 돕게 된다. 위험하고 안전조치란 거리가 먼 곳에서 '신이 도와주신다'라는 생각으로 위험한 일을 거침없이 하는 가족들. 아마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에 의존하지 않는 아버지는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타라의 엄마를 산파 밑에서 일하게 한다. 타라의 엄마는 산모의 상태에 따라 약초와 오일을 조제해서 순수 전통요법으로만 산모를 도와 아기를 받는 산파가 된다. 교통사고가 나고 가족 모두가 다쳤고 특히 타라의 엄마는 뇌의 손상을 입을 만큼 크게 다쳤지만 아무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 아니 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약은 평생에 걸쳐 몸에 쌓여 여자라면 건강한 아이를 낳지 못할 뿐더러 몸에서 배출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버지 때문에. 현대의학을 믿지 못하는 아버지로 인해 엄마는 약초로 통증을 해결한다.


더워서 옷 소매를 어깨까지 올렸다가 아버지에게 여기는 매춘굴이 아니라는 말을 듣고 립그로즈를 발랐다가 오빠한테서 창녀라는 소리를 듣는다. 아버지의 말씀은 법이었고 타라는 숀 오빠의 폭력행사에 늘 두려움에 떨어야했다. 하지만 숀의 폭력행사가 오빠의 진심이 아니었을거라고 장난일거라고 애써 자신을 위로하는 타라, 결국 자신의 잘못으로 오빠는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결론을 짓는다.


오빠 타일러의 대학입학을 보고 타라도 공부를 해 대학에 입학한다. 물론 아버지와의 마찰은 당연히 있었다. 주님의 은총을 저버리고 인간의 지식을 천박하게 탐하려고 한다며 머지않아 주님의 분노가 타라에게 내릴 것이라고 독하게 말하는 아버지. 대학에 입학해서 타라는 교수들에게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타라는 시골에서 학교도 다니지 못했던 자신의 성과와 능력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늘 억눌려서 살았으므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또래 친구들의 의상이나 행동에 어리둥절한 타라.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학비 보조금을 절대로 받지 않으려는 타라. 정부의 보조를 받는 일은 발목을 잡히는 일이라고 아버지는 늘 말씀하셨고 너무나 오랫동안 타라는 갇힌 사고를 해온 탓에 정부보조금을 받기까지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했다. 대학에서 공부하며 사회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타라, 예방접종을 실시하고 학비 보조금을 받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잘못된 교육, 잘못된 정보들에 대해 분석하는 타라는 더 이상 예전의 어린 타라가 아니었다, 아버지를 탓하기보다 자신의 자아를 찾았다.




1986년생인 타라 웨스트 오버. <배움의 발견>은 자서전 형식으로 쓴 회고록이다. 86년생이면 자서전과 회고록을 쓰기에는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자서전을 썼을 충분한 이유를 발견한다. 어쩌면 저자와 같은 또는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 그리고 희망을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때문에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저자의 아버지는 세상의 종말을 믿는 모르몬교도이다. 모든 모르몬교도들이 다 타라의 아버지 같지는 않다. <배움의 발견>을 통해 부모의 잘못된 가치관이 자식들을 얼마나 고통받게 하고 사회와 단절되어 닫힌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 만드는지 느끼게 해준다. 자식들에게 보다 따뜻하고 한없는 믿음과 용기를 주어야 할 부모가 세상을 살아갈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예방접종도 해주지 않으며 자신의 존재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도록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같은 부모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들이 너무나 많아서 책을 읽다가 화가 났으며 저자가 안타까웠다. 그녀가 그녀의 아버지의 딸로 태어난 것이 그녀의 잘못일까? 하는 생각에 이르도록.


더욱 그녀가 안타까웠고 답답하게 느껴졌던 대목은 그녀가 배움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공부에 열정을 쏟으며 자신의 성과를 타인에게 인정받았음에도 자신 스스로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과정이었다. 억눌려 살았으며 그것이 그녀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만들었다는 결론에 이르자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녀 스스로가 깨고 나오기 전에는 누구도 깰 수 없어 그녀가 스스로 배우고 느끼면서 하나씩 사회적으로 변하는 모습은 <배움의 발견>을 읽는 큰 기쁨이었다. 더 나아가 아버지를 탓하지 않고 자신의 자아를 교육에서 찾았던 타라 웨스트 오버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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