깃털 도둑 -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지음,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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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도둑 / 커크 월리스 존스 / 박선영 옮김 / 흐름출판



"대체 이건 뭔가요?"

"빅토리아식 연어 플라이죠.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깃털도 사용되었습니다."

"이런 것들은 어디서 구하십니까?"

"플라이를 만드는 작은 온라인 모임이 있어요."

"이걸로 직접 낚시도 하세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플라이를 만드는 사람들은 대개 낚시에 대해서는 거의 모릅니다.

그들에게 플라이를 만드는 일은 일종의 예술 활동이죠."




에드윈 리스트는 경비원이 축구를 보고 있는 사이 유리창을 깨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 왕극락조 37마리, 멋쟁이라이플버드 24마리, 어깨걸이풍조 12마리, 푸른극락조 4마리, 불꽃바우어새 17마리를 가방에 쓸어 담았다. 150년 전 뉴기니와 말레이제도 원시림의 온갖 악조건 속에서 어렵게 모은 표본들은 독학 박물학자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그리고 에드윈은 박물관을 나와서 유유히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커크 월리스는 이라크 도시 재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가 큰 사고를 당하고 치료차 쉬던 중 플라이 낚시를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죽은 새의 깃털로 플라이를 만드는 모임과 에드윈 리스트가 영국 자연사박물관에서 새들을 훔쳤다!는 얘기를 전해듣는다.




<깃털도둑>의 시작은 에드윈 리스트가 깃털을 훔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 사건을 밝히기 전에 독학 박물학자인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가 많은 새들의 표본을 찾아 논문을 쓰기까지의 이야기부터 깃털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설명한다. 앨프리드 러셀이 힘들게 밀림을 뒤져 만든 표본이, 박물학에 길이 보존되어야 할 표본이 갈갈이 찢어져 플라이 타이어란 덕후들의 취미생활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럽 역사 속의 많은 여성들의 옷과 모자에는 아름다운 깃털로 장식이 되어 있는데 그 사용량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한 상인은 벌새 8000마리로 숄을 만들어 팔았고 프랑스에는 깃털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술자가 25명에서 120명, 280명으로 급증했다는 통계가 있다. 모두들 깃털을 뽑고 가공하는 분야에 종사하는데 그러다 보니 수요는 점점 늘고 야생조류는 끊임없이 포획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상승하고 짝짓기 철에만 자란다는 쇠백로의 최상품 깃털이 1900년에 1킬로그램에 32달러였는데 요즘으로 환산하면 1만2000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가끔 소, 돼지, 닭을 생각할 때 오로지 쓰임이 인간에게만 있어 무서울 때가 있다. 급성장해서 죽음으로 인간에게 쓰여지는 동물들의 인생이 끔찍하리만큼 불쌍하단 생각을 하게 되는데 불쌍한 건 새도 마찬가지였다. 죽음으로 인간의 박물학이라는 연구에 쓰일 표본으로 남든가 모자깃털로 남든가 의류에 쓰이던가 플라이 타이어들에게 쓰이던가 어느 쪽이든 새들도 가축 못지않은 쓰임이 있었던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에드윈 리스트는 결국 체포되었지만 범죄자로 남지 않았다. 왜 일까? 커크 월리스는 처음 에드윈 리스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상한 점과 궁금한 점이 점점 늘어갔다. 결국 그는 직접 진실을 파헤치기로 결심하고 에드윈 리스트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부터 플라이 중독자, 깃털 장수, 맹수 사냥꾼같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에드윈 리스트는 어째서 범죄자가 되지 않았던걸까?



<깃털도둑>은 읽어 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낄만큼 종의 대한 이야기같기도 하고 덕후들의 이야기 같기도 하고 추리 미스터리 소설같기도 하다. 하지만 진실은 깃털도둑 이야기는 사실이라는 것. 깃털도둑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깃털을 훔쳐다가 뭐에 쓰려고?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책을 읽는 내내 깃털과 관련된 세계는 내게는 처음 접하는 생소한 영역이었다. 낚시를 하지도 않으면서 플라이를 만들기 위해 희귀깃털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렇고 타잉을 즐기는 플라이 타이어(플라이를 만드는 것을 타잉tying이라고 하고 플라이를 타잉하는 사람을 플라이 타이어fly tier라고 함.)들이 있다는 것도 아름다움을 뽐내기 위해 모자와 의류에 엄청난 양의 깃털을 사용했다는 사실들이 마치 인간에게 자연을 훼손하고 파괴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준 듯해 자연 앞에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 과연 용서받을 행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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