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아주 간만에 밀란 쿤데라의 소설을 읽었다.
표지부터 제목까지... 밀란 쿤데라스럽다는 느낌이다.
한때 엄청나게 인기있었던 오쇼 나즈니쉬의 `배꼽` 이후 배꼽에 대해 `아!` 하고 뒷통수를 맞은 순간이었다.
˝... 배꼽이 없는 여자의 전형이 너에게는 천사지. 나에게는 하와, 최초의 여자란다. 하와는 배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한순간의 기분, 창조자의 기분에서 태어났어. 최초의 탯줄은 바로 그녀의 음부, 배꼽 없는 여자의 음부에서 나온 거야. ...˝ (p103)
탯줄을 끊고 나오지 않은 자, 배꼽이 없다!
당연한 이 진리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후 계속 감탄만 하고 있다.
˝여자의 관능적인 몸에는 황금 지점 몇 개가 있는데, 나는 늘 그게 세 개라고 생각했어. 허벅지, 엉덩이, 가슴.˝
라몽은 생각에 잠겼다가 ˝그렇지...... .˝ 라고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하나 더, 배꼽을 추가해야 한다고 깨달은 거야.˝ (p137)
배꼽티를 입고 지나가는 여자를 보며 주인공들 중의 한명인 알랭이 생각한 바를 친구 라몽에게 전하는 대목이다.
다른 세 지점이 에로틱한 메세지가 있는 반면 별다른 특징없이 생긴 배꼽에는 에로틱한 메세지가 아닌 `태아`에 대한 메세지가 있다고 알랭은 말한다.
이 책은 무의미, 하찮고 의미없는 것이 가진 가치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엄청나게 근사하고 거창한 것보다 결국 무의미한 것들이 인간에게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많다는 거...
결국 내 가슴을 치는 건, 혹은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말한 이도 잊어버릴 만큼 작고 소소한 말이었다는 것!
그래서 세상에 무의미가 축제를 벌이고 있다는 것에 고개를 끄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