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순이 삼촌 현기영 중단편전집 1
현기영 지음 / 창비 / 2015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순이삼촌 / 현기영 / 창비




누가 뭐래도 그건 명백한 죄악이었다.

그런데도 그 죄악은 삼십년 동안 여태 단 한번도 

고발되어본 적이 없었다.

도대체가 그건 엄두가 안 나는 일이었다.





<순이삼촌>은 현기영의 중단편전집1로 여러개의 중단편중 [순이삼촌]은 제주도 4.3사건을 다루고 있다. 현기영은 제주도 출신으로 4.3사건의 대표주자라고 말할 수 있겠다.



<순이삼촌>에 대해 얘기하려면 먼저 제주도 4.3사건에 대해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한다. 제주도의 지리적 특성상 전쟁시에 전략적 기지로 사용되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미군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일본군 6만여 명이 주둔한 전략적 기지였고 8.15 광복 직후에는 일본군이 철수하고 외지에 나가 있던 6만여 명의 제주 주민들이 일시에 귀환하여 급격한 인구 변동을 겪었다. 당시 제주도나 육지나 일거리와 먹을거리, 생필품 등이 부족했으며 특히 제주도는 전염병에 극심한 흉년과 식량냔이 겹쳤다. 게다가 일제에 부역한 경찰들이 미군정하에서 다시 치안을 책임지는 군정경찰로 변신, 민생이 피폐한 상황에서도 군정관리들은 사리를 채우는 부정행위를 일삼고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가 부각된 상황에서 1947년 3.1절 발포사건이 발생하여 4.3사건이 발발하게 된다.



1947년 3월1일, 3.1절을 맞아 좌파진영의 제주 민전(민주주의민족전선의 약칭)이 기념집회를 주최하고 시가행진을 하며 가두시위에 돌입, 구경하던 어린아이가 기마경찰이 탄 말에 차여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다. 기마경찰이 그대로 가려하자 일부 군중이 돌멩이를 던지며 쫓아갔고 이를 경찰서 습격으로 오인한 경찰이 군중에게 총을 발포, 6명이 사망하고 6명이 중상을 입는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로동 제주도위원회가 사건 대책 투쟁위원회를 결성, 반경활동을 전개한다. "제주도 인구의 70%가 좌익단체에 동조자이거나 관련이 있는 좌익분자의 거점으로 알려져있다"고 보고되기도 했는데 이런 상황이다보니 제주도의 선량한 도민들이 억울한 죽음을 면치 못했다.



<순이삼촌>은 조부모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나'. 친척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 서울구경 삼아 '나'의 집에서 집안일을 도와주고 내려온 순이삼촌의 안부를 묻자 얼마 전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나'는 순이삼촌아 서울에 있는 동안 제주도말을 쓰는 순이삼촌과 제주도말을 모르는 집사람과의 신경전으로 골치를 섞었는데 그 일이 순이삼촌에게 화가 미친 것은 아닌가 염려된다. 그리고 친척들에게 듣게 된 순이삼촌의 이야기. 4.3사건을 겪은 순이삼촌은 외상 후 스트레스인지 사건 이후로 환청증세를 보인다.



그녀, 순이삼촌의 입장에서 그려 본 4.3 사건은 군인들이 집을 불태우고 양민들을 학살했다. 행방불명된 남편들, 총에 맞아 죽으면서 아기를 지킨 어머니들, 공비의 습격을 막고자 성을 쌓고 허물고 노역에 스러져가는 도민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한마디로 초토화된 마을과 초토화된 정신수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읽다보면 극악무도한 행태들때문에 잠깐 읽기를 멈춰야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순이삼촌>에는 순이삼촌 뿐만 아니라 어린아이의 4.3 사건을 겪은 심리적 갈등을 다룬 이야기도 있고([아버지]) 제주도가 고향인 인물들이 느끼는 제주도에 대한 감정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육지 중앙정부가 돌보지 않던 머나먼 벽지,

귀양을 떠난 적객들이 수륙 이천리를 가며 천신만고 끝에 

도착하던 유배지.

목민에는 뜻이 전혀 없고 오로지 국마를 살찌우는 

목마에만 신경 썼던 역대 육지 목사들.

(중략) 백성을 위한 행정은 없고 말을 위한 행정만이 있던 천더기의 땅.

저주받은 땅, 천형의 땅을 버리고 싶었다.

찌든 가난과 심한 우울증밖에는 가르쳐준 것이 없는 고향,

그것은 비상하려는 그의 두 발을 잡아 끌어당기는 깊은

함정이었다."(해룡이야기)



고향을 생각하는 이들은 대부분 어머니의 자궁처럼 따뜻하고 보호받는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민으로서 4.3사건을 겪은 이들은 대놓고 위령제 한 번 지내지 못하는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공산 폭동으로까지 오인되었던 4.3사건은 섬 전체를 파괴시킨 오인된 이념의 부작용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반공 이데올로기로 철저하게 은폐되고 붉은 섬으로 낙인찍혀 레드콤플렉스에 시달렸던 제주도. <순이삼촌>이 발표 될 당시 피해자들의 신세한탄도 허용되지 않았으니 그 억울한 죽음은 어디가서 달랬을까? 잃어버린 아버지, 어머니, 누이, 형, 동생들의 넋을 달랠 수야 없겠지만 우리가 4.3사건을 잊지 않고 역사를 뒤돌아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부끄럽지만 우리의 잘못된 역사를 들추어 또 다른 피해가 없어야겠다. 4월을 맞아 4.3사건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순이삼촌>은 소설이 아니라 우리의 잘못된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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