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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또 한명의 연예인이 책을 출간했다. 차인표.
요즘 불황이라는 출판계가 꼼수를 쓰는 것인지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경쟁하듯이 출간하고는 했지만 나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했다. 연예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악’ 소리내며 좋아할 나이도 아니지만 그동안 읽었던 이런 류의 책들에 된통 실망한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차인표라는 이 연예인만은 그런 편견이 전혀 없었다.
단 한번도 개인적으로 만나본 적 없지만 왠지 그라면, 그 사람이기에 절대 가벼운 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보이지는 않았을 것 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서였다. 역시나 이 책을 출간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말에서 반드시 읽어보겠노라고 다짐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즐거운 마음으로 첫 페이지를 열었지만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온갖 복잡한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순식간에 시선을 빼앗겨 꼼짝 않고 읽어내려 갈 정도의 흡인력도 놀랍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줄곧 유지한다는 점에서 작가적 역량이 한층 더 돋보인다. 치유되지 않은 채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민족의 아픔과 한(恨)을 독자들에게 상기시켜가며 용서의 참된 의미를 되묻는 글이었다.
호랑이 마을은 마치 작은 한반도인양 아픔이 그대로 재현되어 나타난다. 그 작은 마을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련이 찾아오고 평화롭던 마을에 일본인들이 진을 치기 시작하고 마침내는 비극의 상징인 ‘쑤니 할머니’를 지켜내지 못했다.
더 이상 잘가요 언덕위에서 종을 치던 훌쩍이를 찾아볼 수 없고 순이와 함께 하고픈 용이의 꿈도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다.
가슴으로 절절히 읽어 내려가다 보니 눈물이 한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유가 무엇인지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냥 많이 미안하고 많이 아프고, 많이 괴로워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용서를 받고 싶었다.
작가는 진정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이었을까? 용서? 화해? 아니면 인류애? 이제 나에게는 그것이 무엇이었든지 상관없다. 그리 중요하지도 않을 것이고.
읽는 사람들이 절절히 자신만의 목소리로 그 물음에 대답을 했다면 그것이 정답이겠지.
나는 ‘사랑’이라고 뭉뚱그려서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만큼 남을 사랑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이런 아픔들이 생기는 것이라면 너무 포괄적이고 단순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사랑만큼 어렵고도 위대한 것이 없으니까. 또 그것만큼 모든 것을 포용할 만한 것도 흔하지 않으니까.
“용서하세요.
그러면 엄마별이 당신의 슬픔을 따뜻이 감쌀 거예요”
네...용서하고 용서받으며 살아 갈께요.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