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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화가 - 1867년, 조선 최초 여류 소리꾼 이야기
임이슬 지음, 이종필.김아영 각본 / 고즈넉 / 2015년 11월
평점 :
'최초의 여성 000' 이것은 오늘날의 세상에 이르기까지, 등장하고 또 기억되어진 역사의 흔적
중 하나이다. 남자들만의 직업 남자들만의 세상에 뛰어들어, 여성으로서 최초로 무언가를 쟁
취한 이야기... 이는 지금도 세상의 편견, 그리고 한계를 뛰어넘어'뜻이 있으면 세상을, 아니면
가치관을 바꾼다' 라는 일종의 변화의 이야기를 선사한다.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 '진채선'도 그러한 교훈을 상징하고 있다. 조선말, 외세의 압력
과 엘리트들의 부정으로 인해서, 조선 그 자체가 조금씩 붕괴되고 있을 그 시대에, 진채선은 여
자이자 기생집 종년? 이라는 자신의 팔자를 거부한다. 그는 판소리에 매료되었고, 신재효가 운
영하는 '동리정사'에 드나들며 도둑공부를 했다. 심지어는 '여자라는 이유로' 스승이 되기를
거부한 신재효에 맞서, 남장을 하고 당당히 시험에 합격하는 행동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때문
에 스승은 그녀를 거부하는 기존의 사고를 바꾸고야 만다.
그러나 세상은 다르다.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다.' 라는 불문율, 물론 그 금기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었겠기에 만들어졌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금기는 결국 경직
된 '성역'이 되어, 당시의 시대와 사람을 지배하고 있었다. 때문에 이 스승과 제자의 주위에는
위험과 편견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저 신명나게 놀고 싶었을 뿐인 두 사람, 이 세상의 한
과 웃음을 이야기하며, 대중들 (백성들)과 어울리고 싶었던, 아니.. 그저 노래하고 싶었던 채선
의 바람은 결코 조선에 받아들여질 수 없는 바램이였다.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벽, 그들은 그 벽의 존재를 절감한다. 그리나 반대로 자신의 실
력, 그리고 점점 스승과의 인연이 늘어나면서, 채선은 결국 판소리와 신재효는 단순한 도피수
단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승을 사랑하며, 스승과 노래하며, 결
국 '여자'가 된 주인공... 그러나 소설은 그들에게 조금 가혹한 운명을 선사했다.
만약... 그 채선이 여자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였다면? 그러했다면 그는 조선과 그 권력에 도전
하는 무모한 스승을 말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조선의 중인으로서 신분의 서러움을 느끼
는 스승과, 종년으로서 한정된 운명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던 그 둘은 공통된 바램을 가졌
고, 그 결과 권력의 최정점인 대원군 앞에 서 '개혁'을 외치려는 무모한 꿈을 바랬던 것이다. 결
과적으로 그녀는 노래하는 자신의 운명을 지켰다. 그러나 그 대가로 또 하나의 운명인 신재효
는 포기해야만 했다. 권력자의 총애를 받게된 여자, 권력자의 비호 속에서 노래하는 운명을
받아들인 여자, 그렇게 그녀는 대원군의 여자이자, 조선의 명창이 되었다. 그러나 과연 그녀
는 행복했을지, 그 마음속의 공허함은 어떠하였을지... 나는 그녀의 성공 뒤에 남겨진 쓸쓸함
을 엿보며, 이 소설 속에 비추어진 문학의 아름다움을 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뒤
엉킨 그녀의 운명을 동정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