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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상류계급의 문화 ㅣ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아라이 메구미 지음, 김정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2년 11월
평점 :
현대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어쩌면 왕실이 존재한다는 것은 과연 어떠한 의미를 가질까? 이에 생각해보면 이제 그들은 어느 국가의 통치자이자 절대군주라는 위치에 (조금) 벗어나 그 국가의 역사와 정통과 같은 과거의 가치를 증명하는 상징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더 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때문에 결국 통치라는 실질적인 권력을 쥐지 않는 계급이 그 나름의 특수성?을 지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더욱 전통에 기댈 수 밖에 없게 되는데... 이에 굳이 위와 같은 서문을 장식한 이유 또한 나 스스로가 이 책을 통해 영국 왕실이 지닌 '폐쇄성'을 나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서양 왕실의 문화는 곧 '계급의 분류'로 압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왕실 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는 '귀족 계급' 또한 나름의 체계를 통해 저마다의 상하를 나눈다. 그렇기에 단순히 직위로 계급을 나누는 것 만이 아닌 결혼과 혈연 관계에서 이어지는 정통성, 군대와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통해 부여받는 여러 칭호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어느 '존귀한 자'가 그 '어떠한 칭호'로 불려야 하는가를 정하는 것에 있어서도 이들은(비교적) '신분에서 자유로운 사람들'이 보기에는 매우 복잡하고 또 무의미?한 것에 골치를 썩는 사람들로 보여질 때가 있다.
'로드' '서' '레이디'의 칭호가 이름에 붙는지, 성에 붙는지, 결혼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그 인물이 귀족의 무슨 직위를 가지고 있는지, 장남인지, 차남 이하인지 아내인지, 미망인인지, 또는 이혼한 전 부인인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26쪽 칭호의 복잡함
그렇기에 다른 게임이나 문학작품에서 보여지는 남작, 자작과 같은 칭호 등이 실제 영국 상류사회에서는 본래 어떠한 이름으로 불리우는지, 그리고 왕실과 귀족 사이에 그 칭호 등은 그 어떠한 지위와 계승조건을 가지는가에 대하여는 순전히 그 내용에 궁즘증을 지니는 독자의 호기심을 해결해주는 것 이상의 가치를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과거 그들이 만들어낸 '상류 사회의 계급과 문화'는 흔히 노블리스 오블리주 라는 도덕적 의무를 강제하는 수단으로서 기능해왔다. 실제로 실질적인 상속을 기대할 수 없는 차남들이 영국 사회에서 귀족으로서 또는 군인과 탐험가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과 동시에 이후 산업사회 신흥 젠트리와 융합하여 새로운 상류계급의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킴으로서, 결국 신분이 지위를 만들어온 역사를 대신해 '능력과 전문성' 그리고 '부와 신분'이 융합된 보다 효율적인 고위층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건전한 야외'를 사랑하는 것은 어퍼 클래스의 자제들 대부분이 졸업한 퍼블릭 스쿨의 정신이기도 하다. (...) 옥스퍼드 대학에는 현재 39개의 칼리지가 있는데 그곳에는 연구 성과나 교육 레벨과는 별도의 '계층'이 존재한다. (...)
180쪽 학생 생활
그러나 결국 그들이 '특별함'을 발판으로 어느 독보적인 계층에 안착한 사실은 크게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이전 어퍼 클래스의 특별함이 나라를 이끄는 견인차로 인정받고 또 기대받은 사실과 달리, 단지 귀족과 상류계층의 자제라는 이유로 소위 어느 클래스 또는 공동체에 받아들여지고 또 보호받는 현상은 앞으로 어떻게 이해되고 또 바뀌어져야 할 것인가? 이에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물론 앞서 언급한 영국 귀족의 모습을 오롯이 이해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도 누릴 필요가 있겠지만, 이후 이러한 제도가 효과적이지 않은 '오늘날'에 귀족 계층 또한 더이상 그 (특별한)패쇄성 이어갈 필요가 있을지, 그리고 새로운 사회 고위층으로서 또 다른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인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