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읽고 싶었던 책이다. 손원평 작가의 책이라는 점과 누군가를 빛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장이 너무 예쁘게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싶다는 의미에서 사랑이 가득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예진이란 인물 외에는 <프리즘>속 인물들은 사랑이 부족한 이들이다. 스스로 마음을 닫고 사는 이, 굳이 애쓰지 않는 이, 상처와 후회범벅으로 사는 이. 그들이 바로 <프리즘>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이다. 누구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는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누구든 자신들만의 사랑에 대한 프리즘을 모두 갖고 있다. 누군가가 내게로 와 꽃이 되듯 내가 누군가를 빛내 줄 프리즘을. 어둠 속에서는 무용지물일, 그러나 얼마나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느냐의 각도에 따라 그는, 그녀는 빛날 것이다, 찬란한 프리즘처럼. 아직은 덜 익은 풋과일처럼 농익은 사랑을 바라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누군가를 사랑해줄 마음으로 썼을 듯한 <프리즘>, 올 가을엔 누구든 프리즘을 통해 사랑이 성숙되길 바래본다.
<프리즘>을 읽으면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떠올렸다. 사랑이 어떻게 네게로 왔는가. 우리가 로맨스 소설에서 얻고 싶은 것은 그와 그녀의 만남의 상승곡선과 갈등구조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과정이 빠지고 등장인물의 결론적 생각만으로 정리되는 것이 <프리즘>의 옥의 티로 느껴진다. 하지만 손원평 작가의 차기작을 다들 기다렸듯 계절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담백했고 네 명의 캐릭터가 진부한 로맨스를 따라가지 않아 좋았다. 손원평 작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남겨주었다. 아쉽지만 사랑은 또 누군가를 빛내주려 어둠 속에서 프리즘을 간직하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