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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착각 - 글로벌 금융 위기를 넘어
최운화 지음 / 이콘 / 2009년 2월
평점 :
70년 전의 실수를 되풀이하다
신용기준을 완화하면 대출은 늘어난다는 진리를 바탕으로 늘어난 자산들은 결국 거품이었음이 이미 70년전 대공황때 밝혀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시장의 경고를 무시한 채 또 다시 피할 수 도 있었던 과거를 답습한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이없게도 경제 대공황이 발생했던 시대의 과오를 다시 범해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격이다.
서브프라임의 주범은 모기지유동화채권+α
은행은 부실화의 가능성이 상당한 모기지채권을 몇 십개 혹은 몇 백개씩 묶어서 다시 다른 기관과 투자가들에게 되팔았다. 결국 몸뚱이만 커진 부실채권이 거래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런 부실채권을 사지 않으면 되는데, 인간의 욕심이 어디 그러한가? 판매 수수료를 챙기고 혹은 이자를 받고 다른 기관에 다시 넘겨버리면 된다는 무책임한 금융인들이 그 판권을 키워버리고 만 것이다.
또 하나, 미국은 1%대의 초저금리 정책을 폈고 이것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가격상승을 부추김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싼 이자로 돈을 얻어 부동산 구입에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게다가 그린스펀은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사람으로 정부의 규제는 되도록 적게, 시장의 자율에 맡기자는 편이었기 때문에 이런 모든 것이 맞물려 거품경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경제시스템의 결함과 투자기관들의 도덕적 해이에도 불구하고 초반 막대한 이익을 남긴 투자회사의 경영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어마어마한 인센티브를 챙겨갔다. 그러나 시장경제라는 이름하에 정부는 적절한 때에 제대로 된 감시와 통제를 하지 못했고, 결국 모든 금융재앙의 고통은 일반 투자자와 국민들이 부담하게 되는 꼴이 되었다.
이런 상황인데도 자유주의 시장경제의 원칙과 장점만을 앞세울 것인가?
단지, 파산하면 다른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책임은 묻지도 않고 울며 겨자먹기로 어마어마한 공적자금을 투자하는 구제금융을 언제까지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이 책의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정부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더 이상은 시장에서 좌지우지되면서 발생하는 경제 문제 앞에 넋 놓고 있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금융의 도덕적 해이는 결코 시장경제에 의해 통제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해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다양한 해법들을 제시하는데 가장 근본적인 처방은 앞에서 언급한 정부의 규제와 감시이다. 경제의 적색경보가 울리면 정부가 바로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나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와 탐욕은 철저히 감시해서 투자가 아닌 투기의 모습을 띄기 전에 그 싹을 잘라야 한다.
물론 자국의 경제를 보호한다는 원칙하에 정당한 근거나 이해 없이 보호무역주의나 국수주의가 대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경쟁력을 위해 신중을 기하는 이때, 모든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자 발버둥치는 우리나라는 진정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부디 현재 대공황의 경제위기를 답습하는 오류를 범한 일이 마지막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