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메이르 -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클래식 클라우드 21
전원경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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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 전원경 / 클래식 클라우드 / arte



빛으로 가득 찬 델프트의 작은 방



그리트는 돈을 벌기위해 페르메이르의 집에 고용된다. 그리트는 페르메이르의 화실을 청소하는 일을 맡았는데 매일 조금씩 진척되는 그의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며 과묵한 화가에게 서서히 매료된다. 그녀의 눈썰미는 뜻밖에 페르메이르의 작업에 도움이 되고 페르메이르는 그리트에게 자신의 일을 돕게 하다 마침내 아내 카타리나의 진주 귀고리를 건 그리트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카타리나는 분노를 참지 못해 그리트를 쫓아낸다. 페르메이르의 시선에 가슴을 졸이던 그리트는 미련없이 그의 집을 나온다. 그러나 그리트의 마음에 깊은 상처가 된 것은 페르메이르가 자신을 바라보던 눈길이 다만 '아름다운 피사체'를 관찰하는 화가의 시선 그 이상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북구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의 {진주 귀고리 소녀}와 페르메이르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이다. 1999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이후 2003년에는 피터 웨버가 감독하고 스칼렛 요한슨과 콜린 퍼스가 주연으로 열연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가 개봉되기도 했다. 이만큼 대중의 {진주 귀고리 소녀}는 진실이 궁금한 그림임을 말해준다.




델프트의 스핑크스

페르메이르의 작품들은 모델이 누구인지를 비롯해 전혀 그림에 대한 정보가 남아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라는 이름은 얀 페르메이르로 알려졌을 만큼 그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고 왜곡되기도 했다. 19세기 프랑스 미술사학자 토레뷔르거는 페르메이르는 너무나 수수께끼가 많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델프트의 스핑크스' 같은 존재다. 그에 대한 자료는 생몰년과 사후의 기록에 의지하는데 300년이나 흐른 뒤에 그는 우리에게 재조명된다.



저자는 페르메이르를 설명하기 위해 네덜란드라는 나라부터 설명한다. 작고 척박한 땅의 네덜란드의 자국민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인들이 창조했다'고 말할 정도로 가혹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나라를 지키며 살아온 그들은 화가를 많이 배출한 나라인데 페르메이르보다 조금 앞서서 렘브란트가 있었고 220년 후에 고흐가 태어난다. 페르메이르가 살았던 델프트라는 곳은 작은 마을인데 페르메이르는 살아 생전 델프트를 떠난 적이 없었고 겨우 21세에 화가들의 모임에 가입해 화가로 인정받지만 43세에 급작스럽게 사망한다.



그가 사망한 이유는 가난 때문이다. 당시에도 네덜란드는 한 가정 당 3~4명의 자녀를 낳았는데 페르메이르는 15명의 자녀를 낳고 11명이 생존했다. 그는 21세에 한 살 많은 카타리나와 결혼을 했는데 결혼 기간의 상당기간을 카타리나는 임신 중이었을 것이다. 페르메이르는 장모의 여유있는 재산 탓에 처음부터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던 것같다. 그러나 페르메이르가 다른 화가들에 비해 비싼 재료로 그림을 그려 그림이 비쌌으며 다른 화가에 비해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던 이유 때문에 페르메이르는 평생 그리 많은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림을 많이 팔지 못했고 다자녀에 당시 1672년은 네덜란드 역사에 '재난의 해'로 기록될 만큼 프랑스가 네덜란드를 침공해 경제상황이 위축되었던 바 '아이들을 먹여 살릴 길이 없는 상황에서 반미치광이처럼 되었다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졌다.'고 카타리나는 전한다. 책의 표지는 <회화의 기술>을 옮겨놓았는데 카타리나가 이 그림만큼은 지키고 싶어했다고 한다. 그림 속 화가가 페르메이르일지 모른다는 지금의 추측이 맞는 걸까? 그림속의 화가가 자신의 남편이기 때문에 그림을 지키고 싶었을까?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1945년에 위작사건을 겪기도 한다. 43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페르메이르. 그의 그림들은 '빛'이 난다고 한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뽑는 것인데 후기로 갈수록 그림에서 빛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의도적으로 찍어놓은 흰색 '빛 방울'들을 볼 수 있다. 이 효과로 인해 그림을 보는 이는 실제로 반짝이는 듯한 인상을 받는데 {진주 귀고리 소녀}를 비롯해 정경은 극히 단순하지만 아름답고 참신해 보인다. 또한 그의 그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왼쪽에 창이 있는 방인데 거의 동일한 장소에서 그림을 그린 듯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림을 보고 다시 책을 읽고 하다보니 그림에 대해 문외한인 내게는 저자가 도슨트같기도, 역사를 설명할 때는 역사선생님 같기도 했다.



자료가 별로 없어 추측으로 읽어내야 하는 페르메이르의 그림들은 반면교사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에로틱의 감정을 느끼게도 한다. 또한 네덜란드의 수많은 화가들의 무한 경쟁 상태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점, 당시 유럽의 화가들은 종교화를 그렸는데 페르메이르는 대신에 풍속화, 정물화, 풍경화, 초상화, 트로니 등 새로운 주제를 담은 그림들을 그렸다는 점, 빛을 내는 그림이라는 점 등에서 페르메이르는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한 화가라고 할 수 있겠다. 더구나 수수께끼같은 화가는 우리에게 더욱 신비롭게 다가온다. 나에게 네덜란드는 풍차와 튤립의 나라, 그리고 일본과 가까운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런데 이제 네덜란드하면 페르메이르를 떠올리게 될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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