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망원동 브라더스 / 김호연 / 나무 옆 의자
어느새 백수들의 놀이터가 된 나의 옥탑방.
어쩌다 일이 이렇까지 됐을까.
더 이상 고요한 옥탑의 아침은 사라지고 없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일제의 침략에 점령된 뒤
겪은 식민지 백성의 슬픔이 이러했을 터.
실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30대 중반의 오영준은 공모전에 당선된 이후 이렇다 할 힛트작이 없이 근근이 하루를 살아가는 만화가 겸 백수이고 8평 옥탑방에서 거주한다. 캐나다로 이주한 후 적응하지 못해 아내와 딸을 남겨두고 홀홀단신으로 다시 돌아온 김부장은 오갈데 없는 신세. 공모전에 당선되었던 오영준의 작품을 팔아줬던 인연으로 김부장은 영준의 옥탑방에 얹혀 살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리지만 사기만 당하고 가진 돈도 날려버린, 자식이 보고 싶어도 날아가지 못하는 기러기도 못되는 펭귄아빠다. 직장을 잡고 독립하기 전까지 월세를 같이 부담하며 살게 된 김부장.
영준은 선배의 돌잔치에 갔다가 싸부를 만난다. 만화를 가르친 적은 없지만 싸부로 모셨던 그는 만화 스토리작가로 그의 작품이 영화로까지 제작되었다. 한 때 잘 나갔던 시절이 있던 싸부는, 잠자는 아내를 깨워 담배 심부름을 시키는 등 가부장적인 스타일로 참다못한 부인이 싸부에게 황혼이혼장을 내밀고 그는 집에서 쫓겨나 영준의 옥탑방에서 기거하게 된다. 물론 영준의 허락도 없이. 이렇게 셋의 동거가 시작되고 우연히 동네 마트에서 이벤트행사를 참가하던 중 만난 대학 후배, 삼척동자. 삼척이 고향이 아니라 3가지 척을 한다 해서 삼척동자이다. 아는 척, 잘 생긴 척, 돈 많은 척. 그는 공시생으로 주변 고시원에서 지낸다. 기거는 하지 않지만 거의 매일 옥탑방에 들락거린다. 8평의 옥탑방에 성인 남성 4명이 부비적대는 좌충우돌 동거가 시작된다!
주변의 많은 사람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영준은 만화가이지만 만화를 그리지 못하고 있었다. 후퇴한 만화시장에서 웹툰은 인정하기 싫고 잡지만화를 그리고 싶었던 영준. 그러나 현실과 타협하고 김부장은 뭐라도 하려고 시도하는 어깨 무거운 40대의 가장이다. 큰소리치며 가족을 돌보지 않았던 황혼이혼을 맞이한 싸부. 삼척동자 공시생. 변변한 직업없이 왕년의 추억만 있는 루저들이다.
가격이 저렴한 집을 구하려면 역세권에서 멀리 그리고 꼭대기로 올라가야 한다. 옥탑방은 자취의 로망이라지만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 이런 옥탑방이 의미하는 것은 뭘까? 혼자 살기에도 시각에 따라서는 좁을 수 있는 8평의 옥탑방은 사회에서 내몰린 이들이 옹색하지만 둥지를 틀 수있는 마지막 보루가 아닐까? 마지막 보루에 모인 4명의 성인남성들의 동거생활은 아슬아슬하고 불안한데 정작 등장인물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없이 그날그날을 유쾌하게 누리며 살아간다. 무능하지만 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감이 간다.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공시생도 많고 30대에 아직 이렇다 할 변변한 직장을 구직중인 이도 많고 기러기도 아빠도 있으며 황혼이혼을 맞이한 이들도 있다. 이들은 모두 우리 주변을 형성하는 이웃들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시련은 겪는 것이고 그들도 잠시 시련 중에 있을 뿐이다. 물론 불투명한 미래를 덤으로 장착하고 있다.
작가는 많은 이들이 지면서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 인생을 지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사회와 타협하고 순리대로 사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까? 인생을 이기려고 했던 이들이 모두 지고 돌아와 숨 쉴 수 있는 이곳, 옥탑방. 각 세대가 겪을 수 있는 위기상황에 그들을 몰아넣고 독자로 하여금 동정의 시선을 한껏 받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벌떡 일어나 찾지는 않지만 어딘가로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났다가 돌아와 다시 삶을 나누는 남자 넷의 동거기, <망원동 브라더스>는 우리사회의 각 계층의 성인남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우리사회의 일면을 보게 한다.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들이고 이런 현실이 암담하지만 나름의 해결책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상처받고 좌절했지만 유쾌하게 그린 우리네 이야기.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속에 넘실대는 남자들의 좌절과 격려 그리고 우정을 만나보자.
"이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이기려고 살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잠깐 당신이랑 편하게 지내볼까 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