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서커스>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비해 글이 무척이나 길다.
그래서 다 읽고 나니 허탈해졌다.
신문기자였던 주인공 다치아라이가 신문사를 관두고 잡지사에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게 되었다.
다치아라이가 잡지사 일을 시작하기 전, 여행하러 온 카트만두에서 왕실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이 사건을 취재하던 다치아라이가 만난 왕실 군인이 이렇게 말했다.
˝자기가 처할 일 없는 참극은 더없이 자극적인 오락이야.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지. 끔찍한 영상을 보거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은 말하겠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그런 오락인 거야....˝ (p228)
˝내가, 알고 싶기 때문이야.˝
세상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사람들은 무엇에 기뻐하고, 무엇에 슬퍼하는지. 그 가치 판단의 기준은 나와 다른지, 아니면 같은지. (p258)
다치아라이는 군인의 말에 고민하다 혼자 이렇게 답한다.
신문기사, 텔레비젼 뉴스, 인터넷 포털에 올라오는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도 표면적인 사건 사고만 알지 그 아래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사건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결과에 대해 알 수는 없다.
그러한 매체는 사건 사고만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에 뭐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주인공인 다치아라이가 고민했던, 진실에 얼마만큼 다가가 객관적으로 전달하느냐의 문제는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은데... 여전히 글이 길고 드러난 진실과 사연에 공감이 안가는 건 어떻게 하나... 싶다.
풀어가는 방식이 우리네 정서랑 맞지 않아서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고 싶다.
다치아라이를 도와준 소년, 사가르를 통하여 우리가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고통이나 사연에 대해 얼마나 쉽게 씹어대는지 반성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