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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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하인리히 뵐 / 김연수 옮김 / 민음사




모든 것이 거짓말이라는 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어요.




여섯 살 때 아빠가 돌아가시고 돈을 벌기 위해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했던 카타리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대모의 도움으로 여기저기 가정부나 판매원으로 일을 했다. 오빠를 통해 알게 된 남자와 결혼했으나 남편에게 혐오감을 느끼고 도시로 떠나 이혼한다. 일을 하면서도 국가공인시험을 치고 열심히 살아간다. 신뢰를 쌓은 카타리나는 좋은 분들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면서 대출을 받아 아파트도 산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이런 카타리나가 살인을 저지르고 자수를 한다. 무슨 일로?



돈을 벌어 아픈 어머니와 교도소에 수감중인 오빠에게도 보내고 대출금을 차곡차곡 갚아 나가는 카타리나. 범죄와는 거리가 먼 착실한 여자인데 살인을 저지르고 자수를 하러 경찰소에 직접 찾아갔다. 매년 11월 11일 11시 11초에 시작하는 카니발 기간 중에 대모의 집에서 열리는 댄스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춤을 추고 자신의 아파트로 갔다.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카타리나. 그러나 그 남자는 나라가 찾고 있는 살인사건의 용의자이며 은행가도죄를 저지르고 도망다니던 중이었다. 경찰의 미행을 당하던 중이었는데 그남자는 카타리나의 아파트에서 깜쪽같이 사라졌다! 어떻게?



'혹은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부제가 달린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황색언론의 희생량이 된 어떤 여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황색언론이란 독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범죄나 성적 추문 등의 사건을 과도하게 부풀려 취재, 보도하는 저널리즘을 말한다. 수배중인 루트비히가 카타리나와 함께 댄스파티를 즐기고 카타리나의 아파트까지 갔다가 감쪽같이 사라진 뒤 카타리나는 경찰과 기자들의 감시 속에 지내게 되고 이를 알고 있던 기자는 카타리나 주변의 인물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독자들의 입맛에 맞게 각색한다. 카타리나가 아파트에서 연행될 때 찍은 사진을 대서특필하며 자극적인 남의 일에 떠들기 좋아라하는 독자들의 수요에 공급처가 된다. 기자는 암을 앓고 있던 카타리나의 어머니를 찾아가 현재의 상황을 얘기해서 놀라게 해 결국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카타리나의 주변지인들까지 신상털기를 시작한다. 카타리나의 전남편을 찾아가고 카타리나에게 불만이 있던 전남편에게서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기자는 걸러줄 생각이 없다. 댄스파티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던 카타리나와 루트비히는 첫 만남에도 오랜 연인같은 인상을 주었나보다. 주변에서 기자에게 인터뷰하기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 같았다, 그건 우연한 만남이 아니고 분명히 재회였다고 했다. 그녀가 사회적 지위가 있는 분들의 집에서 일을 도와주자 그녀의 깔끔하고 성실한 태도에 반한 '신사'들이 그녀에게 치근대고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에 태우는 등의 일이 생기자 카타리나는 돈이 조금 생기자 차부터 산다. 경찰은 그녀의 재산상태와 평소의 자동차의 주행거리까지 계산하며 연인 루트비히를 감춰 주고 있지는 않은지부터 시작해서 대대적인 신상털기를 하는데 읽는 내내 거북스러웠다. 모든 것이 각색되고 오해로 점철된 기사들 속에서 카타리나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1975년도에 발표된 작품이니 '인권'과는 거리가 멀었을 당시에 담대하고 꼿꼿한 카타리나는 그러나 어느 순간 감당하지 못할 슬픔에 울어 버린다.어머니의 죽음이 그녀를 냉정과 이성을 주체하지 못하게 만든 듯하다. 점차 카타리나와 주변인들을 죄어오는 상황에서 오해로 점철된 시선과 오보에 결국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제 폭력과 오해로 만들어 낸 이 황당한 결과를 카타리나는 어떻게 감당해야 하는가? 그녀의 잃어버린 명예는 어떻게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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