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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조세희 / 이성과 힘
사람들은 사랑이 없는 욕망만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사람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릴 줄 모릅니다.
이런 사람들만 사는 땅은 죽은 땅입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중에서)
1970년대, 난쟁이 아버지의 척박한 삶 속에서 그의 자식들과 주변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떠한 부조리를 겪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난쟁이와 꼽추, 앉은뱅이의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그들이 어떻게 핍박받고 무시 속에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또한 노동자들은 사회적 권력자들의 교묘한 억압 등에 의해 노동을 착취당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저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빈곤을 겪는다. 그 속에서 성장을 도모하려는 난쟁이의 큰아들 영수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등에 대해 공부하고 같은 노동자들끼리 똘똘 뭉쳐 도약한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다. 곧 영수는 어떤 결심을 한다.
단편집으로 연작소설인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1970년대이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0년대는 전쟁 이후의 피폐하고 황량한 시대에서 모두들 먹고 살고자 애썼던 그야말로 새마을운동이 활발했던 시기였다. 판잣집을 무너뜨리고 아파트를 건설하며 아스팔트 길을 내고 학교가 들어서고 교통시설을 확충하던 시기. 그리고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 우리의 부모와 앞선 이들의 피와 땀이 어린 시대였다. 그러나 그 가장 중심에 있던 이들은 이사에 이사를 거듭하고 갈데가 없어 꼭대기로 꼭대기로 올라가고 달동네라는 이름을 생산해냈다. 있는 자들은 밖으로 대로로 나와 큰 도로를 앞에 두고 아파트에 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없는 이들은 숨기 시작했을까? 구석으로 꼭대기로...
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배우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이들은 곧 그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사회는 없는 자들의 노동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노동을 판 댓가는 해소되지 않는 상대적 빈곤과 박탈감을 안겨주었고 그것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럼 상대적 빈곤은 1970년대만이 가졌던 모순이었을까? 우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대로 올라가면 갈수록 그 빈곤은 더했다. 없는 자는 배우지 못했고 배우지 못한 자는 가지지 못했다. 현재 세계는 한국의 급성장은 높은 교육율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할아버지들은 배우지 못해서 가지지 못했고 가지지 못해서 배우지 못했다. 이것은 되풀이 된다. 안과 밖이 없이 계속 되풀이 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소설은 난쟁이가 유전에 의해 대물림되는 것처럼 그들의 가난도 되물림 됨을 보여준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대물림된 가난과 유전병. 죽은 난쟁이의 부인과 큰아들 영수, 영호, 영희와의 대화 사이 사이에 난쟁이와의 평소 대화가 끼어든다. 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그것은 아직 아버지가 살아계셨던 그때와 별반 다름이 없음을 의미하고 아직 가난했고 아직 불공평하고 아직 불행함을 뜻했다.
극중 난쟁이의 큰아들 영수는 근로기준법 등에 대해서 공부하고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응집한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전태일이 노동자들을 위해 공부하고 애쓰던 모습과 겹쳤고 영수의 결심과 실행으로 인하여 영수는 벼랑 끝에 서게 되고 노동자들은 또 다시 리더를 잃는 실망을 맞이하게 된다.
12개의 단편 중에서(에필로그 포함) 11개 단편은 모두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다. 반면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는 기업 '은강'의 아들 중 하나가 은강의 노동자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기업의 상속자 내지는 기업의 자제들이 태어나 어떤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지에 대해 잘 그리고 있다. 그들만의 교육을 통해 그들 또한 그들의 부모처럼 그들이 있어야 할 위치에 있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과연 그것이 누구를 위한 노력일까? '은강'의 아들은 안정되고 기본적인 삶을 살며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기본적인 것을 추구하려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허락되지 않는다. 이 차이를 어떻게 메꿔야 할까?
난쟁이가 태어날 확률은 극히 적다. 우성에 의한 돌연변이로 거의 대물림되지 않을 확률을 가진다. 이 확률이 우리사회가 가진 부조리, 모순 등의 확률이 되기를 바래본다. 더불어 장애인들에 대한 인권이 우리사회에서 얼마나 성장되었는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리며 사는 세상이 언제쯤 실현될 것인지 그들의 인권에 대해 되짚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