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9
카를로스 푸엔테스 지음, 송상기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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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 송상기 옮김 / 민음사



그녀는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해.

드디어 그녀의 두 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 안에서 너는 거품을 일으키며 파도치다

이내 잠잠해지곤 다시 파도를 일으키는 초록빛 바다를 발견해.

그 눈망울들을 바라보며 넌 꿈이 아니라고 자신을 다독여.



월급 900페소를 받는 역사학자인 펠리페 몬테로는 프랑스 체류경험이 있는 젊은 비서를 뽑는다는 채용광고를 보게 된다. 4000페소와 함께 숙식제공의 좋은 조건에 끌려 펠리페는 그곳으로 찾아간다. 콘수엘로부인은 남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정리하는 작업을 부탁한다. 비망록을 출판하려는 것이다. 펠리페는 너무 어두운 그집이 내키지 않아 자신의 집에서 원고를 정리하고자 했으나 조카를 소개받고 갑작스레 나타난 아우라를 보자 펠리페는 그녀들과 함께 살기로 결정한다. 초록빛 눈동자의 아우라!



콘수엘로 부인의 집에서 지내며 펠리페는 콘수엘로가 아우라에게 비밀스러운 힘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품는다. 어린 소녀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어둡고 그늘진 집에서 갇혀 다 죽어가는 노파를 돌보며 사는 것이 안타깝다. 그리고는 누군가 올가미로부터 구출해주길 바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른다. 악몽을 꾸다 깨어난 펠리페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속삭이는 누군가의 손길을 느낀다. 그것은 아우라였다!



"당신은 제 남편이예요."



펠리페는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에서 부인 콘수엘로에 대해 적어 놓은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요렌테 장군이 부인을 안 것은 부인의 나이 열다섯 살이었고 녹색 눈을 가진 어린 인형이라 표현하며 고양이를 싫어한다고 적고 있었다. 그리고 나이를 계산해보니 콘수엘로 부인은 백아홉 살이었다! 비망록을 읽으며 펠리페는 왜 아우라가 콘수엘로부인의 집에 있는지 알게 된다, 불쌍한 미치광이 노파에게 젊음과 아름다운에 대한 허상을 지속시켜주기 위해 초상처럼 거울 속에 갇힌 것이라는 것을.



그런데 이상한 것은 부엌에서 본 아우라는 새끼 양의 목을 자르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본 펠리페는 구역질을 하고 만다. 아우라와 눈이 마주쳤으나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처럼 멍하니 바라보던 아우라. 그리고 펠리페는 노파에게 가서 따지려 한다. 그런데 노파는 허공에 팔을 뻗고 두 손을 움직이며 한 손은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뭔가를 잡고 있는 것 같고 다른 손은 주먹을 쥐고 계속 같은 곳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뭔가를 자르는 듯했다. 부인은 이번엔 뭔가를 벗기고 있다. 마치 짐승의 가죽 같은 것을.....



아우라라는 이름과 1876년이라는 연도가 흰 잉크로 적인 이 은판사진의 접힌 뒷면에는

우리의 결혼 10주년을 기념하며 찍음. 이라고 "콘수엘로 요렌테"라는 서명과 같은 필체로 적혀 있어.

이번엔 아우라가 노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는데,

외출복 차림으로 어느 정원 벤치에 둘이 앉아 있어. 이 사진은 조금 지워졌는데.

아우라가 첫 번째 사진만큼 젊어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녀가 맞아.

그런데 그 노인은 말이지.... 바로 너야.




읽어가면서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궁금증이 더 증폭이 되었는데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결말이랄까?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명사인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환상주의 작품인 <아우라>. 주인공인 펠리페를 '너'라 지칭하는 화자는 누구인지 정확치 않다. 주인공일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2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을 이끌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뭔가 음산하고 어둡고 그늘진 집으로부터 시작해서 정체를 알 수없는 콘수엘로 부인과 그녀의 조카 아우라를 만나기에 이른다.



콘수엘로 부인의 남편인 요렌테 장군의 비망록을 보며 아우라가 콘수엘로와 동일 인물이고 주인공 펠리페는 요렌테 장군임을 알게 된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동시대의 사람이 아닌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바로 콘수엘로의 염원이다. 아우라를 통하여 펠리페의 영원한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런 비밀(?)을 알지 못하는 펠리페와 독자는 펠리페의 심리를 따라가다가 다른 인물들이 같은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과거와 현재라는 개념이 없는 <아우라>는 몽환적이면서 요렌테 장군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오싹함까지 더해진다. 처음 펠리페가 콘수엘로 부인의 집을 찾아갈 때 69번지였다가 현재는 815번지가 된 것부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함을 뜻한다. 아우라가 콘수엘로였다는 것을 안 펠리페는 절망한다. 그러나 펠리페 역시 콘수엘로가 만든 욕망에 투영된 요렌테 장군의 환영이므로 모든 것은 콘수엘로의 죽음을 넘은 사랑에 대한 염원이 만든 허상이었던 것이다. 그녀의 욕망이 어린 허상이 만들어 낸 이야기, 콘수엘로의 사랑이었을까? 집착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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