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손원평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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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I 손원평 I 은행나무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또 나는 누군가에게 다정하고 찬란한 빛을 뿜어내게 하는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빛내주는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말 그사람을 좋아하는 건지 설렘이라는 감정에 빠져 즐거운 건지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는 예진은 27살, 한창 연애의 감정에 빠질 정점에 있는 인물이다. 상처를 받아 아파도 후회해도 연애에 있어 주차는 없다. 오로지 주행만 있을 뿐. 예진은 요즘 도원을 마음에 두고 있다. 얼마 전 수민과 헤어진 도원은 사랑이 퇴색되어 적극적으로 누굴 만날 생각이 없다. 예진의 자신을 향한 마음이 보이긴 하나 애써 인연을 만들고 싶진 않다. 그런 그가 예진과의 데이트를 만들었다가 재인을 만나게 되자 도원의 안에 있던 무언가가 무너져버렸다. 슬픈 환희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혼했으나 만남을 이어가는 전남편 현조와의 잠자리를 거부하지 않는 재인. 어릴 적 동생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부모님의 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가지게 된 그녀는 상처와 후회를 억지로 지니고 산다. 그러다 다시 만난 도원. 자신과는 늘 연애 싸이클이 맞지 않았던 도원, 어느 순간 둘의 연애 공백기에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지만 다시 헤어지게 되었던 둘. 이제 도원은 재인을 놓치지 않으려 하지만 도원을 향한 예진의 마음이 둘 사이를 갈라놓고 재인의 베이커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호계는 스스로에게의 정을 뗀 인물, 고로 누구도 사랑하지 않던 마음에 예진이 자리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도 그렇다.

이유도 목적도 없이 그저 우연한 것. 때로는 경이로운 것.

닮지 않은 부분들이 만나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전체가 되는 것.




<프리즘>, 읽고 싶었던 책이다. 손원평 작가의 책이라는 점과 누군가를 빛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장이 너무 예쁘게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사랑받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해주고 싶다는 의미에서 사랑이 가득한 느낌이랄까? 하지만 예진이란 인물 외에는 <프리즘>속 인물들은 사랑이 부족한 이들이다. 스스로 마음을 닫고 사는 이, 굳이 애쓰지 않는 이, 상처와 후회범벅으로 사는 이. 그들이 바로 <프리즘> 속에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인물들이다. 누구도 사랑을 이루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는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누구든 자신들만의 사랑에 대한 프리즘을 모두 갖고 있다. 누군가가 내게로 와 꽃이 되듯 내가 누군가를 빛내 줄 프리즘을. 어둠 속에서는 무용지물일, 그러나 얼마나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 보듬느냐의 각도에 따라 그는, 그녀는 빛날 것이다, 찬란한 프리즘처럼. 아직은 덜 익은 풋과일처럼 농익은 사랑을 바라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누군가를 사랑해줄 마음으로 썼을 듯한 <프리즘>, 올 가을엔 누구든 프리즘을 통해 사랑이 성숙되길 바래본다.


<프리즘>을 읽으면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떠올렸다. 사랑이 어떻게 네게로 왔는가. 우리가 로맨스 소설에서 얻고 싶은 것은 그와 그녀의 만남의 상승곡선과 갈등구조를 풀어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그 과정이 빠지고 등장인물의 결론적 생각만으로 정리되는 것이 <프리즘>의 옥의 티로 느껴진다. 하지만 손원평 작가의 차기작을 다들 기다렸듯 계절을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담백했고 네 명의 캐릭터가 진부한 로맨스를 따라가지 않아 좋았다. 손원평 작가는 우리에게 희망을 남겨주었다. 아쉽지만 사랑은 또 누군가를 빛내주려 어둠 속에서 프리즘을 간직하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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