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후의 이자벨 / 더글라스 케내디 /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이자벨 전에 나는 섹스를 전혀 몰랐다.

이자벨 전에 나는 자유를 전혀 몰랐다.

이자벨 전에 나는 인생을 전혀 몰랐다.




21살의 미국청년 샘은 하버드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파리를 여행하게 된다. 파리의 서점에서 우연히 만난 15살 연상의 기혼여성인 이자벨과 사랑에 빠지고 번역을 하는 이자벨의 작업실에서 둘은 오후 5시의 둘만의 규칙을 정해 은밀한 사랑을 나눈다. 미래를 생각하는 샘과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는 이자벨은 생각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고 샘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각자의 생활로 바쁘게 살아가던 중 이자벨은 딸을 낳는다.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아 샘에게 편지를 보내는 이자벨. 샘은 급하게 프랑스로 날아온다. 샘은 이자벨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여전히 이자벨을 놓치 못한다. 그러던 중 샘은 레베카라는 변호사를 만나고 둘은 같은 직업때문일까? 대화가 잘 통하고 샘과 함께 미래를 계획하는 레베카를 보며 샘도 어느덧 소유할 수 없는 이자벨에 대해 서서히 맘을 내려놓는데 미국으로 샘을 만나러 온 이자벨. 딸과 함께 미국에서 샘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이자벨. 그러나 샘은 레베카와 결혼한다. 샘은 아빠가 되지만 아들인 이던이 뇌수막염으로 청각장애를 안게 되고 레베카는 알콜중독으로 갈등이 심해져 급기야 이혼에 이른다.




내가 이자벨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도 나는 우리 사이에 앞날이 없다고 말했지만 삭일 수 없는 상실감이 늘 내 안에 있었다. 그 상실감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무척 애쓰며 살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소유하기 힘든 것일수록 소유하기 원한다. 원하던 걸 손에 넣게 되면 현재 주어진 것들이 원래부터 쉽게 소유할 수 있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뒤틀린 논리의 궤적과 진실을 왜곡시키는 거울들의 통로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한 여자와 사랑이 그리웠던 한 남자가 인연인 듯 인연이 아닌 듯 긴 세월동안 결혼이 아닌 불륜의 관계 속에서 만남을 이어가는 사랑과 결혼에 대한 통념을 새로 쓰는 이야기 - <오후의 이자벨>


전형적인 미국남자가 전형적인 프랑스여자를 만나 사랑의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일까? <오후의 이자벨>을 읽으면서 사람마다 나라마다 조금씩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가정을 굳건히 지키면서 샘을 사랑하는 이자벨을, 끊임없이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샘이 원하는 것은 들어주지 않는 이자벨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이 사랑한다는 사람을 한낮을, 공공의 시선을 견딜 수 없는 숨겨진 사랑으로 만드는 이자벨의 사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그녀의 사랑의 방식이 내게는 미로처럼 느껴졌다. 출구가 없는 미로. 둘은 사랑했지만 현실의 벽이 너무 두꺼웠고 젊은 샘은 그 벽을 깨기를 원했지만 완고한 듯하지만 사실 사랑에 있어서 고집스러울 만큼 자유스러운 이자벨은 자신의 색깔대로 사랑을 한 것이 아닐까 나름 해석해보았다.



그러나 샘이 이자벨과 결혼했다면 둘은 관능적이고 애틋한 감정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그녀의 작업실을 벗어날 수 없는 제한된 공간 속 사랑이 결혼과 일상을 통해 피할 수 없는 무게를 견디며 다져지는 사랑을 이길 수 있을까 싶다. 


그런데 마지막 이자벨과 샘의 만남에서 왜 나는 울컥했을까?  왜 가슴이 젖어들었는지 모르겠다.  둘은 분명 사랑이었고 둘은 분명 인생을 나눈 인연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오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