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콥의 방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4
버지니아 울프 지음, 김정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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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의 방 / 버지니아 울프 / 김정 옮김 / 솔출판사




베티 플랜더스 부인에게는 세 명의 아들이 있다. 아처와 제이콥 그리고 존. 안타깝게도 플랜더스 부인은 과부가 된지 2년이 되었다. 암을 앓고 있는 부인을 둔 바풋대령은 플랜더스 부인에게 호의를 베풀며 정기적으로 찾아온다. 그리고 목사인 플로이드가 플랜더스 부인에게 청혼을 하지만 부인은 아들을 셋이나 둔 자신이 결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흘러 제이콥은 성장한다. 제이콥은 고귀한 용모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고 계속해서 여자가 생긴다. 순종적인 클라라와 잘 되어가는 것 같았지만 클라라는 제이콥을 떠난다. 여러 남자와 어울리는 플로린다는 제이콥과 사랑을 나누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다른 남자와 팔짱을 끼고 연애를 즐긴다. 플로린다로 인해 제이콥은 상처를 입는다. 그리고 화가 닉의 모델인 페니는 닉을 동경하지만 제이콥을 알게 되고 그를 좋아하게 된다. 여행중에 만난 산드라. 기혼녀의 그녀와 호감을 주고 받지만 그녀는 선을 넘기지 않는다.





제목이 <제이콥의 방>이다. '제이콥의 방'은 어떤 의미일까? 딱히 '제이콥의 방'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진 않다. 그렇다면 독자는 '제이콥의 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제이콥의 방이 주는 의미를 한 번의 독서로 찾아내기는 어려울 듯 하다. 사실 버지니아 울프의 네 번째 소설을 읽으면서 이제는 그녀의 문학세계가 어렴풋하게 보여할텐데 나는 여전히 블랙홀에 빠진 듯하다. 악평을 쓰자면 그녀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잘 드러나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문가만이 알아챌 의도라면 일반독자와의 소통이 당연 힘들 것이고 많이 읽혀질 수 없을 것이 아닌가. 그녀의 작품 세계를 높다고 평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그녀만의 세계라고 해야 할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그저 그녀의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 중에 <제이콥이 방>이 있다고 생각하고 싶다.



제이콥이란 인물이 주는 의미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읽었지만 찾지 못한 나는 제이콥을 둘러싼 여성들 그러니까 제이콥과 이성의 호감을 느꼈던 인물들과 플랜더스 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플랜더스 부인은 남아 셋을 둔 과부이다. 청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청혼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관심을 보이고 찾아오는 남자도 있다. 당시 영국 과부들의 위치가 어느 정도였고 과부의 재혼율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모르지만 플랜더스 부인은 스스로가 재혼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지 않는다. 그것은 아이가 셋이나 딸린 과부라는 조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을 먼저 보내고 아이들과 함께 조용히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나라만 봐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여성상이다.



제이콥이 가장 숭배했던 여성은 클라라였다. 어른들을 배려하고 바흐를 연주하는 착한 심성의 여자였다.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는 순종적인 여성이다. 유일하게 제이콥과 육체적 사랑을 나누지만 결국 스스로 제이콥을 떠나는 플로린다. 그녀는 연애지상주의인 사람인가? 페니 또한 닉과 제이콥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녀는 화가인 닉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의 모델이 되지만 제이콥을 보고는 제이콥에게 반해 닉과 제이콥 사이에서 갈등한다. 마지막으로 산드라는 유부녀로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모든 걸 사랑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각자 위치가 다르고 비교가 가능한 여성을 여럿 설정 후 남자 주인공과의 연애 감정선을 들여다 보며 당시의 남성들은 어떤 여성을 선호했으며 또한 제이콥은 어떤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세심한 연애 감정선이나 연애의 서사를 보고 싶었지만 작가의 의도는 그도 아니었나보다. 한 줄 두 줄로 표현되는 그들의 감정들이 너무 부족하다.



제이콥의 방에는 아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인물들이 모두 우리에게 큰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 그저 우리의 이웃이고 우리의 일상 속에 언제나 있을 법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왜 버지니아 울프가 이렇게 많은 인물을 등장시켰는지 알 길이 없다. 그들이 주는 의미는 그저 제이콥을 둘러싼 인물들의 주변일 뿐이다. 우리의 일상을 보여주기 위한 소설인가? 그런데 나는 울프의 의도를 캐치하지 못하는 건가?라는 의문이 또 생긴다. 그녀의 작품은 읽을수록 미궁에 빠진다. 자신의 나라의 청년들을 살리기 위해 크레타의 미궁 속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절대 나오지 못할 미궁을 빠져나온 테세우스. 그에겐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딸 아르아드네 공주의 도움이 있었다. 지금 내게는 아르아드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버지니아 울프라는 미궁을 헤치고 제이콥의 방의 주제의식을 헤아리는 데 도움을 줄.



덧. <제이콥의 방>에는 해설이 붙어있다. 해설조차 내겐 어려웠다. 분명 '제이콥의 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쓰여져있다. 그러나 그 해설이 내게는 와닿지 않는다. 그저 부족하지만 나의 시선으로 제이콥의 방을 이해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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