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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로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ㅣ 버지니아 울프 전집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희진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4월
평점 :

등대로ㅣ 버지니아 울프 ㅣ 박희진 옮김 ㅣ 솔출판사
"그럼, 물론이지, 내일 날씨만 좋으면 말이야."
"하지만, 내일 날씨는 좋지 않을걸."
여름 별장으로 램지 가족과 손님들이 모인다. 램지 가족 중 막내 제임스는 등대에 가고 싶어 하지만 날씨가 좋지 않다. 그럼에도 램지 부인은 긍정적인 대답을 주지만 램지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 갈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들은 저녁식사를 하고 다음 날을 맞이 한다. 그리고 결국 등대에는 가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 램지 부인은 사망하고 수학자로 대성할 수 있었던 램지의 큰아들인 앤드류는 전쟁터에서 죽고 예쁜 딸 프루도 출산 후 죽는다. 그리고 램지는 제임스와 캠을 데리고 등대로 떠난다.
이것이 <등대로>의 줄거리이다. 그런데 내용은 286페이지에 달한다. 그럼 무슨 내용으로 그많은 페이지를 채웠을까? 등대로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램지부부와 8명의 자녀들(한 명은 결핵으로 등대에 있음-7명의 자녀만 등장)과 손님으로 온 윌리엄 뱅크스, 찰스 탠슬리, 릴리 브리스코우, 폴과 민터, 그리고 카마이클씨이다. 등장인물의 성격묘사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램지는 완고하고 현실적이며 날카롭고 일외에는 융통성이 없는 인물이다. 반면에 램지부인은 따뜻하고 포용력이 넓은 사람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배우지 않고도 이해하는 지혜와 아름다움이 있는 누구에게나 친절한 누구나 이야기를 털어 놓을 수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초대된 손님들의 행동과 태도, 성격묘사를 하다 시간은 흐르고 램지부인이 사망한 후에 램지부인이 만약 살아있었다면 강제로라도 결혼했을지 모를 릴리 브리스코우가 다시 별장에 찾아와 10년 전에 모임에 초대되었던 인물들의 소식을 독자에게 전하며 10년 전 완성하지 못했던 그녀의 그림을 완성하고 램지가 두 자녀와 등대에 도착하는 것을 끝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릴리 브리스코우라는 인물은 당시의 여성으로서는 결혼이 늦었던 여성이었는데 램지 부인은 그녀가 윌리엄 뱅크스와 산책하는 모습을 보고 둘을 결혼시키려 마음먹는다. 윌리엄은 램지와 친구인데 당시 램지는 61세였고 램지부인은 50세였다. 릴리는 30대이다. 여자 혼자 사는 것도 힘들지만 여자의 일이라는 것이 있기 힘든 당시에 릴리는 그림을 그렸다. 램지부인이 죽고 램지는 릴리에게 부인이 되어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릴리는 거절한다. 그리고 그것은 여성의 홀로서기를 의미한다.
등장인물 중 남자들은 그닥 매력있는 사람이 없다. 완고하고 꽉 막힌 램지나 여자는 글도 못쓰고 그림도 못 그린다며 이죽대고 싸구려 담배를 피우는 찰스 탠슬리 등 별 능력이 없으면서도 성공하고 예쁜 여자를 얻어 결혼하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남자는 남자라는 이유만으로도 조금만 고생하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당시의 환경을 생각하면 릴리가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나 끝내 어느 누구와도 결혼을 하지 않았던 것은 당시 가부장 사회 결혼 제도 등에 대한 거부로 여성이 남성의 도움 없이도 뭔가를 이뤄내고 당당히 설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홀로서기와 자신의 직업이 있는 여성을 뜻하는 릴리에 반해 배우지 못했지만 지혜롭고 아름다우며 포용력이 넓은 램지부인의 사망은 이제 램지부인의 시대는 갔고 릴리의 시대가 왔음을 뜻한다. 여성 권리의 투쟁으로 천 명이 넘는 영국 여성이 투옥되어 1918년 30세 이상의 특정 여성들에게 투표권이 주었졌음을 상기하면 1927년에 발표된 <등대로>는 가부장 제도에 몸부림 치던 여성들에는 반가운 희망의 메세지가 아니였을까 싶다. 그러므로 '릴리'라는 여성은 신세대 여성으로 당시의 여성들의 이상향이 되었을것 같기도 하다. <등대로>는 시대가 변하고 있다 또는 시대는 변해야 한다는 버지니아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다만 제목에서 암시하는 등대로(To the lighthouse)는 왜 등대가 아니고 등대로였을까? 하는 의심을 품게 한다. 등대란 야간에 등대불빛을 발하여 선박 또는 항공기에 육지의 소재, 원근 위험한 곳 등을 명시해준다. 이런 등대로 가려는 것이 어떤 의미였을까? 거친 바다와 육지를 구분하는 외롭지만 홀로 당당한 등대, 신여성을 뜻하는 것일까? 나로선 버지니아의 깊은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버지니아 울프는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어떤 상황을 통해 등장인물의 내면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의식이 굉장하다. 만약 영화로 제작된다면 인물들의 감정선, 의식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굉장히 힘들만큼 그녀의 문장들은 어려운 문장은 아닌데 어렵다. 내가 하면서도 이해시킬 수 없는 말이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이 널리 알려지면서 문학계에서도 영향을 받아 등장한 것으로 심리서술방법인데 마르셀 프루스트가 대표주자로 알려져 있다. 어떤 일을 통해 떠오르는 대로 써내려가는 것을 말하는 의식의 흐름기법이라서인지 아니면 그녀의 문체가 독특해서인지 글을 읽는 중간중간이 힘에 부쳤다. 별 것 아닌 상황마다 의식의 흐름이 넘쳐 나고 그 의식의 흐름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서 읽다말다를 반복, 100페이지 가까이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녀의 글을 이제야 접하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그녀의 다른 작품들은 페이미니즘의 어떤 색채를 띄고 있을지 또다른 신선함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